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아니 봄까지  내내 기관지가 안 좋아서 애먹었다.
동네병원(가정의학과)만 주구장창 드나들었다.
하도 오래 다닌지라 약 먹기도 그렇고 목에서 나오는 색색거리는 내 소리에 잠이 덧들 지경이다.

 

주택이라 그런겨?  해마다 겨울이면...?

오래전 3구3탄 연탄보일러를 사용할 때, 지하실에서 연탄을 갈고 들어오면 목구멍에서 쌕쌕 피리소리가 나긴 했었지만~

 

그런데 아니다.
딸네 마이키(정원) 해산구완하러 가서 겨울을 잘 지내고 (남향이라 하루 종일 볕이 잘 드는 집)

11월에 가서 2월에 올 때 쯤 감기기침에 정신줄 놓을 정도로 시달렸는데...
입국하면서 그 때 유행인 사스 때문에 열나는 입국자를 감시하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어서 그 앞을 지나치며 괜스레 뜨끔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그것도 아니고...아니다 이번에는 봄이다.
겨울도 아니고 봄인데... 마당에 몽이(믹스견) 털갈이를 하는데...탈이 빠져도 빠져도 그리 많이 날리는 늠은 첨봤다.
큰 개로는 레트리버, 진도견 한 쌍을 키워봤는데도 몽이만은 ..두 손 두 발 다 들 지경이었다.

 

거기다가 미세먼지~~ 꽃가루 등등...(꽃만 많이 핀 관광지만 남도여행길로 찾아다녔다)
1박을 하면 자는 동료들을 깨울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음식을 먹을 때 기침이 발작적으로 자주 나오고,
남들과 잘 때(여행중) 특히 조심하려면 더 기침이 쏟아진다.

 

말없이 병원만 꾸벅꾸벅 찾다가 들척한 물약이 넘 먹기 싫어 약을 살짝 걸렀는데 계속 잊지않고 기침질이다.

듣기싫은 남편이 동네 의사쌤님께 무작정 맡기고 다니지만 말고  가서는 구체적으로 병명을 알려면 큰 병원을 가든지 고쳐야 될 아니냐고 가서 똑 부러지게 상담하란다.

요는 사후 약방문 만들지 말라는 으름장이다.

 

의사쌤님 말씀인 즉슨 계절성 천식이란다.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던지....개도 키우지 말고~)
미세먼지 꽃가루...집에서 키우는 개들~~
그리고 보니 집에도 늘 꽃이다. 살구꽃, 진달래꽃, 철쭉, 연산홍, 등꽃, 이젠 줄장미가 곧 필터이고~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약주를 하러 부부 둘만 나가기엔 넘 재미없어

남편 술 대작 메이트로 절친 한 분을 모시고 점심도 저녁도 아닌 조용한 시간을 잡아 간만에 나들이~
(난 밀밭에도 못갈뿐더러 올 때는 운전을 해야하니)
5월 5일이 마침 결혼기념일, 포천으로 향했다. 포천 깊이울은 오리고기로 유명한 곳이다.
오리고기가 요즘 대세니 오리고기와 약주로 OK~~

 

매운 것도 잘 못 먹는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풋고추 양념무침을 한 점 찍어 먹고는 그만 혀가 알딸딸해져서 절절매다가

물을 몇 컵이나 들이키고 무절임을 혀에 올리고 난리를 치고 났더니 벌써 물배가 부르다.

음식 맛도 뚝 떨어졌다.

 

고기도 쳐다보기도 싫고...얆게 썰어진 감자나 구워 겨자소스무침 양배추에 찍어 먹는데
감자를 서너 쪽 먹었을 때 겨자장에 담긴 채 썬 양배추를 감자에 감아 먹었는데...헉! 겨자 덩어리다.
컥~ 하면서 입에 든 걸 재채기와 함께 뱉어내긴 했는데...

