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작약, 첫 꽃봉오리가 활짝폈다.
연이어 3송이가 따라 피어나고....활짝피었다가 밤이면 꽃잎을 닫았다가 다음날 아침 다시 스르르르~~
하늘이 열리듯 꽃잎이 벌고.... 또 다시 해가지면 졸린 눈을 감 듯....닫고,
갓 핀 꽃의 수술은 노랗고 오통통했다.
꽃의 젊음이다. 수술의 숱이 많아 보인다. 그랬던 꽃수술이 7일만에...바싹 비틀리듯 말라버렸다.
갓 핀 수술이었을 때 벌이 한 마리 날아왔다.
벌은 건강했고 정신없이 꿀에 탐닉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여대는 벌의 열구리 꿀주머니엔 수술색깔과 꼭같은
샛노란 꿀주머니 두 개가 무겁도록 부풀어 있었다.
딱 일주일만인 26일, 꽃술은 50을 넘긴 내 머리카락 처럼 기름끼 빠지고 엉성해졌다.
벌은 날아왔지만....이삭줍듯 바지런 떨어보지만....그 벌의 옆구리 꿀주머니는 흐릿한 수술색깔 그대로인 희미한 노랑색에다
꿀주머니도 꿀렁해보였다.
오늘 28일 지난 밤부터 쏟아진 호우에 그러잖아도 시들해져서 밤낮으로 폈다 오므렸다에 탄력이 없어진 꽃잎은 떨어져
바닥에 뒹굴었다.
花無十日紅이구나!
아!! 그렇구나~~
정수리의 허전한 내 머리숱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는 머리숱이 얼마나 겁니게 많은지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아 고무줄을 뱅뱅 돌려 묶을 수가 없었다.
여름이면 새순 솎아내듯 머리카락을 솎아내어야 겨우 지대로던 까맣고 무겁고 윤기나던 삼단같던 내 머리카락!!
나이들자 기름끼 빠지고 푸석해졌다. 굳이 염색하지 않아도 잦은 뽀글퍼머에 노랗게 탈색해버린지 오래~
불만 갖다대면 산불나게 생겨먹었다. 아!! 젊음이여~~ 나의 덧없는 청춘이여~~
황혼의 부르스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낯짝은 두꺼워져서 철판깔고(실제 피부 두꺼워짐) 두상은 자꾸만 퍼지고 얼굴은 처지고....
너새니얼 호손의 <큰바위 얼굴>을 흠모했는데......이제야 그 소원을 이루었다. 아흐 다롱디리~~ (ㅠ,.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은 열흘 붉은 것이 없고,
인불백일호(人不百日好)
사람은 백 일을 한결같이 좋을 수 없고
세불십년장(勢不十年長)
권세는 10년을 채우지 못한다.
허무하고 허무하도다!!
열흘 붉은 꽃이 없을진데, 인생이 늘 꽃 핀것처럼 좋을 수만 없는 법!
.
.
.
비에 젖어 낙화한 꽃잎을 두고 하릴없이 나는 상념에 젖는다.
꽃! 너는 무엇이며.... 나는 과연 무언가?
왜 왔다 가는지.... 기히(어차피) 갈 것을 왜 오는지....?
이요조 /사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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