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들판에 옥수수가 익어가는 여름이다.
정말로 덥구나, 너희들을 위해 옥수수를 쪄두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밍근한 맛보다는 약간은 찝찌름한 맛이 절로 댕기는 법이거든~
그러나 저러나 너, 실제로 옥수수가 열리는 모습을 본 적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옥수수수염은 처음에는 흰빛이란다. 뜨거운 여름 볕에 익어선지 그 빛깔이 발그레 지다가 그 수염 끝이 가슬가슬 말라가면 옥수수가 잘 여문 것이란다. 너 옥수수라면 밥보다 더 좋아라하지? 옥수수가 귀할 철에는 옥수수 칩이라도 사먹어야 하는 너 아니더냐?
오늘은 널 위해 옥수수를 한 망으로 사 두고는 널 생각한다. 혹여 멀리라도 시집을 가게 되면 누가 옥수수를 쪄주나 싶어서 ....
지금에야 옥수수가 간식에 불과하지만 아주 옛날 강원도 산골에서는 옥수수가 주식이었다는구나,
그래도 그 옥수수를 그냥 먹지 않고 지혜를 짜내어 가루를 만들어 끓이다가 찬물위에 체를 놓고 졸졸 흘러내리는 것을 받아 내려서
올갱(챙)이란 이름의 국수를 만들고 또는 후루룩 먹을 때 콧등을 탁 치고 들어가는 맛의 <콧등치기>란 메밀국수!!
이 모두가 얼마나 정겨운 고유 음식들의 이름들인지~ 옛 선조님들의 솜씨나 표현이 참으로 해학과 낭만으로 깃들어 멋지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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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솥에 삶아진 옥수수
나도 오늘은 옥수수를 사왔다.
마트에서 감질나게 댓 개씩 사오다가 중복인 요즘이 딱 제 철인지 많이 쏟아져 나오기에 엄마의 큰 손이 가만있을라구~
한 망을 사왔다. 옥수수에 대한 추억이 어르신 세대엔 너나없이 많을 게다. 너희들은 농촌출신 아니면 맛만 기억할 테니 안타깝다만,
엄만 어렸을 적 외할머니 댁에 가면 이른 아침에 텃밭에 나가시는 할머니 뒤를 졸레졸레 따라 나갔지
강원도가 아니라 옥수수는 그냥 손자들 오면 쪄주시려고 작은 고랑으로 심어놓으셨지
<어느 늠이 익었나?> 할머니는 정구지와 애호박과 키가 짧고 깜장 노랑알이 알록달록 잇속처럼 가지런히 박힌 옥수수를 서너 개 따서 소쿠리에 담아서 정지깐에 들어가시면 밥 짓는 가마솥 한 켠에서 밥풀을 군데군데 묻혀가며 잘 익어가던 강냉이~
소금 간, 단 맛은 무슨~ 그대로도 얼마나 구수하고 다디달던지.....
속고갱이에 단물이 다 나오도록 쪽쪽 소리 나게 빨아 먹었단다.
사투리로 옥시기 혹은 異名으로 강냉이라 불리는 옥수수는 따오는 즉시 삶는 게 제일 부드럽고 맛있단다. 아니래도 장에서 사오는 즉시 삶아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면 맛도 없어질 뿐 아니라 어쎄어진단다. 아무리 양이 많더라도 엄마 말대로 한꺼번에 다 삶아 보렴,
아니면 얼른 냉동실 보관을 해야 된다만 나중에 해동을 한다고 했어도 속대가 꽁꽁 얼어있어선지 뜻대로 잘 삶아지지가 않더구나.
밭에서 즉시 따온 목수수가 아니라 유통과정 기간도 있고 매우 건조해서 딱딱한 편이다.
옥수수가 조금이면 옥수수 속껍질을 한 켜 둔 채로 삶아낸다. 엄마 경험에 의하면 식탁에 두었다 먹어도 잘 마르지 않아 좋더구나!
보기에도 좋고, 어느 정도 수분을 유지하니 맛도 보존되는 것 같더구나
엄마는 옥수수 20자루를 깨끗이 다 까버렸다. 그리고 물에 푹 잠기도록 하고는 소금간과 감미당(신화당)을 넣는데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봐서 짭짤, 달짝하면 된다. 막상 쪄내면 물보다는 간이 약간 옅어진다.
굳이 계량을 대충이라도 하자면 옥수수 한 개당 소금 1/2큰 스픈, 신화당은 1/5 작은 스픈 정도다.
옥수수 크기도 다 다르고 입맛도 다를 테니 잘 녹은 물맛을 보고 가감을 하도록 하면 실패가 없다.
시간은 건조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솥으로는 30~40분이상 쪄야지만 되는데, 더운 여름에 펄펄 끓어나는 뜨거운 수증기가 어디냐? 집안 온도만 더 올라가지~
엄마는 압력솥을 즐겨 사용하는데....추가 돌고 10분쯤 그리고는 끄고 뜸들인 후, 김이 저절로 소진된 다음 꺼내니 아주 좋더라!
그리고는 한 김 나가도록 식혀서 비닐 랩에다 넣어 냉동실에 두고 생각날 때면 언제나 꺼내 먹을 수 있단다.
전자레인지에 2분30초~3분이면 갓 쪄낸 옥수수와 똑같단다. 옥수수는 다시 쪄도 맛이 있는 게 옥수수더라~
그리고 옥수수수염은 버리지 말고 이렇게 말려두면 옥수수수염차로 몸에 아주 좋단다.
<참 엄마는~> 그렇게 도리질 칠 네인 걸 알지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엄마 말은 틀리지 않을 테니 두고 보려마,
참, 요즘은 옥수수수염차가 캔으로도 출시되었다는 말은 엄마도 듣긴 했구나. 네 외할머니께서는 막내 이모가 어렸을 적에 신장이 약해서 옥수수수염차를 자주 달여 주셨다. 나도 먹어보니 그 맛이 옥수수 삶은 물맛이나 진배없더라!
그러니 옥수수도 먹고 옥수수수염차도 마시면 요즘 아가씨들 다이어트에 좋은 붓기도 빠지고 이뇨작용도 도우니 일석이조 아니겠냐?
요즘 학설에는 한 술 더 떠서 전립선염에도 좋고 당뇨에도 좋고 하더라만, 그 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2L짜리 큰 주전자에 옥수수수염 대략 10개 분량(사진의 1/2) 정도만 넣고 푹 달여서 냉장고에 두고 수시로 물처럼 복용하면 좋다.
얼마의 양을 넣어야 하나? 다른 무엇은 안 넣느냐에 연연해 말고 그대로 옥수수차처럼 끓여주면 된다. 물론 말린 거니까? 헹궈줘야겠지?
오늘은 생각난 김에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잘도 부르던 네 어린 모습을 떠 올려 본다.
< 기타 낄럽 오마사리 아기 아기 자또 자안다~~♬~ 치포 티티 포포 기타 토리 요단해도 오슈슈는 자또 크은 다아 ♪~ >
이랬던 네가 어느 결에 다 자라~ 엄만 시집보낼 걱정에 애를 태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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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삶으며 엄마가,
조금 쪄서 먹을 때는 이렇게 속껍질과 함께 삶아둔다.
껍질 벗기지 않은 감자랑 같이 삶아도 좋다.
늦여름 잘 영근 옥수수는 이렇게 몇 년을 걸어 둬도 절대로 썩지 않는다.
드라이 플라워가 뭐 별건가? (얼추 5년산? ㅎ`)
글:사진/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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