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婦 1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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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婦
새 시/박남수
1
하늘에 깔아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중략
만약에 만약에 당신이 먼저 간다면...
나, 많이 울 것입니다.
부질없는 망상에도 어쩌지 못하는 난, 바봅니다.
아마 내가 먼저 가게 된다면,
당신, 흘릴 눈물이 너무 안쓰러워 울면서 울면서
구천을 헤맬 것 같습니다.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간혹 다툴 때도 있었지만 별 거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깊이 날 사랑하셨고 난 충분히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당신만 사랑합니다.
죽으면 새가 될 당신의 안해.
postscript
주말이면 늘 힘이 듭니다.
가족들이 모여들고 헤어질 땐, 많은 먹거리들을 나눠야 합니다.
피곤했습니다. 다들 떠나보내고 나니.. 피곤이 엄습했습니다.
피곤을 몰아내느라.. 밤 늦게 마신 커피는 자정을 넘기게 만들고
나는 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울었습니다. 진실은 눈물로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더군요.
밤새 뒤척였습니다.
잠도 잘 오지 않았습니다.
새벽엔 잠자리에서 평소보다 더 일찍 깨었습니다.
오늘은 종일 무거운 우울에 갇혀 있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부부 사이엔 자존심이 없어야 한다던데...
그에게 [사랑한다] 말 한마디 하기까지...
아니 이 글 한 줄 쓰기까지 장장 30년이 걸렸습니다.
정말, 이리도 힘들었습니다.
아직도 허물어야 할,
너무 오래 잠긴 자존심의 빗장에는 붉은 녹이 슬었습니다.
사랑은, 부부간의 사랑은 노력입니다.거울-'거울 닦기'
손때가 앉지 않도록 매일 잘 닦아 두어야만
내가 잘 보이기 때문입니다.
부부란 둘이 아니고 하나~거울에 비친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글/그림:이요조
2004.05.24일 자정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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