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이제는 폐쇄해 버린 우물입니다.


이젠 그 깊이를 가늠 할 수 조차 없습니다.


옛날의 그 물 맛도 잊혀졌습니다.


흰 구름 흘러가던 하늘을 안았던 기억도...


아낙들의 재깔대는 수다도, 굴러가던 웃음도...


정자 지붕과 함께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그 뼈대만 을씨년스럽습니다.




간혹 다가 온 새의 발자국을 남 몰래 사랑한


우물가 개나리만 화사함 시큰하게 피어났습니다.


이런 날은 어리디 어린 개구장이 하나 어디서 다가와


예전처럼 '퐁당' 돌을 던져 주어도 나, 행복할것 같습니다.


내 귀에 "퐁~당~" 돌 떨어지는 맑디 맑은


물소리의 울림 조차 이젠 아련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게 잊혀져 갔습니다.




아무리 아무리 돌을 던져 넣어도


그 어둠의 공허는 끝 간데 없습니다.


녹 쓴 양철 뚜껑 아래서 음습한 메아리는


눈이 멀고, 귀까지도 먼, 잠 든 눈물로,


내 모든 걸 포기한 기약없는 그리움의 빈자리로 남아


아껴둔 또 하나의 뚜껑으로 밀폐됩니다.


아~~ 그대 지나치며 물 한모금 마신 후로,



글: 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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