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가 나를 깨우네!

                                       -옥순대교에서-


자욱한 안개 속에 깊게 잠든  청풍호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는 철이 없었다.
<여보세요오~~ 잠에서들 깨어 일어나세요!>


두 번째 찾았을 때
고즈넉이 잠든 너를 보고 싶어
옥순대교 끝에서 끝으로 헉헉대며 내달렸다.

 

나, 나이 들었나보다.
가만가만 흔드는 잔잔한 물결 요람 따라
<자장자장 자아장~ 내처 잘 자거라!>

 

잘박이는 여울에 나이테가 생겨나고

너를 볼 때 마다 나, 철 드는 걸 보니

청풍호가 나를 깨우네.

 

 

 

글/이요조 (2010년 4월)

 

 4년 전에 찾아왔던 옥순대교~~ 저 끄트머리에서 난, 남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 때도 일행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려 사진 찍는 틈을 내어 달리고 달렸다. 저 다리 끄트머리에는 또 뭔가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있었다.  만났다. 아침 물안개에 감싸인 채 잠들어 있는 청풍호를...... 일어나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 때는....<"여보세요오~ 잠에서들 깨어나세요~">라고,

이번에는 다리 위를 달음질 쳐 온 내가 무안했다.<어, 오늘도 여태 자네~~ 코~ 내쳐 잘 자려마~> 사진 몇 장 철걱이며 찍어왔다. 카메라 셔터소리가 사위의 적막을 흔드는 듯 했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그리 쿵쾅이며 뛰질 못했다.  여행도반들은 옥순대교에서 기념촬영 하느라, 내가 어디 가서 무얼 하고 왔는지, 사라진 것조차도 몰랐다. <흠흠~~ 비밀이야~쉿!!> 

 

 

 

 

 

 

 

 

 

청풍호를 끼고 드라이브, 옥순대교와 도담삼봉

 

청풍호를 옆으로 끼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그 맛!

월악을 돌아 돌아 가며 산이름에 악(岳/큰산)자가 들어가는 산들은 그 큰 이름 만큼 그 산세가 당당하고도

우람함을 진작에 알아 차렸어야 하는데, 산이 깊으면 물도 깊은 법,

월악산! 그 이름만큼이나 대단한 산이기에 대단한 물길을 거느리고 섰다.

 

 

물안개라면 좋으련만 마침 내가 간 날은 물안개가 흐드러져 정오가 가까운데 도심의 스모그 현상같다.

아무튼 물안개의 뒤끝이리라...

좀 더 일찍왔더라면 물안개의 도도한 흥취에는 푹 빠졌을지 몰라도 사진은 한 장도 못 건질 뻔 하였다.

 

이 지역 사람들은 충주호라 부르지 않고 청풍호라 즐겨 부른단다.

아마, 수몰된 청풍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서 이리라.

댐 건설로 진짜 청풍이 수몰된 지 25년. 그 동안 제대로 부르지 못 한 만큼, 이제라도 제 이름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충주호는 남한강의 또 다른 이름 중 하나이다. 강원 태백의 대덕산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지역마다

저마다의 이름을 지녔다.

태백에서 창죽천이다가도 정선에서는 골지천이다. 영월에서는 동강으로 불리고, 충청도로 넘어 오면

충주호가 된다. 경기 여주에서는 여강으로 갈음한다. 이쯤 되면 청풍호를 고집하는 주민들을 나무랄

이유가 없어진다.

충주댐 건설로 생겨난 호수의 길이는 97.2km. 충북 단양, 제천, 충주 등 3개 지역의 마을이 수몰됐고,

이중 제천 지역이 42km로 절반에 가깝다. 청풍은 29개 마을(리)중 27개가 물에 잠겼다. 청풍호가 아름다운

것은 말마따나 청풍명월이 고스란히 물속에 담겨 있어서 일 터이다.

충주호를 절반 정도로 나눠 서쪽은 충주, 동쪽은 제천, 장회나루부터는 단양에 속한단다.


 

짙은 주황색의 철골이 인상적인 옥순대교는 다니는 통행이 별로 없어 늘상 졸고 있는 다리같다.

다리 위로 다니는 차량보다 다리 아래로 다니는 유람선들에게 위용을 자랑하고자 선 다리같다.

날씨가 어찌된 셈인지 물안개가 덜 걷혔는지...영 흐린 게...... 풍광의 기대치는 마뜩찮다.

하늘을 담아 있는 호수라더니...오늘은 하늘빛도 햇빛도 .... 다 잠에서 덜 깨어났나 보다.

 

너무 일찍 서둘렀나?

아직은 오전, 은은한 호반은 물안개를 걷고 마악 잠에서 깨어나려는 중이었다.

늦잠을 즐겨 자는 탓에 미려한가?  아무래도 그 탓이지 싶다.

 

"여보세요오~ 잠에서들 깨어나세요~"

 

 2006년 2월 옥순대교에 들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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