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과의 수수꽃다리

 

  한 6~7년 되어가나 봅니다.
아이가 아팠을 때 병간호를 하면서 병원에서 책을 빌려보았습니다.
그냥...소설인데 아마 상, 하권까지 있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하도 무료하니까 병원의 이동도서관 책을 빌려서 읽었던 소설로,

그냥 멜로드라마처럼 읽기 편하게, 재밌게 사랑이야기를 소재로한 소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목은 [수수꽃다리]
너무 꽃 이름이 예뻐서 어떻게 생긴 꽃일까 무척 궁금했더랬습니다.
봄꽃 져버린 가을이었나 봅니다. 아이의 휠체어를 끌고나간  정원에서

수수꽃다리란 팻말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그 때 아마 내 눈은 크게 둥그레졌겠지요.
 
꽃은 없지만....잎은 마치 심장 모양처럼 하트형입니다.
나무도 아주 단아하게 사랑스럽게도 생겼습니다.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라서 수수꽃다리에 흠씬 빠져들었지요.
나무 생김새나 잎사귀가 이리도 예쁘니...꽃도 필경 예쁠 거라고요.
가지는 하나같이 매끈하게 생겼지요.
 
그 다음 해 봄에 다시 병원을 갈 일이 생겼습니다. 세상에...바로 라일락꽃이었던 겁니다.
 
저희 집에도 라일락이 있습니다.
가지는 제 멋대로 자라나고...라일락가지는 힘이 없어서 묵은 가지는 섞은 듯 버석해서 툭툭 잘라지기 일쑤였고  잎은 크고 장방형입니다.  감나무 잎 크기만 합니다.  앞머리가 하트처럼 잘룩 들어간 것 특징 외엔....
 
아주 심장처럼 하트모양처럼 그렇게 생겨먹진 않았습니다.
그저 창가에다 심으면 향기가 들어오겠거니.....유리창에 바트게 심어논 죄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수수꽃다리는 라일락이 맞았고....원산지가 우리나라인 꽃은 어느새 미국이름을 띈 라일락으로 거꾸로 들어왔습니다.

 

 

통상 서양에서는 리라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노랫말에도 있지요(구세대만아는 가요)  ♪ 리라꽃 피는 계절이 오면~~♬
 
참다래가 키위가 되어 들어왔고....그런 종류는 부지기수 입니다.
 
일본인들은 얼마나 발 빠른지...무슨 식물이든 세계학회에다 보고하면서 학명에 꼭 저희나라 이름을 죄다 붙여놓습니다. 어떨 때는 짜증이 버럭 나기도 하지요.
 
꽃 하나에도 로열티를 지불해야하는 세상입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꽃박람회를 하면서 고유(야생화)종을 선보이기도 하고 있지만...어느새  '비비추'마저도 어느 나라에서(?)  아예 연구에 연구를 거듭 개량하여  이름을 등록했다더군요.
 
수수꽃다리!
이리 예쁜 이름을 두고 라일락이라니요?
 
꽃말이 가득한 사이트를 뒤졌더니 똑 같은 꽃을 두고 이렇게 따로 적혔군요.
 
수수꽃다리 - 회상, 기쁨, 우애
라일락 - 친구의 사랑, 우애

 


 

 

 저희 집 못난이 토종 수수꽃다리도 봉오리를 머금었습니다.
보라색꽃망울이 마치 친구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았군요!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이 자라 오르고 꽃이 벙그면 향내가 진동할 것입니다.
 
참, 잎새는 길죽하여 멋이 없지만 저희 집의 수수꽃다리는 가을이면 단풍이 무척 곱습니다.
감나무 잎은 붉디붉지만 수수꽃다리는 특이하게 진하고도 검붉은 자주빛입니다. 까맣다고 해야하나요? 검은 자줏빛입니다.
반듯한 하트형의 잎을 가진 수수꽃다리 단풍은 눈 여겨 보지 않았군요.


 

2007년 3월15일 오후

 

 

우리집 수수꽃다리 반듯한 하트형 잎이 아니고  길쭉한 장방형의  잎사귀가 좀 밉상이다.

가지도 꺼칠하고...나무가지도 제 멋대로이고... ㅎㅎ~ 그러나 향내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photo 일기

 

새 카메라 드디어 구입했습니다.

케넌 익서스 똑딱이 마저 도난(중국여행길에)당하고 소니,디카로 쓰다가 나도 멋진 접사를 꿈꾸어 오다가

드디어 며칠 전 장만했습니다.

아직....손에 익질 않았지만...얘, 생일(3월12일)을 기억해줘야겠기에...

첫 샷으로 수수꽃다리를 찍었습니다.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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