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찍으며 난 오른쪽에 있는 늠이 죽은줄 알았다.

고개를 쭈욱 늘어트리고 있는 모습에....

아마도 이소 날짜는 안되었지만 작은 둥지가 너무 더워서 일찍 둥지를 벗어난 듯 보였다.

먼저 떨어져.....쓰레기 봉투받이 쇠로 만든 대위에 떨어진 늠은

그만 그늘도 없는 더위를 견디지 못했나보다.

 

게으르게 마당에 있는 개사료만 먹여서 새끼들이 힘을 못쓰지 않냐고

나무라는 소리를 알아들었는지 잠자리를 물고왔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핸폰으로 댕겨찍은 사진

 

 

 

 

8월4일 한 마리가 둥지에서 90도 각도쯤 되는 곳에 떨어져 햇볕에 죽고...(추정잡아 1~2시간 내에)

 

 

8월5일 앞집 할머니가 날 불러 난리도 아니었다. 너무 더워서 문 꽁공 닫고 에어컨 켜놓고 주방에서 나물붂고 있었는데...

할머니 빨래 널려갔다가 옥상에서 바라보니 은솔이가 뭔가 물고 뒷마당으로 갔단다. 애기새 같으니 빨리 가보란다.

은솔이를 야단쳐서 몰아내고 가보니 아무 흔적도 없다.

좀 있으니 뭔가 파닥파닥....뒤뚱거리며 난다.

 - 아! 살아있다.-

 

 

 

의자를 놓고 기를 쓰고 팔을 뻗치니 사진에 보이는 저들 앉았던 장소에 올려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순간 또 한늠이 구석에서 파다닥......우리집 개들이 사냥본능을 일으킨다.

기겁을 해서 놈들을 쫓아내고 은솔이 입에 물려 이동을 해서 유체이탈되어 얼빠진 늠보다는 훨씬 낫다.

 

 

다시 의자위에서 기를 쓰며 올려 놓았는데.....의자에서 내가 내려옴과 동시에 파드득 날아 떨어진다.

순간 마리와 은솔이 두 마리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따라 붙는다.

직잡구리 에미 애비는 나 죽는다고 찍찍대고....나는 고함을 지르고,

 

 

옳다구나 싶어서 작은 바구니를 가져와 두 늠을 담아 다른 나무가지에 걸어주었다.

뽀로로롱,.....또 나온다.

강쥐들은 길길이 날뛰고....마당 옆켠이라 할수 없이 강쥐들 못들어가게 뭘 막아주는 수 밖에 없다.

땀이 줄줄 비 오듯 흐른다.

 

 

< 시끄러....이늠들아 ~ 니네 새끼들 맨날 개밥만 맥여서 제대로 날지도 못하잖냐~~>

야단을 쳤다.

워메~직박구리 이소시키려다 사람 잡겠네!!

찬물 샤워로 뜨거운 열기를 좀 식히고 다시 마당으로 귀를 기우리니 여기 풀숲에서 찍찍......저기 돌틈에서 찍찍~~

무사하긴 하다.

어서 빨리 어두워지기만을 바라며....틈틈이 개들  그 근방으로 못들어 가게 망을 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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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 할머니 아드님....난리통에 뭔가 알아보더니

<그늠들...어찌 텃세도 심하고 번식도 빠르니 걍 내버려둬요~ > 한다.

할머니나 내가 통하는 건 둘 다 짐승을 가족처럼 사랑한다는 거다.

할머니도 개를 자식처럼 키우고.....나도 눈 멀고 늙고 그악스러운 마리를 마다않고 잘 키우고 있으니~~

이번 일본 여행때도 집을 비우게 되자.

앞집 할머니께 부탁 담장너머 사료를 아침 저녁으로 박수에 줄을 매달아 내려주셨는데....

긍게 사람마다 뭣이든 다 다르다니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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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자고나니 팔이 아프다.

<여보 나 잠 잘못잤나봐~> 견디려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동네 의원을 찾았다.

<잠 못잔 근육이 아니고 안쓰던 근육을 무리한 것 같다>는 의사쌤 말에......<아~~ 어제 직박구리~~~~>

 

 

 

아침에 개사료를 주르륵 소리내며 주고나니...난데없는 애기새들이 배고프다 여기저기서 난리다. (아놔! 사롸있네~)

개사료 붓는 소리를 들었나?

<사료 좀 먹이지 마~> 하고 담장에 있는 어미? 에비? 에게 윽박질렀다.

아침은 해결됐는지.....좀 있다 점심 때 또 배가 고픈지 찍찍댄다.

바로 그때 어디서 잠자리를 하나 물고와서 내게 자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녁에도 ,,역시 직박구리 일가들 울음소리로 마당이 그득하다.

-에그.....날도 더분데  날도모하는 얼라들 델꼬 가믄 어데로 갈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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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7일

중부권 막바지 폭염이란다.

조용하다. 지난 밤에 날아갔는지.....아침 일찍에 날아갔는지 흔적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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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잘 살아라~~

오른쪽 목근육이 뭉쳤다가 팔뚝으로 타고 내려오며 아팠는데....오십견인가? 하고 걱정했던 통증이

직박구리 일가를 내 보내고 나니 사라졌다.

휴~~ 마치 내가 낳아서 보낸 것 같네....짜씩들...

내년에 또 오기만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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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박구리의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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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2012년 이소)

새끼를 지키기위해 마치 깡패같았던 직박구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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