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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다 림

시조


온종일 기다리다


삽짝이 닳는구나


오라는 님 아니오고


서쪽 창에 노을만 드네


흰 박꽃 달빛에 저려


눈물같이 피누나





님을 위해 잘 익힌


술동이를 그러 안고


마음의 빈 강에다


나룻배 띄워 놓고


어둔 밤 길 못드실라


조용히 노래하네



이요조










올 해 정초에
나보다 한참 선배님의 `시조카페 난에다 누구란 말도 않고 처음으로 글을 올렸었다.
곧 이어 선생님께서 친절한 답글을 보내왔다.
요약인즉슨
"님의 시조는 너무 진부하다"
(선배님 만약 보신다면 이 무례를 용서하소서)는 답변이셨다.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저도 알지요......
현대시조가.. 심오성?을 띈다는것을 알지요.
현대 詩보다 더 어려움을....
그 넘의 定型틀을...
스틱을 사용하면 오토도 할 수있다는 대 선배님들 가르치심을......

그냥 쓰고 싶어서 써 보았는데...
눈물같은 사랑도 없으면서......
박꽃도 없으면서......
더 더구나 찾아줄 님도 없으면서.....

詩란 관념의 세계다.

아우슈비츠의 비극이후 우리 문학계에서는 자연주의..낭만주의.서정성이
도태되었다.
아니 시인들은 더 이상 아우슈비츠 사건들로하여
더 이상 서정시의 나열로 부끄러워질 수 없었다.

함께.....피살되었다.
죽고 사라졌다.

그런데.....
네티즌 들의 자작글을 보노라니...
아~~~
죽은 것이 아님을 보았다.그리고 난 느꼈다.

지하 레지스탕스들처럼......
눈알 붉게 충혈 된 채로 성성하게 살아 있음을.....

사람들은
戀詩를 쓰면 조야하다 그런다.

나 자신
어떨 때는 조야하여 부끄러울 때가 있다.

이 시대의 詩는 기술적 합리성의 세계가 마치 주관인양
장악하고 있음을...

詩란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
누구든..
가슴이 정말 아파 본 사람은 안다.

혹독한 열병으로 아파보아야만 詩가 됨을....
열대지방에 사는 이들에겐
소설가가 없고 시인이 없다.

추운 북쪽 지방일 수록
우린 거장을 만나 볼 수 있다.

섹스피어가 그렇고
톨스토이가 그렇고

삶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사는자들의
관념,

그 게
모여 피같은 글이 창출 되어진다.

참,
눈물을 아는 자,
그 비극이 카타르시스를 구현하고.

이야기 본론은
내가 그렇게 시조시인이 조야한 걸 쓴다고 된통 야단 맞은 시를
누가.....
그 시에 집착한단다.
제목마저 나름대로 '삽짝'이라 명하며...
그래서 2,3,4 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그랬다.
그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줄도 모르고.....

마침내
며칠 전
그는 내게 으름장을 놓았다.
기다리다 지쳤나보다.

"내가 시조 작가가 되는게 빠르겠소.
삽짝2, 3 4 는 요원하시고... 맨날 도봉산에 미스터 김 이야기요?"

난 황당했다.
뭐라고 답변을 해야하나?
며칠을 두고 고민했다.
이 글을 그도 볼 것이다.

*답변*
요즘 글 쓰기를 거의 포기한 나를 돌아다 봅니다.

많이 생각하게 하는 말씀이군요
시를 쓰다가도 나 자신 딜레머에 곧잘 빠지곤 한답니다.

어느날 시가 우습게 여겨지다가.....
이렇게 님이 주신 따끔한 충고로
꺼진 마음에 불을 지피다가......
예술성의 한계를 비참하게 느껴 보다가.....

그러구러 세월이 갑니다 그려......


아래 그와 비슷한 것 한 점 보내드리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채찍' 받아 들입니다.


★기다림은 우리네 삶의 희망이였습니다.

한 낮(젊음)서 부터 기다려 왔고

이제 날도 저물어 황혼이 찾아왔습니다.

곧 일몰이 되면, 어둠이 내리겠지요.

그대는 올듯 올듯 오시지를 않고......

아~

어디선가 장닭이 홰를 치면

곧 먼동이 트겠지요.

내세엔 그렇게나 간절히 기다리던

기다림이란 아예 없어도 되는 곳,

이젠 그 곳을 기다리렵니다.

그 곳,

먼동을....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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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未忘)*





그대 오신다기에

나는 하루 왼종일을 문 밖에서 기다렸지요.

서쪽 창에 노을이 들 때까지,

박꽃이 하야니 필 때까지 서성이였지요.


그대 오신다기에

내마음은 하늘처럼 푸르러 드높았었지요.

그 하늘을 가르며 날아 오르는 한마리 새를 보았지요

종달새 처럼 솟구치며 마구 노래하고 싶었지요.


그대 오신다기에

새 식탁보에 은 수저도 가지런히 놓고 촛불을 밝혔지요.

모본단 이불에 원앙침도 놓았지요.

나는 어둔 밤길을 눈(目)으로 쓸고 또 쓸었지요.


그대 오신다기에

나는 행여 못 찾으실까 나직히 노래도 불렀지요.

어둠을 헤치고 휘적 휘적 걸어 올 당신을

기다리다가...

기다림에 지쳐 ....

미망에 더케만 더 쌓였지요.

더,
.
.
.
.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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