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칼럼(동물편)/구렁이








***환경칼럼 기고가 박병상님의 글과 나의 횡설수설***



십여 년 전 3월 초,
전라남도 완도에서 물어 물어 찾아가 만난 수집상은,
공부하러 왔다는 말에 깊숙한 곳에서 감추어 놓은 구렁이 한 마리를 기꺼이 보여준다.

남도 땅이긴 해도 아직 쌀쌀한 날씨,
꾸물꾸물 거리는 구렁이는 굵기가 아이 팔뚝만해 보인다.
"이거 직접 잡았나요?"
간판도 없는 허름한 가게를 지키는 은퇴한 땅꾼은 30만원 주고 엊그제 샀다고 한다.
"그럼 누구에게 얼마에 팔죠?" 30만원에 샀다는 말도 믿어지지 않는데,
나오는 대답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거요? 70만원에 용문산 뱀탕집에 넘기는데, 용문산에서는 150만원에 팔아요."
"150만원이 많다구요? 거기선 없어서 못 팔아요.
이 정도 구렁이는 그 날로 나간다구요." 우문에 이어지는 현답이었다.

젊어서 진도를 싹 쓸고 완도로 들어왔다는 수집상은
"삼사 년 전 완도에서 한 천 마리 팔았죠.
재작년부터 절반씩 주는데 올해는 얼마나 잡힐지…
" 30만 원짜리 천 마리면 3억이다.
"요즘에야 그 정도 부르는 것이고 그땐 십만 원 했을라나?
가는 놈까지 쳐서 천 마리 잡았다는 거지…
" 그렇게 작은 놈까지 다 잡으면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문에
"그래도 약간은 남아요. 그땐 더 비싸지겠지 뭐.
먹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누가 안 잡겠어요?" 하긴 그렇다.

한 마리 잡아 땅꾼은 금방 30만원을 벌었고, 수집상은 40만 원을 챙겼다.
값을 따지지 않는 서울 손님들이 용문산을 계속 찾아가는 한,
이 땅의 구렁이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행색이 남루한 수집상의 한숨을 뒤로하고 용문산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철근 골조 위에 지붕을 앉힌 뱀탕집들은 전면을 투명한 유리로 막아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입구에 다양한 뱀들을 진열해 놓은 것이 한결같았다.

가게 안의 진열장에는 어디에서 가져왔을지 모를 수석을 좌대에 앉혀놓고
그 사이사이마다 굵은 구렁이 능구렁이 까치살모사가 담긴 커다란 투명 술병이
수십만 원대 정가를 앞세워 진열돼 있었으며 양복 입은 신사들의 흥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번 봐도 됩니까?" 들어오라던 주인의 눈빛이 고와 보이지 않는다.
하긴 손님 복장이 주인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
이런 곳은 구두에 양복이어야 어울린다.
배낭에 등산화는 용문산에나 맞는 복장이지 뱀탕집과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다.

"거 조심하라고 했잖아! 해독제 놓기 귀찮아 죽겠는데"
야단하는 남편을 '걱정 말라' 타박하는 안주인은 뱀상자에서 뱀 한 움큼을 들어올려
손에 둘둘 마는데 쇠살모사와 유혈목이다.
뱀 종류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요사이 꾀 대접받는 존재로 격상했지만
당시는 구렁이나 까치살모사 주문에 딸려 들어가는 잡사였다.

온갖 약제가 끓는 탕기 뚜껑을 열고 잡사 뭉치를 털어 넣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데,
"살꺼예요! 말꺼예요!" 남편 야단에 심기가 상한 안주인은 수상한 손님을 다그친다.
"인천에서 온 학교 선생인데 표본 좀 만들려고 하거든요.
우선 적당한 게 있나 들여다보고 값을 알아보려구요"
설 듯 말 듯한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연이어 지나가고,
따로 마련된 손님방에서 채근이 한창인 마음이 바쁜 토요일 오후,
의심을 푼 주인은 마음대로 하란다.

구렁이들이 굵어 보이지 않는다.
"이것 보다 굵은 구렁이는 없나요?"
하며 슬쩍 완도 구렁이 굵기를 그렸더니 있지만 안 판단다.
"얼만데요?" 조심스레 다시 물었더니
'그 정도면 까치살모사와 능구렁이 각각 두 마리와 잡사 십여 마리를 섞어
2백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누가 그냥 팔겠냐'며 어이없어 한다.

그러다, '선생님 이라니까 좀 가는 놈으로 백만 원에 내줄 수 있다'고 흥정을 건다.
"어디 봅시다" 하며 굳이 따라 갔다.
뒤편 광의 불을 켜고 망사 봉투 더미를 뒤적이는데,
어림잡아 삼십 마리는 넘어 보이는데 완도에서 본 구렁이보다 굵은 놈도 여럿이다.

