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곳에 있는 그 산에 가고 싶다......'산이 그 곳에 있기에 나는 산을 오른다' **
*회룡사의 까마귀 *
“미쓰 리~~잠간만요…….” “왜요?” “꿈에 우리 아버지가……................” 나는 그 때 미스터 김의 가친께선 이미 亡者로서 현몽(現夢)하시는 것으로 알아 들어었다. 해서 그 날 나는 눈 쌓인 쌍계사 불일 폭포를 바로 코앞에 두고는 의리상 등정 길을 포기하고 말았었다.
그로부터……거의 30년 후 2001 년 6월 24일 오늘 27~8년 전의 그 미스터 김이 산을 가잔다 못 갈 것도 없어 함께 나섰다. 요즘 들어 산을 가까이 하면서….. 이제 도봉산 북쪽 회룡사 까지는 그냥 한 달음이다. 회룡사 앞에 다다르자. 더는 못 가겠단다. 그럼 나 혼자서라도 올라간다고 으름장을 놓아도…..눈썹도 깜짝 않는다. 정말 좋은 산길이 지금부터 펼쳐지는데……. 미스터 김의 그 옛날 가뭇하던 고집의 기억을 되살리는 아침 등산길,
나 혼자 오르는 고즈넉한 오솔길은 외려 좋다. 밤꽃이 떨어져 누워…..발에 밟혔다. 숲 속으로 난 길은 마치 날 유혹하는 듯 “그래 저기까지만…저기까지만…….” 한 게 얼추 30여분….. 절터 뒷 터 개간 田옆을 두른 헨스 철망을 끼고 오솔길이 계속 이어졌다. 줄 맞춘 듯 정렬이 잘 된 채마 밭을 서서 구경도 하다가……. 운무 자욱한 산수화 같은 정경을 말없이 바라 보다가 이제는 좀 해갈되어 제법 물소리를 내는 계곡 소리를 듣다가…… 새벽 미명의 온 산을 뒤흔들 듯이 울어대는 새 소리----- 살아 숨쉬는 산수화폭 하나 가득 채워놓는 새 울음………. 신선경계가 어찌 따로 있으랴…… 산길이 너무 호젓해서 갑자기 섬뜩해졌다. 그제서야 나는 삐쳐서 갈라진 미스터 김 생각이 났다. 회룡사 앞에 다다라도 그가 보이지 않는다. 그제서야 후회가 되었다. 아…… 돌멩이로 표시하는 암호라도 상호간 약속 해 둘걸…. 내려간다면 어느 곳에다 이 돌을 어느 돌 위에다 둘 것…..하며…….. 한참을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왔다. 사찰경내를 찾아볼 요량으로…… 그러나…..그 너른 사찰을 둘러볼 생각에 앞서 차라리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래쪽에서…..마침 등산객이 올라오고 있었다. 난, 이러저러한 사람이 내려 가는 것을 못 봤냐고 물었고…… 그런 사람은 못 보았다는 대답을 들었다 바로 그 때 사찰을 어슬렁 거리며 내려오는 미스터김을 보았다. 일순 반가웠지만 뿌루퉁하게 그 곳에 꼼짝말고 기다려 달라 하고는 경내를 내가 둘러 볼참 이였다. 경내는 뭔지 모르게 공사를 하는 중이어서 어수선했지만 비구니 사찰답게…경내…..정원이라든지……화분 하나 하나 마다 정갈함이 담뿍 베어있었다 물 함지박에다 연꽃을 키우고 있었다. 누구 솜씨길래 요렇게도 섬세하단 말인가 나는 궁금해서 떨어져 물위를 덮은 연잎을 들추어도 보았다. 정원 가에는 들꽃도 군데 군데에 심어져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초롱꽃도……
까만 기와 지붕위로 까만 까마귀…….. 까마귀가 아름답게 보인다. 정녕 나도 불심이 지폈나보다..... 반포지효(反哺之孝)란 말이 까마귀에서 유래했다 하니, 조류 중에 유일하게도 孝를 아는 영악한 새~ 일본에서는 까마귀를 길조로 여긴다는데… 동경 한 복판의 공원에서는 까마귀 천국이라는 데……. 그나마 도봉산에는 까마귀 일가가 은거? 하고 있다. 우린 구경하기조차 힘들게 되어버린 까마귀~~ 울음 소리를 다시 새겨 들으니……. 그리 나쁘지만 않은 것 같다. 내 어려서 시골에서 들은 소리는 마치 아이들 소리 같았다.
처음 들어가 본 회룡사…… 법당 안 마루아래 누렁이 한 마리가 누워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인기척에 나랑 눈이 마주쳤다. 기르는 짐승은 주인을 닮는다고 했던가 마치 부처가 따로 없다는 듯 그렇게 온화한 표정일 수가 없다.
내려 오다가 보니… 길섶에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가 보였다. 손을 뻗쳐 산딸기도 몇 알 따먹었다.
계곡물이 겨우 소리 낼 정도로 고여 흐른다. 피래미가 어디서 왔을까? 물이 하나도 없던 가믐 끝자리 지난 주일만 해도 없었는데…… 재빠르게 신나해 하며 유영하는 모습이라니...
산을 양껏 오르지 못한 나는 물 흐르는 계곡아래로 바위를 밟고 내려 오자고 미스터 김에게 채근했으나….. 귓등으로도 들은 척 않는다. “왜?” “왜?” 하고 다잡아 묻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며…정말 말도 안 되는 말로 날 기선제압을 하며 앞서 산을 내려간다. “피~~ 다음 주엔 함께 오나 봐라……” 좀 전만 해도 산 위에서 신선처럼 산수를 즐기던 내가 산을 내려 오자말자 금새 또 아웅 다웅 인간 냄새를 풍기다니……..
정작 내가 이래서……산을 찾는가 보다. 미스터 김의 사정권내를 탈피하는 자유……… 나의 자유… 진정한....
나의 애인은 정녕, 산이었던가? 도봉산, 내 한계가 늘 회룡사를 못 벗어나 듯 나의 한계는 기껏 미스터 김의 손바닥 안이로구나….
글/이요조(6월 24일 다녀옴) 그 날은 정오부터...종일토록 비가 내렸었다.
초롱꽃
*초롱꽃 이야기*
신들의 거처인 올림퍼스에는 황금능금이 열리는 과수원이 있었습니다. 이 과수원을 캄파뉴르라는 예쁜 소녀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능금은 신들만이 먹게 되어 있는 귀중한 과일이었습니다. 한 젊은이가 이 과수원에 숨어들어 능금을 훔쳐가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그 젊은이는 캄파뉴르가 잠들었을 무렵을 틈타 능금나무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녀는 서둘러 은종을 흔들었습니다. 종소리는 쥐죽은 듯이 고요한 과수원 구석 구석에 울려퍼졌습니다. 이렇게 되자 당황한 젊은이는 칼을 뽑아 캄파뉴르의 가슴을 찌르고는 허둥지둥 도망쳐 버렸습니다.
꽃의 여신 플로라는 캄파뉴르의 죽음을 가엾이 여겨 그녀를 은색의 아름다운 초롱꽃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꽃의 모습은 그녀가 언제나 소중히 갖고 있던 은종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까닭에 영국에서는 이 꽃을 [칸타벨리의 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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