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되신 나의 어머니는 해마다 봄이면 누누이 되뇌셨다.
멸치는 봄멸치여야 맛나고 봄멸치라도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보리가 패고_ 보리 누름에~(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때)그런 봄이어야 참멸치(꽃멸치)가 알이 배어서 맛이 있다고, 겨우살이 김장준비 걱정을 일찌감치도 하셨다.
봄에 담근 멸치가 여름방학쯤 되면 그 살이 흐믈어지지않고 딱 알맞게 익어서 생젓갈로 먹기 좋았다.
어머니가 풋고추 쏭쏭 썰어 다져넣고 파마늘 고춧가루 깨가루로 잔뜩 양념해 놓으시면 어린 나는 찬물에 밥을 말아서 그 비린 것을 좋아하여 잘도 먹어냈다.
그 걸 보는 집안사람이나....손님들은 "에휴 비린걸 너무 좋아하면 엄마가 죽어도 눈물도 안 흘린단다"
하며 놀렸지만 한여름 찬물에 만 밥을 한 술 푹-떠서는 밥수저에 비린 젓갈을 발라서 척-하니 올려서 먹길 좋아하였다. 아니 즐겼다. 그 어린 나이에도~~
(지금은 고향을 멀리 떠나온 뒤로는 젓갈반찬으로는 왠지(너무 비려서) 못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젠 너무 잘 운다. ㅠ,.ㅠ)
아마도 울 어머니는 늘 꾸준한 이야기 말씀으로 우리 자매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시키셨나보다.
살아가면서....어머니 하시던 말씀이 교과서 갈피, 갈피에 적힌 말씀처럼 언제나 먼저 떠오르니~ 이 아니 명언일꼬!
송화가루가 폴폴 날리는 오월이면 바다의 생물들은 대개 거의가 산란기를 맞는다.
더러는 산란기를 보호하느라...스스로 (패류)독소를 내뿜기도 하고....
기장군 연화리에서 바라본 대변항의 아침!
멸치배가 새벽을 깨우는 어촌, 기장은 멸치의 고장이다. 역시나 올해도 ’기장멸치 축제’가 지역특산물인 멸치를 이용한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제공되는4월20일 개막돼 3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얼마나 북적대는지... 기장, 대변항의 2차선 좁은 도로는 거의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상택아, 니는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하고 바다 거북이하고 헤엄치기 시합하믄 누가 이길껏 같노.”
“조오련.”
“거 봐라.”
“아이다, 거북이가 물 속에서는 을매나 빠른데.”
“물 속말고, 물 우에서.”
“임마! 니가 아까는 물 속에서라고 캤다 아이가.”
“내가? 내가 운제.”
“와! 쌔끼, 진짜 꼬롬하네.”......................................영화 "친구" 대사 中...
대변항구, 멸치잡이 항구로 유명한 큰 어항, 대변은 부산에서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항구로 들어오는 고깃배의 정겨운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이다.
밤이면 수십척의 고깃배들이 기장 해안에 불을 밝혀 불야성을 이룬다.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하기에도 그저 그만인 해안도로~ 차창을 열고 달리자! 바다향이 품안으로 안겨올테니~~
번잡한 대변항을 조금 비껴 기장 연화리 횟집에 들렀다.
우리가 자리잡은 횟집 이층 방까지 찾아오신 빈객!!
이런~ 이런~ 제비가 정말 용케도 삼짇날을 기해서 잊지도 않고 어김없이 찾아 왔네~~ 그려~
새 보금자리를 틀 곳을 물색하러 찾아들었을까?
아무튼 첫 제비를 만나보니 기분이 좋다. 시켰던 음식중, 멸치회가 들어왔다.
TV를 통해 부산 기장멸치 축제의 멸치회를 볼 때, 얼마나 먹고 싶든지.....침이 입안 하나 가득 고였었다.
한 접시에 이만원짜리 생멸치회....부드럽고 달콤 고소하다.
전혀 비리지가 않다.
위엣 사진은 2007년 멸치회고 아랫사진은 2006년 멸치회다. ㅎㅎ 해마다 멸치철이면 오게 되누나~
멸치젓갈도 준비하고, 마른멸치도 사고 또 다시마도 사오고....
멸치찌개! (우리말 정석으로는 찌개가 아니고 조치랄까? 바특하게 끓여냈으니)
어렸을 적, 어머니가 많이 끓여주시던 그립던 그 맛!! 멸치지진것!
봄이오면 군둥내나는 묵은지를 아낌없이 깔기도 하고 혹은 취나물을 듬뿍깔기도 하고....그 위에 생멸치를 얹고 고춧가루 파마늘 양념장을 가만가만 얹어 뽀드라시(국물 자작하니) 끓여내던 찌개!!
주로 일요일 점심나절 엄마는 유난히 좋아하시던 상추를 한 바구니 준비하시고 점심상을 내 오시면 우리 형제 다섯은 숟가락 딱딱-부딪쳐가며 코박고 먹던 봄철 음식이었다.
