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징검다리 연휴 내내 가벼운 산책(행?)을 했다.
몽이와 똘이를 데리고,
솔 낙엽에 주르륵 미끄러지면 몽이는 그이보다 먼저 달려와 내게 묻듯이 가까이 와서 걱정스런 모습을 한다.
오랜만에 풀려 나온 똘이도 좋아서 겅중거리며 어쩔 줄 몰라한다.
명절이라 산행 길에는 사람들을 거의 만나 볼 수가 없어 개들을 풀어주었다.
몽이는 운동부족으로 너무 크고 비대해져서 사람들이 두려워하므로 간간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줄을 매어서 잡곤 했다.
두 넘은 낙엽 쌓인 산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내달리며 즐거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똘똘이가 다른 길로 가면 어느새 몽이가 똘이를 데리고(몰아서?)온다.
한솥밥 먹는 끈끈한 가족 애를 보여주는 두 넘들....
9일 날씨는 추웠다.
산책길 중간에 작은 작은 내(川)가 하나 있는데...얼음이 제법 얼었다.
누가 그 위에 흙을 뿌려놓아서 덕분에 잘 건널 수 있었다.
10일은 더 추웠다. 얼음이 전날 두께보다 3배는 더 불어서 솟아있다.
우리는 아예 아래로 내려가서 안전한 길을 택했다.
우리가 건널 때 함께 몽이는 그 얼음 위를 발톱을 세워서 잘 건넜다.
똘이가 문제다.
산만하여 막상 우리가 건널 때엔 바라보지도 않고 엉뚱한 짓만 하다가 뒤늦게 나타나서는
건너는 도중에 미끄러져 1m쯤 되는 아래로 툭 떨어지더니 거기서도 주르륵 미끄러져....두어 바퀴 돌았다.
그리곤 오던 길로 황급히 올라가 버렸다.
몽이는 못건너는 똘이를 위해 그 얼음길을 몇 번이나 오가며
'에이 바보야 이케 해봐바' 하는 것 같았지만...
똘이는 끝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나는 그이와 몽이를 먼저 앞서가라 이르고 길에 쪼그리고 앉았다.
얼마든지...기다려줄 요량으로,
"아구~ 우리 똘이 장하지...자..일루 와라~~"
손뼉을 쳐주고 몇 번 칭찬을 했지만...
그 넘은 시도할듯...할듯...몇번을 마음 먹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아쉬운 듯 돌아보며...
오던 길을 되짚어 영영 사라져갔다.
우린 똘이를 떼어놓고 한참을 그렇게 갔다. '집까지는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시간이 얼마나 흐른 한참 뒤에 어느새 똘이가 뒤따라 온 게 아닌가?
그이는 가면서도
"내가 아까 건널 때 안고 올걸..."
자꾸만 아쉬운 소릴 했었는데....
똘이는 일곱? 살,
몽이는 한50일 빠진 한 살,
덩치로는 몽이가 크지만...
막상 똘이에겐 끽소리도 못하는 몽이.
그래도 똘이를 챙기느라....신통하다.
참..서열을 가르치느라...우리 집에선 꼭 밥을 똘이 먼 저준 다음 몽이를 준다.
짐승은 그래야만 서열을 안다고 하기에,
덩치로 밀면 똘이는 도망 다니다가 정색을 하고 짖어대면 몽이는 땅바닥에 찰싹 엎드려
'미안해~~ 잘못했어, 용서해 줘~' 그런 몸짓을 한다.
물론 산길에서 나도 얼마나 잘 챙겨주는지...
저만치 앞질러 가다가도 틈틈이 나를 확인하는 넘,
이 맛에 개를 기르나보다.
훈련도 받지 않았지만...천성적으로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넘,
그가 줄을 잡고 앞서가는데도 자꾸만 뒤쳐져 오는 나를 걸음을 멈추곤 확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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