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바가집니다.

마치 몸이 뭔가에 데인 것처럼 얼룩덜룩한....

박바가지를 언젠가는 내 손으로 꼭 한 번 만들어 보고싶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럴싸 비슷하다가

말리는 과정에서 바가지는 힘없이 주저 앉았습니다.

바가지는 올박(일찍 열려서 일찍 영근 박)만 제대로

제 노릇을 한다네요.

 

 

봄에 심은 바가지가 잘 자라지 않다가

나중에사 밥값을 하느라

뽀드라시 올라오더니 두어개 맺히긴 합디다.

박과 박꽃을 앵글에 잡느라...

 

회색빛 아파트 배경을 넣지 않으려고

뒷마당에 나가 바닥에 무릎을 꿇다시피하여

몸을 비틀어 수직으로 앵글을 들이댑니다.

하늘과 박만 존재하는 것처럼.....

 

 

추석달을 닮은 박을 추석도 넘기고

그렇게 줄기가 마르도록 두었습니다.

한 개라도 건져보려는 심산에...

 

 

정말이지

 고운 살갗의 아가처럼 맑고 예쁘고

보름달처럼 둥굴고

개가 �은 죽사발처럼 허여멀금 잡티 하나 없이 깨끗습니다.

 

또 삶으면

 곤죽이 되어 물러터질까봐

지레 겁이나서 그냥 내싸 두었습니다.

온겨울을 그렇게 지내더니

그 예쁘던 박이

저승꽃같은 얼룩반점이 번지더니

예전의 그 말간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자세히 드려다보니

저승꽃 곰팡이진 무늬가 의외로 곱습니다.

 

 

이제는 충분히 말랐겠다.

폭폭 삶아도 물크러지지 않겠다 싶어

조심스레 뚜껑을 땁니다.

 

 

씨가 말라서 오그르르 몰려있습니다.

2008년 봄에도 이어서 뿌려야겠습니다.

둥근 박씨가 필요하시다면 제게 연락주십시요.

언제든 좀 보내드리겠습니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저승꽃 같은 무늬가 그대로 있었으면 합니다.

뜨거운 물에 푹폭 삶아내어서

미끈덩한 껍질과 속을 벗겨내고 보니

참한 그릇이 되었습니다.

 

 

부드러운 속살같은 피부를 가졌습니다.

캔디나 넣어둬야지 하면서

막상 사탕은 몸에 별로 좋지 않다며

텅-빈 그릇으로

앉아있기를 두어달 남짓, 완전 건조됐습니다.

 

 

설날

들깨강정을 하겠다고

어렵사리 땅콩을 까고 준비를 했는데

조금 먹을 것만 했더니

다른 음식에 밀려서 인기도 없이 흐지부지 사라졌더랬습니다. 

그러고도 이만큼 남았습니다.

 

 

언니가 온김에 판을 벌였습니다.

 기름넣은 웍에다 물엿과 조청 설탕을 넣고

바글바글 끓을라칠 때 들깨와 땅콩을 부어 버무렸습니다. 

버무리는 건 일도 아닌데...

밀고 자르기가 조금 정성이 가야합니다.

 

 

판대기에 평평하게 밀대로 밀어야 하는데

오븐판이 딱입니다.

기름바를 걱정도 없습니다.

(예전에 울 엄니는 나무판에 기름을 발라 강정을 굳히셨는데...)

 

 

칼로 썰다가 언니가 저더러 그럽니다.

<손이 커서 큰일이다>고....

이렇게 만들고도 아직 재료가 절반이나 남았으니~

들깨나 땅콩은 빨리 먹지 않으면 과산화자질화되어 쩐내가 나기 싶상입니다.

 

적당히 식으면 밀대로 밀어서

다시 더 굳기전에

칼로 자르고 

 

 한과 만들기는 다 정성이지요.

들깨는 남자분들께 좋다고 합니다.

땅콩은, 견과류는 뭐든 머리를 맑게도 해주고 몸에 좋다지요?

 

 

직접 만들어 가족들을 먹이는 재미!

바로 이게 참먹거리 아닐까요?

 

그런데

집에서 만든 강정은 자칫 보관을 잘못하면

다시 물엿상태로 물크러지기 마련입니다.

찬데다가 보관해야지 좋습니다.

상온에 노출되면 과자들이 모두 한 덩어리로 합장이 되지요.

 

 

바가지 그릇에 담아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열전도율이 낮아 온도 맞지요!

습도 변함없지요!

글쎄...

다 먹었지 뭡니까?

또 만들어 넣어두어야겠습니다.

 

 

금방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니랍니다.

작년 봄에 씨앗 뿌려

거진 일년이 넘어 제 구실을 하고 있는

바가지 그릇!!

 

어때요?

바가지는 수확한 뒤로도 한참을 여물도록 말리다가

단단해지면 그 때 삶아보세요.

저도 이제 그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니까요!!

 

이제 뚜껑을 예쁘게 따서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게끔

만들어 봐야겠어요.

 

설날

고소한 깨강정을 가득담은

사랑의 선물로.,,,

 

 

이요조.

 

 

맨 위엣 사진 茶褓 는 블로거 빼빼님의 정성어린(선물)

바느질 솜씨구요.

 

맨 아래 코바늘뜨게는

제가 딸을 가졌을 때 한 땀 한 땀 떴던 레이스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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