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이역 노인 *
신 명란
손 끝 흔들려 떨구어진 머리 속,
두 눈 눌려 닫힌 그 속엔
지나온 세월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빵구난 무릎팍의 검은 구멍으로
못난 한숨이 새어 나와서는
불어오는 바람되어 흘러가 버린다.
따지기 볕이 오뉴월 땡볕인양
상을 찡그리는 얼굴엔
온 사랑 못다 바친 인생의 주름들...
누런 손으로 빼어문 꼬질꼬질 담배엔
지난 장마철 떠내려 가버린 시간들만
얼룩으로 남아있다.
도회지 옷차림을 한 여인들의 쏟아지는 웃음 소리에
몇번의 헛기침으로 머쓱함을 달래며
정차역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고
슬며시 멈춰서는 간이역에 내린다.
창가에 바짝 얼굴을 붙이는 사람들에게
길 건너 마을의 어스름한 풍경처럼
보일듯 말듯 손을 들어준다.
떨어져 나간지 오래된 지붕 사이로
초저녁 별이 뜬 하늘이 보이고
말뚝만 박혀 있는 간이역에는
스멀스멀 타들어가는 담배만...
8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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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기차역 이름도 없고 매표원도 없지만 기차는 멈춰 서고 다시 출발하는...
한평생 선로위에서 달리는 기차에겐 작지만 소중한 쉼터.
오늘밤을 넘기면 안되기라도 한 듯,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며칠전 창고에 마늘을 꺼내러 갔다가
얼핏 본 비닐봉지 안에서
원고지 뭉치가 보였던게 말입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올려봅니다.
"빼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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