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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눈 내리는 강가로 나왔습니다.*



오늘도 강가로 나왔습니다.
건너지 못할 강 이쪽과 저쪽이 이어져 있다면
당신과 나,
이 물 줄기로 인해 닿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길을 걷습니다.
이 길이 당신 걷는 길과 이어져 있다면
당신과 나,
이 길로 곧장 가면 언제고 만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 부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 바람이 당신 계신 곳에서 불어왔다면
당신과 나,
이 바람에 머리카락을 함께 날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가 옵니다.
갑자기 오는 비는 아무도 피할 수 없습니다.
당신과 나,
서로에게 우산이 되려듯 몸을 옹송거려 웃으며 뛰어 갈 때,
설렁탕 간판이 거꾸로 매달려 있던
길다랗기만 하던 좁은 골목길을 기억하는지요.

눈이 내립니다.
첫 눈이 내립니다.
지금 당신도 첫눈을 보고 있겠지요
펑펑, 흰 눈이 쏟아지듯 내립니다.

저 눈처럼
나 또한 쏟아져 내립니다.
이러다간 내가 묻힐 것만 같습니다.
온통 당신 생각에 파묻히고 말 것입니다.

잠이 옵니다.
난 지금 눈송이로 녹아내립니다.
당신 코트깃에 앉아
당신 입김에 잦아들,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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