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젓과 상추쌈
부산 기장, 보리밭 지금은 고인이 되신 나의 어머니는 해마다 봄이면 누누이 되뇌셨다. 멸치는 봄멸치여야 맛나고 봄멸치라도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보리가 패고_ 보리 누름에~(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때) 그런 봄이어야 참멸치(꽃멸치)가 알이 배어서 맛이 있다고, 겨우살이 김장준비 걱정을 일찌감치도 하셨다. 봄에 담근 멸치가 여름방학쯤 되면 그 살이 흐믈어지지않고 딱 알맞게 익어서 생젓갈로 먹기 좋았다. 어머니가 풋고추 쏭쏭 썰어 다져넣고 파마늘 고춧가루 깨가루로 잔뜩 양념해 놓으시면 어린 나는 찬물에 밥을 말아서 그 비린 것을 좋아하여 잘도 먹어냈다. 그 걸 보는 집안사람이나....손님들은 "에휴 비린걸 너무 좋아하면 엄마가 죽어도 눈물도 안 흘린단다" 하며 놀렸지만 한여름 찬물에 만 밥을 한 술 푹-떠서는 밥수저에 비린 젓갈을 발라서 척-하니 올려서 먹길 좋아하였다. 아니 즐겼다. 그 어린 나이에도~~ (지금은 고향을 멀리 떠나온 뒤로는 젓갈반찬으로는 왠지(너무 비려서) 못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젠 너무 잘 운다. ㅠ,.ㅠ) 아마도 울 어머니는 늘 꾸준한 이야기 말씀으로 우리 자매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시키셨나보다. 살아가면서....어머니 하시던 말씀이 교과서 갈피, 갈피에 적힌 말씀처럼 언제나 먼저 떠오르니~ 이 아니 명언일꼬! 송화가루가 폴폴 날리는 오월이면 바다의 생물들은 대개 거의가 산란기를 맞는다. 더러는 산란기를 보호하느라...스스로 (패류)독소를 내뿜기도 하고.... 봄멸치는 알이배어서 봄에 담아두면 여름에는 살을 발라서 젖갈로 먹고 가을이면 그 살이 다 삭아서 물이되면 용수를 박아서 그 육즙을 조금씩 떠내어 김치를 담는다. 나중에 용수로도 육즙을 뜨지 못할 정도로 멸치 가시 건더기만 뻑뻑하게 남으면 끓여준다. 끓여서 소쿠리에 고운베를 받치면 맑고도 발그란 액젖이 똑똑 떨어진다. 받아낸 물이 바로 멸치 맑은 액젓이다. 마지막에는 소금이나 간장을 부어서 한 번 더 끓일 때, 가능하면 집간장이 넉넉하게 있다면 간장을 부어서 달여내면 어장이 된다. 그 액젓은 시중에 팔고 있는 멸치 액젓과는 맛이 다르다. 시중에 파는 멸치액젖은 멸치젖갈든 항아리를 물에 씻은 맛이거나 장화를 신고 지나간 맛 정도이다. 거기에다 글르타민산을 탄 맛이다. 그러니 해마다 별달리 방법이 없으니 손수 담을 수 밖에~~~~ 김치맛은 다른데서 나오는 게 아니다. 새우젖은 어차피 집에서 못담으니...사다가 비치해두면 좋다. 멸치 액젓도 바다해초류나 해산물등을 요리할 때 액젖은 간장보다도 맛의 궁합이 더 좋다. 두 해에 한 번 쯤 멸치젖을 담는데...블로그에 가사메모를 올해는 깜빡 잊고 해두지 않았다. 불현듯 멸치젓갈이 먹고 싶어졌다. 보리누름에 멸치포구 파시(波市)는 그 떼가 조금 일찍오거나 조금 늦게 올 때가 있는데, 너무 일찍 담은 해는 여름에 늦게 열어보면 살이 다 녹아나서... 어머니는 안타까워하셨다. 경기도로 올라 온 후.....멸치는 포기하고 살았었다. 밍밍한 멸치 액젖을 사서 먹었는데...맛도 없는 게 비싸긴 왜 그리도 비싼지.. 해서 한 해는 만들어진 젖갈을 말들이 깡통으로 사서...얼마나 곱고 먹음직스럽게 익었던지...그 멸치를 발라서 양념을 넉넉히 해서 먹는 도중 별안간 왈칵 치밀던 비린내에...생멸치젓갈은 먹을 엄두도 안내다가...막상 부산에서 바로 올라온 멸치 젓갈도 먹을 엄두도 못냈다가... 엊그제....갑자기 먹고 싶어졌던 게다. 가만...이 게 언제 올라온거지?? 형부에게 전활했더니 기록해 둔 게 있다신다. 4월 22일....이제 겨우 한 달...언니가 왜? 하고 묻는다. 