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이 괴이쩍다.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3시에 깨어나 눈이 말똥거려~ 그만 일어나 앉았다.

    년식이 꽤나 낡아 배기량이 떨어지는 육신에 욕심만 저만치 앞서가고 급한 마음은 자빠라진다.
    내 손으로 술도 담아보고 싶고, 멋진 그림도 그리고 싶고, 맛진 글씨도 쓰고싶고.....하고싶고, ..싶고,

    옛말에 솜씨, 맵씨, 글씨, 글에도 씨자를 붙였다.
    그런데....이상한 일은 글씨안에 맵씨와 솜씨가 다 들어 앉은 것이다.
    더 더구나 그 안에 맛과 향기와 느낌마저 다 들어 앉았으니, 내 욕심은 과욕을 부르고 잠을 잊은 것이다.

    지금은 개편되어 없어진 daum 시티N 에서 여행마스터로 글을 기고할 때 일이다.
    포천사는 이가 배상면주가 탐방글을 올린적이 있었다.

    <아! 이런 곳도 있었네~ 짬나면 한 번 가봐야지!>
    했던 게 거의 2년만에 찾아든 곳이다.

    마치 상업 홍보용 같은 글로 보이겠지만...그 곳에 들린 나는 모든 게 (하나에서 열까지) 어찌나 마음에 흡족한지....

    요즘 문인화에 푹 빠져 마음이 자빠라지는 형국에 욕심에 불을 지핀 꼴이 되었다.
    습관상 카메라는 건성 챙겼지만 모처럼 카메라 셔터를 신나게 누른 날이었다.

    입구 현관서 부터 내 걸린 축제 포스터의 포스에 그만 꽃혀버린 것이다.
    맛뵈기로 주는 술을 잘 받아마시고 나는 봄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글씨에 취하고~~(@.@)

    어찔어찔 술 박물관을 돌아 나오는 길에 계단을 무심코 오르는데...바로 얼굴 옆에서 나는 풍경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날 놀래킨  풍경이 기이하게 생겨서  한참을 서서 노려보았다.

    풍경은 예로부터 (내가 아는 얕은 지식으로/맞는지 모르겠지만) 목조건물이 불에 약하니 푸른하늘을 물삼아 물고기를 띄우면 화마가 덤비지 못할 것이라 믿었다한다. 더구나 바람에 달랑이며 소리를 내는 물고기의(풍경) 소리에 화마가 저만큼 놀라서 도망가지 않겠는가?

     

    집에 와서  몇가지 사온 상품을 내 놓고 찍어보고 카타로그를 찍고 확대해서 보다가 새싹이 막 돋아나는 듯한 <봄>이란

    글자 옆에 떨어져 누운 봄꽃처럼  붉고 화려한 낙관을 자세히 보았다.
    바로 그 기이한 풍경그림이다.
    누가 이토록 멋을 아는가?  시음주를 한 잔 얻어마셨던 배가 싸르르-  또 아파오기 시작했다.

     

    양조장 주인이 들려주는 전통술 이야기 책도 덜렁 집어왔다.
    넉사(思,師,史,詞)자로 꾸며진 책이다.

    책이 얼마나 곱고 예쁘게 꾸며졌는지 얼른 샀다. (언젠가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아서-)
    詞에는 단아한 여인을 그린 한국화와 함께 술 이야기를 풀어간 글은 바로 운률이 내재한 살아있는 詩였다.
    운률따라 얼마나 술술 잘 읽히는지... 그 글은 달디단 술처럼 입술에 걸리고 짜르르르 오장에 전해지는  첫 술잔처럼

    그렇게 감동을 실어주었다.

     

    화창한 봄날!
    나는 그렇게 흐드러진 봄꽃아래서 좋은 술 한 잔에 취한 것처럼 봄의 여흥을 느끼다 못해

    누가 나의 곤한 봄밤의 소중한 숙면마저 앗아갔는지.... 주범이 뭣인지를 도통 모르겠다.

     

    지금은 새소리가 먼저 곤한 봄날 아침을 깨웠는지, 아침이 새를 깨웠는지 누가 먼저인지 몰라도
    어느새 희뿌연 (2008년 식목일) 아침이 불면의 창을 기웃거린다.
    무심코 계단을 오르던 나를 놀래키던 풍경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명징한 아침이다./이요조

     

     

     

    주인이 풍류를 제대로 아는 술도가에 갔다.

     

     

    내가 그토록 염원하던 맛글씨체이다.

    (맛글씨라 칭함은 내가 지은 이름이다. 글씨가 솜씨와 맵씨를 겸비하고 맛과 향까지 풍긴다 하여...)

     

     

    술도가, 즉 전통술 박물관을 돌아보았다.

    (내부 자세한 사진은 다음글에)

     

     

     

    붉은술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흑미주, 산사춘주, 활인18품주,....

     

     

    냉이주까지 곁들여 시음....속이 짜르르 ~~

     

     

    술빵이다. 술로 빚은 빵보다 매화가지가 멋드러진 접시문양에 반해서...

      

     

    이것 저것 사가지고 집에왔다. 여기서도 맛글씨를 찾을 수 있었다.

     

     

    술찌깨미로 만든 과자, 요리에 쓸 맛술까지...

     

     

    솔직히 책이 예쁘게 제본되어서 덜렁 집어온 책인데 책내용이 더 착하고 예쁘다.

     

     

    師(스승사), 史(역사사), 詞(말씀사), 思(생각할사)

    양조장주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책이다. 현대판 술도가 주인(배상면주가) 사장은 1988년 가업인 전통술 사업에 참여하여

    19년째 전통술 마케팅을 해오고 있다.

    백세주의 <국순당>을 부친과 형님과  창설하고 따로 <배상면>으로 독립한 양조장집 아들(배영호)인 셈이다.

    어쩜 그는 글을 이토록 매끄럽게 잘 쓸까?

    그의 간단한 이력은 대구에서 출생하고 서울에서 자라고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술을 단순히 알콜섞인 물이 아니라 <감성과 문화를 실어나르는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전통술 문화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1996년에 <배상면주가>를 창업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내게 그림책 체본도 할 겸 산 책이었는데....글이 더 좋다. 돌돌돌 흐르는 맑은 물처럼  침전된 나를 일깨운다.

     

     

    깨어나는 소중한 봄처럼, 불꽃처럼 살아있는 글씨!

    (꽃대 한 송이 피워 올린 듯,  봄이란 등잔에 꽃불 심지를 돋운 것처럼~)

     

     낙관도 그림이다.

    봄 곁에 떨어져 누운 꽃잎처럼....

    낙관속의 그림을 자세히 보니 나를 놀래키던 그 풍경의 모습이다.

    가만히 그 형상의 자태를 관찰하다가  큰 발견을 한 듯....<아~>낮은 탄성을 질렀다. 

    고구려의 상징 <삼족오>의 모습이란 걸

    나는 한 박자 뒤늦게 깨닫는다.

     

     

     

    찾아가시는길

            배상면주가 http://www.soolso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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