*** 깨어져 본 자의 아픔이 있는 눈물들 **









칼럼 "미루나무에 걸린 바람들의 이야기", 그 제하(題下)에 쓴 글


예전에
내가 쓴 글들
일기같은 글을 뒤져 보노라면

"길 가다 주린 영혼 하나 만나면...
먹여주고 입혀주리라"

'길 가다 아픈 영혼 하나 만나면
이마도 짚어주고 손 잡아주리라"

"길 가다 시린 영혼 하나 만나면
내, 뜨거운 가슴으로 데워 주리라"

"함께 울어도 주리라.......
내 손으로 흐르는 눈물도 닦아 주리라"


전 언젠가 부터
늘 이런 생각 하나 품고 살았지요
영혼이 시리고 추운......
그런 사람 만나게 되면
안아주고 보듬어주리라고.....

전 너무 행복한 사람은 싫습니다.
전 너무 눈물을 모르는 사람은 싫습니다.
한 번도 단 한번도 가슴 아파보지 않은 사람 싫습니다.
한번,
단 한번도
눈물같은 비를 맞아보지 않은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더 나누겠는지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지요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잘 못 자란 나무 등걸처럼
영원히 등이 휘어져 버린 사람을요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다가
눈마저 돌아가 버린 사람을요
가슴에 스민 온기는
언제 쯤 불을 지펴 보았는지
아득한 사람을요

아픔의 고통이
타인에게도 감염 시킬만큼
고통이 뚝뚝 묻어나는,
절벽을 마주하는 기분......
서로가 서로에게 공허한 .....
우린 서로 각자에게 상처만 입히고 돌아섰습니다.

그 후로
나는 속죄양이 되었습니다.
다시.....그런 일은 없을거라고......

난, 너무나 굽어버린
그 마음을 바로 펴 줄 수가 없었답니다.

바로 펴자니.....
그가 뚝 부러져.....죽게 될 지경이었답니다.
소녀같은 매너리즘에 빠졌던 나는
너무도 놀라 소스라쳤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내 생각대로
아무에게나..... 손 내밀 것이 아니었는지.....
내 어리숙한 사고는 그만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가까이 다가 서 보지도 못한 채.....
서로를 열어 보이지도 못한 채
황망히
등 돌려야 했던
난, 사치스럽게도...
아픈 영혼 운운했던
나 자신을 뒤돌아 보았습니다.
혀끝으로만 ...입에 발린.....
숱한 허영의 언어들을.....

그 아픔에 내가 먼저.....눌리고...
질식할 것 같아서.....
내가 그만 도망쳐 버렸던 그 죄를...
아픔을 하나 더 얹어준 죄를
그는 모를것입니다.

아픔을 펴 주려다
무게를 더 하고 만.....나의 과오,
이젠
섣불리 다가서진 않으렵니다.

나도
그 일로 인해
상처를 입었으니까요

제가
한참을
횡설 수설했군요
휴일 새벽이면 늘 오르는 도봉산,
그 산을 올라야 하는데.....
............
............

산도 그렇더군요
전 비바람 폭풍우 몰아친 후
산을 즐겨 찾습니다
물이 할퀴고
바람이 휘젓고
흙더미가 휩쓸고 간
만신창이가 된 산을....
그럼에도
새롭게
아픈 허리 일어서는
산을 보며 느끼며 배웁니다.

물론 사람의 일도
예외가 아니지요.

그러나
영혼이 아픈 사람을 만나면
아픈 내 영혼이 위로를 받습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
그런 게 아니더라도
위로를 나누다 보면 스스로가 놀라운 위로가 됨을 체험하게 됩니다.

사랑이란 나눈다고
줄어드는 게 아니라......
사랑은 퍼 주면 퍼 줄수록
퐁- 퐁- 솟아나는 샘물이 된답니다.

하늘로 향해서
키만 쑥쑥 자라나는 미루나무
그 꼭대기에 앉아 쉬는 바람들.......
그 힘들었던 바람들의 한숨소리와
수런거리는 이야기들,

마구 들판을 뒹굴어 다니는 바람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이상이 또렷하고
사색적이면서
비 개인 뒤 수채화같은...

바람이라고 다 바람이던가요

청정하기에
외롭고도
가슴아픈....

철저한 고독
그 걸 참아내는......



신작로 끝을 말 없이 지켜만 보는 미루나무가.



글/이요조



(내 가지에 깃을 들이던 작은새 한 마리 잘 울지를 않네요 어디가 아픈 건가요)




* 미루나무에 걸린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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