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별 일도 다 있네!

33년이 지나니......둘 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결혼 기념일!

 

자식이 세 마리(?)

이제 나름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어버이날에 무리한 아니 씰데없는 선물들 사들일깨비...

한 열흘전 서부터

<지발 돈으로 다고!!>

하고 쐐기를 박은 적이 있다.

 

그리고는 잊었다.

75년 5월 5일에 결혼한 우리부부~

....

버씨로 검은머리 파뿌리 되었다(염색으로 살짜쿵 가려서 글치~~)

 

 

어제는 이렇게 궁시렁거리고만 있었다.

 어린이 손잡고 오믄 마트에서도 선물도 주고....뭣도 주고,

5월 한 달 어린이 동승하면 KTX도 싸게 해준다는데....

나는 걍 (생)표를 끊으면서 배가 실실 아팠다.

당췌 빌릴 어린이도 읍쓰니...

참 나, 살다가 살다가 이런 공황(?)기는 겪지 말아야는디....

 

요즘엔

어린아이들이 꽃보다 더 예쁘다는 말을 실감한다.

엉뎅이 말캉하고 보드란 애기를 품안에 안고잡다.

길거리에 나가면 푼수떼기 할머니처럼 아이들에게 호감을 보이고 또 보이고 한다.

 어제는 그런 예쁜 아이들 생각만 내내 했었다.

 

 

늦은저녁, <딩동>...하더니

아덜 두 늠이 동시에 들어온다.

식탁위에 뭘 주섬주섬 올리고는 와인잔을 찾기에....

<왜? 모야?>

했더니....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잖아요~~~>

<오잉???>

우린 둘 다 얼굴을 보며 뜨아해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결혼기념일을 우리 둘 다 잊어본 일은....?

 시아버지 돌아가신 상중에 5월 5일(사모날) 도 기억했는데....

 

아!! 33년 살고나면

이렇게도 되는구나!!

둘 다 똑 같이.....잊고도 지나가는구나!!

 

막내늠이 제과점엘 들어갔더니....

주인이  아이들껀지 어른들껀지 묻더란다.

<부모님이요!> 했더니

 <초는 몇 개나?><33개요>

<아니 그렇게 젊으세요?><아뇨 결혼기념일요> 란 말에 

괜시리 주인인 자기가 헤벌쭉해지더란다.

 

 

막내는

 유일하게도 우리집 고주알미주알이다.

그늠 낳지 않았으마 무슨 재미로 살꺼나~~ (아마도 집안이 썰렁할꺼다)

딸뇬은 다음 주 시험이고 컨디션이 좋지않아 못오겠다고 하네~~

<그려...어차피 넌 포기했응게~>

이 글 읽었는지 좀 전에 엎드려 절 받았다.

입금했단다. 정말 몸이 많이 아픈지 딸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나의 자존심이자 나의 아픔인 딸이여~

나의 유일한 웃음으로 바뀌어라! 얍!!!

아들 두 늠들에게서 금일봉을 받았다.

각각 십마넌씩!

<분명 어버이날 꺼하고 얼렁뚱땅 뭉친 건 아니제?>

확답 받아내기를 좋아하는 음마!!

<스리슬쩍 넘어가지 말란 말이야~ 이 돈은 낼모레 여행비로 잘 보태 쓰마!!>

 

 

결혼기념일.....

왜 잊었을까?

벌써 화석화 진행이 .....한참인

측은한 암모나이트 내사랑!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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