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꽃, 엉겅퀴

       

      젊은이~


      육이오를 아시는가?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누던

      차마 하늘이 노랗도록 부끄럽던..


      유월, 이맘때면

      피어나는 가시풀꽃이 있지

      온몸을 마구 콕콕 찔러대는..


      유월의 피를 아시는가?

      애오라지 다른 이념으로

      산천을 피로 물들이던 애먼 젊은 죽음들..


      핏빛! 그 혈흔으로 피어난

      유월의 가시풀꽃!

      엉겅퀴를 아시는가 ?

       

       

      ...........................................



      역사의 슬픈 내력을

      저 혼자 설명하는

      홀로그램 영상처럼

      투영히 보이는 환영,


      꿈이 스러지던 수용소

      콘크리트 맨바닥에

      짓눌린 절망 켜켜이

      모진 생명처럼

      가슴을 찌르며 흔들리던 가시풀꽃,


      그,

      그림자..

      그림자..


      보라빛 엉겅퀴

      혈흔으로 녹이 쓴

      철조망을 닮아 있다.


      사랑도 깊어지면

      물 든 이념처럼

      맹목적 그리움을 수태하고,


      이념의 골보다 더

      수직으로 곧게 파내려간

      절대적 그리움의 동굴

      끝 간 데가 아득하여라~


      울도 담도 없는 수용소에

      누가 가두지 않아도

      백줴 원귀처럼 떠도는

      응혈진 회한(悔恨)은

       

      이념보다 

      서슬 푸르게 날이 선

      피 빛!

      가시 꽃으로

      다시 피어난,


      아!

      우리네 유월을 닮은

       

      엉겅퀴...

      엉겅퀴...








      이요조

      2003년 6월15일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쓰다.


 

 

 

유월이면

삼천리 방방곡곡

지천으로 피어나는

죽은 병사들의 원혼이 서린 듯

첨예한 이념을 빼다 닮은

가시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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