사방에는 까치살모사 살모사 능구렁이도 여러 상자에 가득하고
쇠살모사 유혈목이 누룩뱀 무자치와 같은 이른바 잡사 상자도 잔뜩 쌓여있다.
"다 어디서 가져오죠?" 전국에서 모인단다.

이것 저것 허투루 물어보다
"연락 드리겠습니다." 하며 명함 한 장 얻어 나왔는데 건성 인사하고 문을 확 닫는 게,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눈치가 역력하다.
용문산에 몰린 대형 뱀탕집 대여섯 군데가 대체로 같은 사정일 것이고,
오르는 길목에 간간이 보이는 작은 뱀탕집도 마찬가지겠지.

우리나라 자연 곳곳에서 남획한 뱀들로 가득하겠지. 어디 용문산 뿐인가.
알려진 산의 버스 종점마다 '생사탕' 간판은 낯설지 않고 심지어
국립공원에도 뱀탕집은 성업중 아닌가.
설악산 오색약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비교적 부드러운 약수보다

늘어선 뱀탕집의 생사탕이라면 과장일까.
도시의 재래 시장 한 구석을 차지하는 뱀탕집도 그렇겠지만
성남 모란시장이나 서울 경동시장은 또 어떨까.

뱀탕에 자양강장 성분이 얼마나 있는가는 둘째치고,
뱀탕집을 기웃거리는 허우대들은 정력이 넘쳐 보이는데,
무슨 정력이 더 필요해서 양복입고 용문산을 올라야 했을까.

이 땅의 구렁이와 뱀들은 기름진 몬도가네 족의 과외 정력을 위해 희생되어야 할
한낱 약제란 말인가. 천장을 쿵당거리는 집쥐와 농작물을 갉아먹는 등줄쥐들을
잘 잡아먹는 구렁이를 우리 조상들은 집안의 재산을 지켜주는 존재로 여겨,
일단 들어오면 철저히 보호해주었다.

그래도 뱀인지라 싸잡아 박대하는 전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까치보다 구렁이가 우리네 삶에는 더 요긴한 존재였을 것이다.

새마을 지붕 개량 사업과 빈도를 더하는 전멸성 농약살포,
그리고 솔잎혹파리 항공방제만이 아니다.
동네 야산마다 둘러쳐진 뱀그물은 더 말해 무엇하랴.
구렁이의 삶터는 더욱 협소하게 조여드는데, 이 땅의 몬도가네는 해외에도 악명이 높다.

'전설 따라 삼천리'를 다 다녀봐도 이미 '구렁이 담 넘어가듯' 사라져버린 구렁이는
앞으로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속담과 전설로 기억될 뿐인가.
유행성출혈열이 창궐하고 금수강산은 농약에 절어있는 컴퓨터 시대에
속담과 전설마저 아득하기만 하다. (물푸레골에서, 200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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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 전에
신문에 났던 일이다.
어느 열녀 이야기를 읽었다.
그냥...
흘러간 전설 이야기 처럼
아무런 여과도 없이...
가벼운 가십꺼리로 다루었겠지만

정말이지
매스미디어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규약이나 아무런 제재없이
책임감이 결핍된
난립하는 이런 정보 통에
야생 동물이 마구 멸종을 당하고...

무지 몽매한 나같은
사람도...호기심만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의( 노루 사슴) 선혈을 그대로 받아 먹다가...

갑자기 실명을 하고...
그 게 뒤 늦게 과학적 뒷받침을 해 보지만...
사람들은 전혀 믿으려 들지 않고....

외려
암암리에 더 더욱 극성일 뿐....

여기
나도 그 중 한사람으로 확고한
믿음에 불을 지폈으니....

어느 열녀가 남편이 폐병에 걸려 다 죽게 되자
도시살이를 정리하고 시골로 들어갔단다.
땅밑에 독을 파 묻어 놓고는
얼마나 답답했으면 아낙네 손으로...
억척스레
뱀,구렁이, 개구리를 닥치는대로 잡아다가
남편을 봉양했더니....
씻은 듯이 나았단다.
아마 공기 맑은 곳,
물론 고 단백질이어서 좋았겠지만
지어미의 정성이 하늘에 닿아서 겠지...하다가

나도 그만 호기심이 발동했다.
나도 이참에 열녀 흉내라도?
몸도 요즘들어 부쩍 좋지 않았으니...


그러고 보니
나도 그 열녀, 못지 않은 열녀다?
뱀을 없애는데 일조를 했으니....

뱀이라면....
정말 듣기만해도 징그러웠다.
그러나....
세상 찌든 연륜이 무언지...