그 작은 생선을 뭐 바를 것 있다고 뼈를 바르는 우리를 보다못하신 어머니....일일이 뼈를 발르고 머리를 떼고 물 작게 붓고 자작자작 지져 놓으시면~~
우리는 멸치만 쏙쏙 먹고...어머닌 솎아낸 여린 상추를 손바닥 가득 깔아 쌈을 싸시며~~
크게 한 입 우물거려 잡숫고는
"니들도 이리 함 먹어보그라~ 메루치 찌진거슨 욜케 상추쌈캉 무야지 지맛이제~"
하시던 그 목소리....귀에도 여직 쟁쟁한데....
엄마~~
너무 그리운 맛이었다. 눈물이 날만큼....입안 가득....알싸한 향취 번져나는 방아잎까지 넣은 그 추억의 맛!
횟집을 나서며 정말 맛있게 잘먹었노라....인사를 진심으로 고개 숙여가며 건넸다.
어릴적처럼 뼈를 발라내지도 않고 먹었는데...어떻게 어디로 먹었는지...모르겠다. 입안에서 스르르 녹던,
달착지근한 엄마 품의 젖내같은 추억의 맛이다.
꿈에나 그리던 엄마를 맛으로 만나보고 오는 길이다.(ㅠ.ㅜ)
물론 회도 시켰다. 바닥가의 횟집들은 무나 푸성귀를 깔거나 씰떼읍는 갈롱(멋)을 부리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생선회만 썰어 수북히 담아낸다.
장어(아나고)는 요즘엔 이렇게 곱게 썰어서 물에 씻어 보송거리게 탈수해서 내어놓는다.
예전에는 뼈채 그냥 썰어서 먹었는데...어르신들께 드릴 아나고 회만 뼈를 추려낼 정도였는데...
요즘은 아예 기계썰이로 나오니...이렇게 부드럽다. (기름끼가 많아 썰어서 씻어 탈수하는 게 좋다고 한다/먹어서 혹 배탈을 염려 안해도 된다는...)
기장 연화리의 횟집이다.
횟집 선전은 아니고 우리가 머물러 먹었던 바로 옆집이다.
연화리는 바닷가에 인접하여 포장횟집이 줄지어 있어 그 맛이 싸기로도 유명하다.
영덕에 가면 어마어마하게 큰 영덕게 조형물을 많이 보았지만....벽을 뚫고 나온 물고기 조형물이 재미있다.
횟집 조형물로는 가히 아이디어상 깜이다.
대변항 멸치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전국어디라도 택배로 가능하다. 멸치만 고르면 소금에 버무려....프라스틱 통에 담겨져 보내온다.
테이프로 바르고 어찌나 봉했는지...깨끗하다.
그대로 두고 삭혀 먹으면 좋다. 멸치젓은 곰삭을 수록 그 맛이 깊어좋다.
멸치를 터는 작업장 부근에는 비린 물이 튀어서 근처에 갈 엄두를 못냈다.
그러나 그물에서 툭툭 떨어져 퍼득거리는 멸치떼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으로 눈이 부시다.
지금 대변항에는 싱싱한 봄멸치를 끌어올린 그물을 터는 작업이 한창이다.
포구에서 그물을 끌어내려 멸치를 털어내는 모습은 어촌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다의 힘찬 약동이다.
작업하는 곳의 바로 아래 바닷물은 한바가지 떠 올리면 그대로 액젓(?)같은 색깔이다.
멸치 시세는 매일마다 그때그때 약간씩 달라진다.
멸치작업하는 어부들의 등 뒤로 멸치가 우수수 떨어진다.
재미로 그 걸 급조한 통에다가 줏어담는 구경객들도 쉽게 볼 수가 있다. 실로 흥겨운 축제 한마당이다.
제비도 오고, 때아닌 까마귀도 먹거리 풍부한 바닷가에 까지 나오고,
까스스한 보리가 패기 시작했다. 기장 포구에 은빛멸치떼가 몰려온다.
봄이 바다를 저 먼저 건너 오고 있었다.
바다 물결따라 흔들 흔들거리면서~~~~~
땅에는 아지랑이 아롱아롱, 나는 봄멀미로 어질어질~~~
근간에 다시마가 떨어져서 마트에서 샀더니...왼쪽에 보이는 작은 봉지가 2,500원이다.
ㅎㅎㅎ 부산 내려가기 전에 전화로 이야기삼아 걱정했더니...언니가 미리 사다놔서 다시마, 멸치 가격은 공짜! ( 대머리될라~멸치가 아주 아주 좋다)
반년 쯤.....농사는 그저, 공짜로다 확실히 걷어 온 셈이다.
다시마를 오늘밤엔 먹기좋게 잘라서 보관해야겠다. 이 곳에서 산 것과 비교를 해보니 짜지도 않고 맛있다. 그냥 맨입에 오물거려도 역시 들큰하고 맛나다.
집, 마당에는 택배가 사람보다 먼저 도착하여 있고...
(이 또한 계산은 남동생이 하고...정녕 좋은 봄이로쎄~ 얼쑤!!)
기장멸치, 주문처
기장특산물마트 - 수산물 쇼핑몰. 산모용 기장미역, 다시마, 오징어, 멸치젓갈, 마른멸치 등 판매.
http://www.gijangjeil.com
사진: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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