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에는 의외로 특유의 돼지국밥집들이 많다.

부산 사상터미널 부근에 가면 밀양국밥집이 있다.

밀양국밥집은 돼지국밥집이라는 뜻이다.

since 1976이면 만 30년이 넘었다.

 

부산이 고향인 나의 외가는 김해였다. 시골을 좋아해서 겨울방학이면 외가로 달려가던 나는 소와 돼지와 닭과 강아지들을 보며 자랐다.

눈이크고 굼실굼실한 소의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내 마음도 평온해질 수 없었다.

닭들은 아침이면 홰에서 내려와 병아리들을 끌고다니며 진종일 마당을 헤짚고 다니다가 멀리 뒷산까지도 원정을 나가곤 했다.

강아지는 늘 가마솥을 긁은 누룽지 숭늉에 그나마 운이 좋으면 생선가시가 고작이었다.

그래도 잘만 짖고 뛰어다녔다.

막내이모만 남았었는데 부엌일은 혼기가 찬 이모가 도맡아 했고 농사는 문도령이라는 노총각이 있어 밤이면 머슴방에는 동네 장정들이 모여들어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겨울이면 쇠죽을 큰가마솥에 가득 끓여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먹이를 쇠죽통 한가득 부어주는 것도 한겨울 일이었다.

까망돼지가 있었는데  정지깐에서 나오는 구정물을 이모는 부지런히 모았다.

살 씻은 물, 음식찌꺼기등을 모아 쌀겨?를 한 바가지 타서 돼지에게 부지런히 먹였다.

지금처럼 흰돼지가 아니라 까망돼지는 참으로 발육이 더뎠다.

이모는 자기 시집갈 때 잡을 돼지이므로 정성을 기우려 돼지에게 먹이를 주었고 겨울밤이면 호롱의 심지를 돋우고 십자수를 놓았다.

신랑 우인들 손수건 20장, 아니 30장은 해야겠지? 해가며....

 

드디어 잔치날이 잡히면 제일먼저 외할머니는 콩을 깨끗이 골라 콩나물 시루에 앉히셨다.

어느게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으니 술도 앉혔다.

어린 내 기억에 집에서 술을 못만들게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아마 그 때가 그 때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할머니는 회할부지를 위해서 늘 누룩을 몰래 빚으시고 술을 숨겨서 담으셨다.

잔치날이  다가오면 여자들은  곡식을  절구에 찧어 일일이 체를 쳐서 시루떡을 쪄냈고 찹쌀은 힘쎈 장정이 떡판에 물메를 쳐서 손수 볶아가루를 낸 콩고물 묻혀 쫄깃하고도 꼬소한 찰떡을 만드셨다.

전을 부치는 기름내는 동구밖까지 번져나고  잔치는 언제나 흥겨운 법이다. 동네가 온통 잔치마당으로 들썩거렸다.

강아지들도 눈치를 챘는지 다른 때 보다 더 짓까분다.

 

돼지는 동네 장정들이 몰려오면 우리에서 발버둥치며 온동네가 씨끄럽게 끌려나가고,,,,

막상  꽥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순식간에 죽임을 당하고  해체되어 고기로 일일이 분해 되었다.

눈깜짝할 사이 김이 술술 오르고 고기는 삶아지고 ....

어느새 돼지수육과 내장이 함께  한 접시를 이루면 막장과 소금이 곁들여지고

여러가지 슴슴한 나물반찬과 김치와 떡과 전들이 차려지게 된다.

집에서 빚은 술과 단술9식혜)과 그리고 겨울이면 잔치 떡국이 나오는데....밥이 나올때는 돼지국이 곁들여 나왔다.

얼마나 구수하고 얼큰하고 맛있었는지....(내 어릴적 기억은 이랬다)

 

우리나라가 먹거리 문화가 급작스레 많이 퍼진 것은 10년 전후로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식당이 귀했다. 요즘엔 눈에 밟히느니 식당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외식이 늘고 있다는 추세다.

내 기억속의 돼지국밥은 그 정도였다. 참고로 울엄니는 돼지고기를 못잡수셔서 우리남매들은 돼지고기는 굶고 자라났다.

대신 거의 생선종류로 대신했는데....

시집을 오니 어느날 다니러 오신 시어머님 <돼지국을 끓여라>시는 분부가 떨어지셨다. <집에서 웬? 돼지국을?>

당췌 어떻게 끓이는지를 몰라 어머니께 부탁드렸고 덩달아 먹어봤더니 의외로 맛은 꽤 괜찮았다.

