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16일 오후4시 영세를 받다.
<엄마! 카메라 가져오시면 안돼요!>
그말만 믿고 짐스런 카메라는 두고 갔더니 막상 다른 이들은 잘만 찍더라~
대신 엄마는 집에서 소품만 놓고 찍었다.
<용타!>
직장 일에다가~
영세 받을 준비기간 6개월에다가~
카이스트 대학원 합격에다가~
정말 용하구나!!
<축하한다. 딸아!!>
얼결에 합격소식 들은 엄마도 네 진로에 대해서 걱정하느라 불면증에 시달렸다.
<모땐 지지배 시집이나 가지~>
동안 아프느라 결혼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하며 막무가내 결혼을 채근하는 내게
<엄마! (결혼) 하려면 내일이라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누구하고 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한마디 얄미운 말로 엄마 입막음을 하던 너!
76년생 늦깎이 만학도로, 좋은 직장 선선히 그만 두고 학업을 계속하려는 네 뜻 앞에 엄마는 응원을 보낼 밖에~
자식을 강하게 키우려는 엄마의 생각이 의외로 여자아이인 너를 너무 강하게 키웠더냐?
동안 냉정한 듯 무심한 에미가 얼마나 야속했을꼬!!
몸이 아픈 것도 숨기다가 수술 전에야 ....엄마는 뒤늦게 알았고
직무에 시달리면서도 공부하는 걸 비밀로 부쳤다가 KAIST MBA 합격을 통보하는 너!
엄마는 그저 네가 평범한 여자로 살기를 원했기에 <딸에게 쓰는 엄마의 요리편지>로 네게 평범이 곧 비범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날렸건만.....
치유의 천사<라파엘>을 굳이 여자로 고쳐서 <라파엘라>로 세례명으로 택한 너!
라파엘라란 세례명으로 어쩌면 넌 너에게 먼저 치유의 은사를 베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이 세상에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사람들이 수두룩하단다. 부디 치유의 천사로, 그 날개를 달고 고통속에 빠진 사람들의 심경을 위로하고 다독거리는 진정한 봉사자가 되어라!!
영세 받는 너를 지켜보면서....
너의 또 다른 길을 보았다. 여태까지의 모든 것은 씻어내듯 잊어 버려라. 다시 태어나는 거다.
아팠던 기억, 좋지 않은 기억, 그리고 모든 죄는 생명수로 깨끗이 씻고 넌 다시 새롭게 태어났으니.....
만 30이 지났으니 이젠 넌 내 품을 떠나도 된다.
동안 몸과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도 ..... 이제야 늦었지만 네 진로를 바라보며 비상하려는 너를 떠나보낸다.
<우리 부부에게 첫 아이로 와줘서 고마웠다, 딸아!!>
그래~ 훨훨 날아가거라~~
너른 창공을 향해~
2007,12,19 엄마가
사진을 따로 선별하지 않고 몽땅 올린다.
네 가는 길에 많은 꽃을 뿌려주며 축하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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