어느해 남편은 갑자기 쇠약해졌고
나는 개소주를 내리러 건강원에 갔었다.
열녀답게
이왕지사 더, 최고의 품질을 요구했고
어디다가
"띠리릭~~'
전화를 건 주인은 나더러 운수 대통했단다.

포크레인 공사도중
막 동면에 들어간
꽃뱀 또아리채 금방 들어 온 게 있단다.

좀 후에 온 물건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맙소사....
내 눈에는 예쁘기만 하였다.
초록색 몸둥아리에 목 양 옆으로
선명한 오렌지색의 두 줄 무늬라니.....
그 놈들은 마구 엄청 큰 실타래로 엉켜 있었다.

한 번
발을 들인 나는
어느 때
설악산 오색 약수터에
여장을 풀었는데....
약수터 가는 길목이
완전 뱀을 전시해 둔 가게다.

뱀탕집을 그냥 지나칠리 만무...
대충 가격은
구렁이 한 마리가 100~ 150만원 정도 였다.


어느 날
최전방에 있는
군인인 이종동생이 전활했다.

북에서 떠 내려 온(공해가 적다는 뜻)
구렁이를 임진강에서 건져 보관중이니
누님이 가져가서 자형 약 해 드리란다.

얼씨구나 달려 갔더니....
설악산 가격으로 쳐도 150은 웃 돌겠다.
낚시 가방에 들은 무쭐한 놈을 트렁크에 넣어 가지고
생사탕 집으로 직행했다.

'와--- 이런...귀한 것을..."
어떻게...?

생사탕집 주인도 보고 놀란 귀한 약재를?
거의 200만원 돈이나 홋가하는 물건을...
내 어이 보초 서서 지키지 않으리요.
주인 남자는 펄펄 끓는 물로 일단 훓어 내리듯 씻어냈다.
'이 보세요. 숫 놈이네요'
훓어내고 있는...몸통 하단부 어디쯤에서 하얀 나비처럼....예쁜 리본처럼... 튀어 나온
돌출물....

'이그 내가 꼭 이래야만 하나...'

그 말도 잠시....
얼마 후 끓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얼마나 구수한 냄새가 나는지...
뭔지 모르면 입맛이 동할 지경이다.

그냥 고깃국 장어나 그런 곰국 냄새랑 매 일반 이었다.
에고~~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부처님~~ 인간이 그저 동물을 해악하는건 죄가 되지만 먹으려는 것은
괜찮다 하셨던가요.
오늘 제 서방님 약으로 이런 죄를 지으니....
굽어 살피시사.....'
요런 말이 입안에서 뱅글 뱅글 맴돌아 다녔다.

또 언제는 또 아주 큰 잉어를 사 왔는데...
싱크대 안에도 들어가질 않는다.
싱크대 중앙 가름대를 터억하니 베고 누워서 꿈뻑 꿈뻑
나를 바라다 보는데....

아~~~
도저히 이건 아니다.
하면서도...
어쩌랴~~~
한 가정의 행복을 위해 가장의 약으로 씀에...

난,
잉어에게 한참을 이야기 했다.
그 큰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며......

"미안쿠나, 정말,,,
생명이란 말이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는 법, 어쩌겠냐
네 죽음이 오늘 이렇게 나와 만나서...
모진 인연이 되는구나...
부디 죽더라도.... 내세엔 더 나은 것으로 태어나
소원성취하렴..."

정말이지 난 잉어의 눈을 차마 마주 보질 못 했다.

옛 전설 속 이야기 처럼 잉어의 슬픈 눈이 나를 보고...
" 살려 주세요~~ "
하는 것 같아서.... 괴로웠다.

그 잉어는 아무리 고아도
마지막 솥에
어금니 한 쌍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어금니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 치과 가서 본 뜨던 석고에다
몇년 모월 모일 누구꺼..하고 기재해서
여러개 모아둔 바구니 속에 함께....


사람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지....
횟집엘 가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족관을 누비고 다니던 성성한 놈이
몸은 갈갈이 난도질 당한 채 눈알을 부릅뜨고 있다.
이건 숫제 원망어린 눈이다.

그 눈을 보고 먹는다면...
원한으로 체 할 것 같다.
안 먹으면 될 걸....
나는 상추 잎으로 그놈의 얼굴을 덮어준다.
그 게 내가 제놈에게 베풀 최선의 궁여지책이므로....

그냥.... 부끄러울 뿐....
에고~~~

"小魚는 中魚食하고 中魚는 大魚食인데....."
어쩌랴~~~

작금에....이래도 우린,
이런 보신류를 눈 딱 감고 먹어야만 하는가?







글/이 요조
2001년, 써 두었던 글












제목: Garbage - Untouch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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