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뒤,

많은 것들이 스러지고 또 더 많은 것들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생명체들이 삶을 꾸리려는 이야기도 숲속에서 은밀히 시작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동물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봅니다. 사랑하기에...

 

마찬가지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식물들이 새싹을 틔우는 것이 마치 아가들의 조그만 손바닥 같아서 어여삐 즐겨 들여다 봅니다.

덩굴손이 살아 뻗치는 움직임까지도 재미집니다.

무료할 때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은 세상이 열리기 시작해서 거대한 세상이 보입니다.

 

남가일몽(南柯一夢)에서 홰나무구멍으로 들어가니 영판 다른 세상이 전개되더라...

그런, 그런 비슷한 이야기들이,

 

아마 천지만물을 창조한 신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면 그렇게 뵈지 않을까요?

아름답게도,

또는 측은하게도, 또는 안타깝고,.......미련 곰탱이 같이 바보스럽고......

 

 

등나무 높은 가지 사이로 하얀 버섯이 올망졸망 매달렸습니다.

높은 곳이라 의자를 두고 손을 뻗쳐서 겨우 찍었습니다.

등나무 죽은 가지에는 버섯이 잘 꼬이긴해도 이런 버섯은 처음 봅니다(등나무에서)

낮은 곳에는 없던데...꽤나 깔끔한 성격을 가진 버섯인가 봅니다.

 

거미도 부지런히 집을 짓고 먹이를 얻기 위한 생활을 합니다.

저런! 배도 부르지 않을(^^*) 보석만 잔뜩 걸렸군요.

 

 

대추나무 사이로 뭔가 보입니다.

...버섯인가 봅니다. 비 온 뒤에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스러질 것을....

잠시라도 어떻게 이 세상에 얼굴 디밀어 살아보겠다는 안까님입니다.

 

대추나무 수피가 제법 꺼칠꺼칠해서 나이가 꽤 들어 보이나요?

ㅎㅎㅎ 1988년 올림픽 기념으로  리어카에서 5,000원 주고 사서 심은  묘목이 이렇게 자랐답니다.

빗자루병에 걸린 걸  제가 지극정성으로 살려 냈습니다.

 

이끼 속에는 지금 그 어떤 생명의 씨앗을 품은 요람이 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병이 들어 베어버렸던 대추나무 그루터기에도 뭔가 보입니다.

위엣 그림, 살아있는 대추나무에도 뭔가 고개를 내미는 하얀 것,

하얀 버섯이 마치 확대해 논 우담바라처럼 붙어있군요, (작고 예쁘지요?)

 

 

확대해보니....접사 실력이 실력인지라 별반...도움 안 됩니다.

 

 

확대사진을 보던 중...더 작은 처음 보는 버섯입니다.

마치 물집이 난 것처럼 퐁퐁 터져 오르는군요.

 

 

나무에 돋아나는 버섯을 유심히 살펴보는 데에는 제게 그 계기가 있습니다.

오래전, 어제처럼 그 폭풍이 지나간 계곡을 갔습니다.

물이 불어난 계곡물 구경도 좋아하려니와.....말끔히 씻겨져 내려간, 대청소가 된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물론 태풍에 뽑힌 나무며 찢겨져 나간 가지며 ....꿈쩍도 않을 계곡 돌멩이가 굴러 다른 자리에 앉아있기도 하고....

 

딱 오늘 같은 날,

산 속을 가면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 날 역시나 폭풍우 갠 뒤, 계곡에는 아무도 없었지요.

너른 주차장 광장에는 공익요원들도 부러진 가지만을  차에다 싣고 떠난 뒤....

힘차게 흐르던 계곡 물 소리뿐이었지요.

 

불어난 물들,

어쩌면 모처럼 즐겁게 소리 내어 흐르는 듯,

그 때 내 눈에는 나무 등걸 초록 이끼를 녹색 융단인양 딛고 선 앙증맞은 빨간 실버섯!!

흑! 하고 숨을 멈출 정도로 매혹적이던 그 모습, 

 

그리고 몇 해 전 겨울 집 마당에서....묵은 나무둥치 사이로 다닥다닥 달려있던 작은 단추같은,

회색빛 흑진주알 같은.... 무더기....군락을 만났을 때,

그 걸 사진을 찍어서 야생화 싸이트에도 올리고 문의를 하였건만,,,

박사님들 묵묵부답, 손가락을 함께 찍어 비교는 잘하였다는 말뿐....

 

지금 그 사진은 어디에 묻혀 있을 텐데....

그 후로도 불쑥 불쑥 솟아오르는 버섯들,

아주 신기롭고 재미있어요.

 

없는 것 같아보여도 숨은 그림 찾기하듯 하면 네댓 종류는 나온다니까요. 이렇게~~~

 

 

 

 

등나무도 아주 지독한 (생명력 끈질긴) 수종인데... ‘남산제비꽃’ 은 한 수 더 합니다.

그런 모진 넘 품에도 마다 않고 안겨서 자랍니다.

남산제비를 얻어다 심었는데...얼마나 잘 번져나는지....마치 바위취 같은 넘들입니다.

 

 

 

이 버섯은 이름은 잘 모르지만 좀 지저분한 곳에 생기는 버섯입니다.

얼핏보아 식용 표고와 모습이 흠사하지요?

이 늠은 습하고 눅눅한 곳에 어김없이 자라납니다.

절대로 식용은 아니랍니다.

 

버섯, 식용 같다고 함부로 드시면 큰일 나는 건 아시지요??

 

이렇게 자연 속에는 우리들만, 그리고 유익한 것만 있는 게 아닌 것 같군요.

피해가 많은 태풍마저도 다  나름의 필요가 있는 우주 자연법칙 중, 그  하나겠거니 생각합니다.

 

 

 

글;사진/이요조 2006,7월 11일

 

 

 

비 그친 뒤, 이틑날(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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