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어제는 진종일 내내 비가 내리더니 오늘 이렇게 때 아닌 싸락눈이 나리는 것도 봄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겨울이 끝내 가기 싫어 요동치며 심술을  한 번 부려보는 중인가보다.
 
우리 집 새봄은 늘 꽃무릇과의 상사화의 새싹에서부터 비롯된다.
 
봄이 아니라 어쩌면 겨울서부터 준비를 하나보다. 상사화는...
봄에 잎만 흐드러지게  피어났다가 무심코 이내 져버린다.
 
빈자린가 보다 잊고 있노라면  문득, 여름 장마 통에 긴 목을 장대처럼 올리고는 이내 지고만 잎새를 찾아 기다리고 섰다.
 
하필이면 비바람 심한 여름에  키만 기다란 대궁위로  슬픈 보랏빛 큰 꽃을 피워놓고는
기다림에, 그리움에 지쳐  드러눕기도 하는 애처로운 꽃!
꽃도 지고 대궁도 말라 시들면 한여름 무더위도 사라져가고 .....나는 꽃이 폈던 사실조차도 잊어버린다.
 
어긋나는 운명...
봄에 져버린  잎새는 여름 지나 가을 지나고 매서운 긴-겨울나기를 좀체 기다리지 못해 고개를 자꾸만 내밀어 본다.
성급하게도 흙을  뾰조롬 뚫고 돋아나서 깨금발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연둣빛 여린 잎새의 머리 끝부분은  추위에 얼어 호호~
동상에 얼었다가, 상처가 났다 아물었다를 반복하며 애타게 봄을 기다려 보건만~
정녕 애닲다!
봄이 와도 못내 만나지 못할 것을...
봄비 그치자 
지난 기억에 행여나 깊이 쌓였던 낙엽을 걷어보니 낙엽 속에서 벌써 올라와서는....지쳐 노오란 얼굴을 하고 있다.
때 아닌 싸락눈 추위에 안쓰러워 살그머니 낙엽을 도로 덮어주었다.

 ......

 

치유할 수 없는 未忘이다.

 

 글/이요조 2007,3,5

 

 

* 상사화, 라이락(수수꽃다리), 주목, 바위취, 스킨답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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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락에 제일 먼저 올라와서 봄을 알리는 건, 상사화다.

 

얼마나 그리웠으면....그러나 너무 일찍 올라왔으니 대신 일찍지고 만다는 걸 저는 모른다.

봄이 완연히 무르익어 잎새는 다 져버리고 잊혀진, 여름이 될 때사 홀연히 꽃대는 올라와서 긴-목을 드리우고 둘레 둘레 살피며 기다려보지만~

그 둘은 영영 만날 수 없다.

 

상사화는 기다리다 지쳐 시름시름 앓던, 그 눈물이 흘러 흘러~

여름 장마비는 추적추적 시작되고 종내 빗속에 큰 키로 실신하듯 쓰러지고 그리움도 따라 스러진다.  어찌할까나?  이 일을....내년 봄에도 다시금 반복할,

 

누가 좀 일러주지...

너무 성급하게 나와 기다리지 말고, 좀 이따 나오라고,

내년에는 부디 더디 나오라고....

늑장부리며 피는 꽃은 조금만 더 서둘러 피라고,

그러라고...

 

그러면 둘은 잠시 잠깐 먼-빛으로도 스치듯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하여,

 

 

꽃보러가기 ▶ http://blog.daum.net/yojo-lady/6472835  2006년 3월 8일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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