응, 젓갈로 먹으려고, <안돼, 아직 안된다이~~~> 안되긴 뭐가 안돼...벌써 떠다놓고 전화 하는 걸....먹어봤으니 삭은 정도도 알지, 아무튼 속은 잘 삭았다. 요즘 며칠을 잘 먹었는데...비린내는 커녕, 뼈도 바르지 않았는데...뼈도 부드럽고 비린내도 전혀 없다(멸젓무치기 레시피 참조) 그랬는데... 누군가 블로그 방명록에 비공개 글을 남겼다. 늘...해야지..해야지 하던 해묵은 멸치젓갈을 지금 달이면서 글을 쓴다. 누가 멸치젓 담기 비율을 묻는다면....그 건 나도 모른다. 곁에서 구경하면서 물어본 기억은 있는데.....그 레서피는 모르겠다. 대충보니 멸치:소금이 5 :1 ? 그 정도로 어마어머하게 넣는 것 같았는데....젓갈은 아무튼 많이 먹게되면 나트륨과다로 성인병에는 좋지 않단다. 그래도 아직 성인병은 없고... 비만에 성인병 데드라인에서 오르락 내리락 턱걸이 중이니~~~~~ 돼지고기를 잘 안먹는 나로썬 봄철 상추쑥갓쌈 많이 먹는 촉진제 역활은 충분히 해내고 있다. 멸젖은 잘 익어가고.... 나는 지난 먹다남은 멸치젖을 달이면서 올 한해는 달인 젖으로도 충분히 김치를 담겠고, 멸치액젖은 해묵혀가며 먹어지겠다. 멸치 달이는 것은 다음글로........
|
소금넣어 젓갈로 담아져
택배로 보내오는 멸치젓
멸치를 터는(그물에서)작업..
바다가 멸치액젓같다.
이렇게 싱싱한 멸치는
왼쪽에 보이는 스텐통에서 소금과 함께 버무려지고
밑에 가름막을 열면 비닐봉지로 와르르 쏟나진다. 잘 포장하여 프라스틱 통에 넣어져 전국으로 보내진다.
식구가 몇인지 모르나....멸치젓을 담으시라 권합니다. 더 맑은 액젓은 걸러서 간장과 섞어쓰면 어장으로 다용도로 쓰거든요. 아주 다양한 맛을 낼 수가 있지요.
|
2009년 4월 22일에 보내진 멸치
(가격은 늘 조금씩 달라짐/45,000원정도 택배비포함)
1달 하고도 일주일 후
개봉 열어보니
아직은 덜 익어보인다.
안팍으로 혹시 봐뀔까봐....이름을 써 달랬더니
(젓갈이 조금 싱겁게 되도록 특별부탁)
조금만 파보니 이런 벌써 잘 익었다.
더 아래는 살이 녹아 물이 되고 있는 중,,,,
조금만 꺼내고 다시 잘 봉했다.
올 해는 먹을 게 있으니
쉬엄쉬엄.,...천천히 삭혀가며 먹을 심산!
청양고추 몇 개는 다져넣고
또 몇 개는 위에다 얹어서~~
생멸젓양념
멸젓 300g 가량
고춧가루 3큰술, 청양고추 7~8개 파 조금 마늘 3큰술 생강즙 조금.,,,,,식초 한 큰술(제일 중요/비린내를 감한다)
젖가락으로 살살 버무린다.
고춧가루를 섞어도
빛이나지 않아 다시 위에다 뿌려줌
혼자만 먹을 것이라 뼈를 발르지도 않았는데
뼈도 아주 부드러움
........................................................................................................................
명이쌈 과 멸치젓갈
울릉도에 많이나는 명이나물이다.
울릉도에 갔을 때, 택배로 보내어진 명이지
아직도 이태가 지났지만 잘 먹고있다.
멸치젓갈 본 김에 명이쌈을 쌌다.
지난해 오이지(맨위) 그 염이 여러 해 된 오이피클
묵은 오이지를 간장에 담아 장아찌로 변신~~~~
밑반찬 영념 무쳐 내놓기
명이지 쌈도 만들고...
명이나물 지~
양념한 멸젖갈을 올려서
돌돌말이 쌈싸기에 좋은 명이.
줄기는 묶어주기에 좋고,
멸치젖을 담그는 일도 콩을 삶아 메주를 쑤어 간장을 담그고 된장을 뜨기까지...
그처럼 중요한 한 해 먹거리 준비다.
이 요조
|
'요리편지 > 친환경농산물, 바른먹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북음식문화 (0) | 2009.06.23 |
---|---|
멸치젓 달이기와 젓간장(어장)만들기② (0) | 2009.06.01 |
내가찍어 마음에 들던 음식과 풍경들 (0) | 2009.05.20 |
축산업, 공부하는 자세로 관람. (0) | 2009.05.14 |
전통 먹거리 전시장 구경 (0) | 2009.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