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   

 

 

뜬금없는 전화!
<엄마 육회가 먹고 싶어요!> 란 너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니,  네가 언제 육회를 먹어봤다고? 먹성 좋은 이 엄마도 즐기지 않는 것을...>
오호라, 요즘은 뷔페에 아예 육회가 나오니까 자연 입맛을 들였나보다.

시누이도 없는 외며느리의 엄마는 새댁이 되자 바로 할아버지의 조촐한 회갑연을 시골 고향집에서 치렀는데 고향친지 문중 어르신들이 꽤나 오셨다.  아쉬운대로 시댁에 동기간이나 있다면 머리를 맞대고 의논이라도 해 보겠건만 부엌일이라고는 젬병인 엄마는 눈앞이 캄캄했다.

<어머니~ 아버님, 무얼 즐겨 드세요? 뭘 만들어야 될른지....>
여쭤봐서 음식장만을 하려는데, 다른 건 몰라도 <육회> 라는 음식 앞에서는 참으로 막막하기만 하였다.

일도 주인이 알아야 시킨다고 했던가?
잡채 같은 것은 알아서 재료만 사오니 시고모님들 또는 사촌 동서분이 알아서 썰고 볶고 준비를 해주셨다지만 육회는 어떤 고기부위를 사와서 어떻게 만들어 어디에 내야하는지 정말이지 <대략난감>이었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있길 하나! 엄마가 가진 간단한 요리책에도 육회는 없었다.
엄마 새댁 때에 나오는 요리책을 볼라치면 뭐든 쇠고기가 들어갔다.

그 때만해도 쇠고기 먹기가 그리 잦은 일이 아닌데, 된장찌개에도 쇠고기, 심지어 김치찌개에도 쇠고기 볶음요리에도 쇠고기 적어도 50~100g이라도 들지 않으면 레시피가 아니었다.
요리책은 일상 반찬 만들어 먹기에 급급한 새댁에겐 실로 화중지병(畵中之餠)이었다.

말로만 들었지 육회란 먹지도 보지도 못했던 음식이었다. 혐오감에 맘속의 미간을 찌푸렸다. 사촌 윗동서분이 대충 이러저러하게 만드는데...  < 난 예쁘게 담을 줄은 몰라~ 동서! >하는 거다.

어떻게 만들어 손님상에 냈는지 30년도 더 지났으니 잘 모르겠다만, 아마도 오늘 그림이나 그 순서, 재료와는 진배없었지 싶다.
옛날 시골 장에서 잣을 못 구해서 깨를 뿌려내고 뭐 대충 그랬던 것 같다.

육회는 우둔살이 좋은데, 분명히 우둔살 달라고 손으로 가리켰건만 웬걸 집에 와서 보니 이런, 홍두깨살이다.

<한우 홍두깨살 특상등급/국내산 100g당 3290원>이라고 쓰였구나!  400g을 사왔다.
하기야  홍두깨살도 육회 감으로는 좋다.  신선도가 문제일 뿐이지~
오늘은 육회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이야기 하마!
동네 정육점이나 마트에 부탁을 해서 고기가 들어오는 날짜를 맞추는 게 좋다.
육회거리는 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쇠고기는 만 하루 숙성되어야 제일 맛이 좋아진단다.
육회를 먹으려고 만드는 날, 가게에 문의를 해보고 고기를 사오면 좋다.

말 그대로 회다.
요리를 할 때 엄마는 맨손으로 한다마는 뭐든 회를 다룰 때 손이 뜨거우면 좀 그렇다.
육회만은 고기를 무칠 때 조리용 비닐장갑을 끼고 재빨리 무치는 게 좋다.

집들이 음식, 손님초대요리, 또는 돌잔치, 어르신들의 생신 상에도 좋다.
못 먹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지 좋아해서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다.

이차가열이 없으니 신선한 배만 있으면 되니 편리하고 쉬운 방법 중에 하나다.
배가 없으면 무를 채 썰어 내어도 좋고 오이를 얇게 썰어 돌려 담기를 해도 예쁘다.