겨울이면 김치찌개대신 돼지국을 끓여드리니 쇠고기보다 돈도 덜 들고 며느리 입장에서는 수월했다.

요리도 훨씬 쉬웠고 재료도 간단했다.

 

한 십여년 전에는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꾸벅꾸벅 졸며 내려 가다가도 멀리- 이 돼지국밥집 식당들이 보이면 경상도에 다 다랐다는 이정표를 대신했다.

그 때 시골의 잔치 분위기를 떠 올리면서 한 번쯤 먹어봤으면 했지만....그 기회는 마음만 있지 그리 쉽게 오지 않았다.

 

남편과 남편친구와 나 이렇게 사상 버스터미널에서 헤어지려는데 남자들은 뭔가 아쉬웠나보다.

아침먹은지 얼마됐다고, 간단한 점심이나 먹고 헤어지잔다.

나는 줄레줄레 따라갔더니 밀양국밥이다.

간판을 보자 <돼지>자는 전혀 없는데도 <나는 아! 돼지국밥이네!>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거 아시는가?

밀양에는 막상 밀양국밥이 없다는 것을....

밀양에 가서 국밥집을 찾으면 <돼지국밥집>은 많지만 막상 <밀양국밥집>은 없다는 사실을.....이거 아이러니가 아닌가?

 

옛날 이미 오래전부터 돼지국밥은 시작되었지만  상업화된 유래는 이북사람들이 피난을 와서 겨울이면 돼지를 한 마리 잡아

걸어놓고 먹던 그들의 향수를 잠재우기 위해 고기양은 적지만 둥둥 띄운 국밥으로 해결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됐는지도 모른다.

상술에 뛰어난 그들이 부산으로 대거 몰려들면서 국제시장과 영도다리를 주무대로 오가며 손쉽고 간편하고 영양보충에 훌륭하고

돈없고 배고픈 시절 허기와 마음을 달래주던 유일한 음식이 아니었을까?

 

맨 위엣 사진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니 종업원 아주머니 한 분이 인상을 쓰며 내게 따지러 오는 중이다.

그 당시 나는 DAUM과 일의, 용역관계에 있었으므로  일종의 취재중인 셈인데 영영 글이 묻혀버리는가 했더니  이웃집에 가서 돼지국밥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때아닌 볕을본다.

그런 글이 얼마나 많은지....앞으로도 봄까지는 어디 안다니고도 바가지로 쉽게 퍼내기만해도 될터이다. <계속>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보면...

(실은 돼지국밥하면 밀양국밥집이 꽤나 알려져 있긴하다) 

 

 

아마도 내장국밥을 시켰나보다.

메인 국밥보다 500원이 더 비싸군!

 

 

마치 설렁탕처럼 나왔다. 잘게 썬 파와 다대기.

 

 

그리고 새우젓, 부추겉절이

 

 

깍두기와 양파 고추 찍어먹을 막장

 

 

간이 아주 슴슴했다.(영 안되었었나?)

남편 친구가 먼저 하는 방법을 보고 따라서 ...했다.

 

 

새우젓을 넣고

부추겉절이도 넣고

 

 

내장이 보인다.

 

 

부추를 경상도에선 정구지라 부른다.

 

 

정구지도 넣어주고

 

 

휘 저으면 국물이 벌개진다.

 

 사상터미널에 가시면 밀양국밥집을 찾아가 보시라....

배가 든든~

가격저렴!!

 

 돼지국밥말기

 

살이 많이 붙은 돼지뼈다귀를 푹 고운다.

어찌보면 사골을 고아 만드는 설렁탕 국물내기와 방법은 같다.

삶은 돼지고기와 내장을 알맞게 썰어 준비해두고는

뚝배기에 밥과 썰어놓은 고기를 올려 그릇 그릇 준비해둔다.

손님들이 몰려오면 썰설 끓고있는 큰 국물솥에 밥과 고기가 담긴 뚝배기를 가져다 대고는

큰 국자로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뤄내다를 두어번 반복하는 토렴을 거친 후, 

다대기를 얹어 손님상에 낸다.

손님은 새우젓과 부추겉절이로 짠맛과 매운맛을 조절한다.

부추겉절이는 말만하면 리필가능!

각자 취향에 맞는 국밥이 말아지면

깍두기나 풋고추등으로 식사를 하면된다. 

고기나 내장수육을 건져내어 부추겉절이에 싸먹는 맛도 일품이다.

 

글:사진/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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