내 생각에는 식도와 기관지의 교통정리가 잘 못된 듯...놀란 기관지가 닫힌 채 열어주질 않는 거 같았다.
말도 나오지도 않고 본능적으로 심호흡을 해보는데, 호흡은 거의 정지 상태였다.
기도와 식도로 나뉘는 곳에 점멸등이 켜졌다고나 할까?
불안이 엄습해 왔다.
앞에 남편이 있고 내 옆에 또 사람이 있지만....그들은 안쓰럽게만 쳐다보고 그냥 그렇게 좀 있다 보면 끝낼 줄 알았던 모양이다.

 

이 식당은 손님은 많아 자기 신발을 비닐봉지에 넣어서 들고 들어간다.
눈으로는 봉지가 쳐다보였으나 말이나 어떤 행동을 지시할 수조차 없었다.

콧구멍이 두 개지만 어림도 없어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흉부까지 들썩여 보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는 답답함이란...

말 그대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입구에 매달린 숱한 봉지 쪽으로 눈이 갔지만....마음 뿐~
봉지를 얼굴에 가져다 대면 입을 한껏 벌리고 질식할 것 같은 잔뜩 겁먹은 표정이 가려지면서 봉지가 산소 호흡기처럼 조금의 양이라도 줄었다 늘었다 하는 걸 보게 되면 우선 안정을 찾아 서서히 숨이 쉬어질 것 같겠다는 뇌리를 전광석화로 스쳐지나가는 생각 뿐이었다.

 

이제야 봉지호흡을 검색해보니 과호흡이란다. 산소를 과하게?
아닌 것 같다. 심한 스트레스등에 갑자기 호흡계에 이상증상이 온 것이다.

심지어 부부싸움 끝에....스트레스에도 온다는데...

그때는 봉지를 갖다 대어 거꾸로 자신의 내뱉는 숨, 이산화탄소를 마시랬는데...

 

나 같은 경우는 이산화탄소를 마실 필요는 없고....봉지를 좀 느슨하게 해서 깊은 호흡을 시도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내 경우엔 아무리 호흡을 들이키려해도 들숨날숨이 안 되는 불안만 엄습해왔다.
아마도 질식하는 게 이런 거 아닐까 싶다.

물수건을 펴서 두 손으로 가린 채 심호흡을 해봤으나....그 게 그렇게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내 생각엔 ...5분? 3분? 입 앞에 물을 좀 갖다 주면 좋으련만, 남편과 지인은 내가 물도 직접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안 모양이다.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물이란 말을 하려니...겨우 무~ 하는 갈라진 소리만 나왔다.
그나마 내가 손으로 가리키니까 알아듣고 재빨리 물을 준다.

물을 조금 마시고...10분쯤 더 호흡을 고르려고 남들 모르게 헉헉 거려야만 했다.
옆에 지인이 자리를 뜬 틈을 타서....쉬고 갈라진 목소리로
<여보! 나 담에도 그러면 저런 봉지를 입에다 대줘~ 아라찌?>
그랬다.

 

봉지호흡법이 뭔지도 모르지만....나의 들숨날숨의 모습이 눈 앞에서 미세하나마 살아 움직이는 게 보인다면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을 취해 천천히 올바른 호흡 길을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고 혼자서 학학...긴 숨을 들이쉬어 본다.
의식치 못하고 호흡을 하며 사는 우리들...산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호흡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앞으로는 이런 일이 무서워서 핸드빽에 비상으로 비닐봉지를 갖고 다녀야하나?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더 내 신체에 감사드리며 소중하게 살 일이다.

 

 

저 같은 경우가 있을까봐 자세히 글로 기록해 둡니다.

과호흡인지 뭔지 몰라도 봉지를 사용하면(일그러진 얼굴도 가리고)  

마치 산소호흡기를 갖다 댄 것 같은 심리적 안정감이 들어

정상적인 호흡조절이 용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꾸준히 잘 먹어주면 효과가 있는 물약~

 

식당을 나서면서 운전대를 잡기엔 좀 그랬지만

포천 허브아일랜드에도 들렀다.

화관이 놓여있는 포도존 벤치에 앉아 사진 찍은 걸 보니

아주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

 

 

 

결혼 40주년에 아무케나(정신없이) 써 본 화관~

아! 손자를 넷 둔 할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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