엄마는 무순을 돌리고 (채 썬 배를 깎은 듯 가지런 안 해도 되니까) 섞어서 맛을 보니 여린 무순의 매운 맛이 참말로 좋더라!
옛날에는 없었던 새싹채소를 싸고도 귀하게 만났으니 잘 응용해보렴~

고기를 아주 얇게 자잘하게 채 썰어야 는데 엄마는 좀 굵게 썰어졌다. 너는 더 곱게 썰어서 사용토록 하여라.
잣가루도 종이를 깔고(기름기가 묻어남) 아주 곱게 다져서 고기위에다 뿌리면 예쁜데 엄마는 오늘 좀 급했나보다.
잣가루도 굵어서 엄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추냉이장이나 겨자 장을 곁들여 내어 찍어 먹으면 좋다.

가장자리에 배만 깔 경우에는 군대 사열하는 것처럼 채 썬 배를 모아 잡아 끝을 칼로 또 한 번 정리한 후 돌려낸다. (정성이 돋보여야 한식이거든)
무순을 돌려 깔아 배를 돌리고 엄마는 자연의 미를 더 추구하였다. (흐~ 핑계치곤 그럴 듯 하쟈?)
그럼 순서대로 육횟감을 올리는 사진을 찍었다.
꼭 이대로는 하지말고 언제나 더 멋진 방법을 추구하도록 하여라!

 

느이 모친.

 

 

재료

육회감 400g, 배 큰 것 1/2개, 무순 1팩, 마늘 1통, 달걀노른자 1개, 설탕 1큰 술, 다진 파 조금, 참기름 1 큰 술, 잣가루, 후추 조금
간장1/2큰 술 , 소금1/2 작은 술

 

만드는 방법
1/쇠고기 육회감(우둔살 홍두깨살)을 아주 얇게 곱게 채 썬다.
2/고기 양념을 한다(다진 파 마늘 각 1/2큰술 설탕, 후추, 참기름 간장, 소금)
3/고기가 맛이 밸 동안 배를 잘라서 채를 썰어 둔다(방금 먹을 거면 그대로, 아니면 설탕물에 담갔다가 건져 사용한다)
4/준비한 채소나 과일로 접시에 돌려 담기를 한다.
5/고기를 가운데 둥글게 모아 담는다. 가운데 노른자 앉힐 자리를 오목하게 낸다.
6/고기위에 계란 노른자를 앉힌다.(고기주변에 통마늘을 돌려도 좋다)
7/잣은 손질하여 종이위에 올려놓고 칼을 눕혀 누른 뒤 곱게 다져 가루로 만들어 얹는다.(통깨를 대신해도 좋다)
8/겨자장이나 고추냉이 장을 함께 곁들여 낸다.
9/먹을 때는 모든 재료를 고루 섞어서 곁들인 소스간장에 찍어 먹는다.
10/육회비빔밥으로 먹으려면  새싹채소를 따로 마련해 둔다.

 



Tip

*육회감은 반드시 하루 숙성한 신선한 고기를 사용하여야 한다.  마트나 가게에 즉시 들어 온 고기가 가장 적당한 시간.

*쇠고기는 연하고 기름기가 없는 부위인 우둔살이나 홍두깨살이 적합하다.

* 가장자리에 돌려내는 채소는 쇠고기 맛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응용한다.(무, 오이, 당근, 무순, 새싹채소 )

* 뜨거운 손으로 칼질하느라 주물거리지 말고 정육점에다가 용도를 이야기 하고 채썰어 오는 방법이 제일 낫다.

* 육회비빔밥을 만들어도 좋다.


 

 1/무순돌려담기

2/ 배1/2개 채썰어 돌려담기

3/ 양념한 육회 가운데 담기 

4/마늘편을 돌린다. 

 5/계란노른자를 가운데 올린다.

6/잣가루를 뿌린다. 

 완성된 사진

 겨자장을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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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비빔밥 

새싹채소,  상추or쌈채소1장, 배 조금, 김가루 조금

 고추장이 빠졌다. 기호에 따라 고추장이 필요

밥을 넣고 비빈다. 

 * 육회 고기치곤 채가 좀 많이 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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