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피

 

구피의 허무한 사랑

 

사람만이 애틋한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닙니다.

동물들도 사랑이 있고 질투가 있고 그리움 연민이 있습니다.

사위가 강아지 때부터 키워 온 구피란 늠은 할아버지로 13살입니다.

구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기 아이디도 구피라고 지을 정도입니다.

알레르기가 있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고, 너무 잘 기른다고 사료만 고집 먹인 탓인지 치아가 빨리 썩어 입에서 냄새가 많이 납니다.

사료도 한 참 불렸다가 먹는 할아버지지만

그러나 정말 점잖고 참을 성 있고 가족들 말을 잘 듣는 귀족 같은 성품입니다.

(손자 마이키 그네 앞에다가 제가 제일 잘 먹는(좋아하는) 과자를 갖다놓는 아주 기특한 늠입니다)

 

반면 저희 집 9살 된 악바리 마리란 뇬은 양치질 시켜준 게 손으로 꼽을 정도지만

뼈다귀를 자주 주어서 이빨 하나만은 아직 날카로운 송곳입니다.

동물들은 딱딱한 진짜 뼈를 갉으면서 치아가 많이 닦이고 좋아 진다네요.

 

구피는 관절염도 있어서 산책을 멋모르고 많이 시킨 다음날 나 죽는다고 엄살입니다.

기껏 용변만 보고는 산책은 주저 앉아버립니다.(절 안고 다니자고)

 

사위의 집, 아니^^*  딸의 집과 사위의 본가는 아마도 서울 부산 간보다 거리가 멉니다. (뉴저지▶로체스터)

사위는 본가를 드나들 때마다 떼 놓을 수 없는 구피를 차에 싣고 간답니다.

휴가때 본가에 가면 10살 된 여자 친구 티파니가 있기 때문에 둘은 무척 사이좋게 잘 지낸답니다.

티파니는 수술을 받은 암컷이지만 둘은 눈밭을 뛰어나가 다니면서 정을 키워왔을 겝니다.

 

요 근래 티파니가 앓다가 갑자기 죽어버렸습니다.

안사돈의 상심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막내딸이 죽은 것처럼 가슴아파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저도 가슴이 짠~했지요.

 

티파니 죽은 지 한 달 뒤 사돈내외가 손자를 보러 오셨지요.

한참 식사하고 이야기 중에 티파니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같아서 제가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먼저 건넸지요.

안사돈은 기억하고 염려해주는 제 말에 티파니 마지막 이야기를 눈물겹게 더듬으며 이야기 했습니다.

대화중에 저희 집에서도  역시나 개를 잃어 보았고 그이도 무척 상심해 하더라는 이야기를 하자

안사돈이 그를 바라 본 그 때 마침 그 양반은 막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습니다.

(본인의 이야기로는 그 때 눈에 무엇이 들어갔다지만...)

안사돈이 그만 그에게 감동을 먹었습니다.

본인의 남편은 이제 그만하라고 제발 됐다며 핀잔만 주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바깥사돈께서 자신의 심정을 너무 잘 알아주신다면서요.!

 

ㅎㅎㅎ

어쨌거나 그 날 이후로 사돈 간에 전화만 하면 안사돈은 제게 우리 집 양반 팬이라며

전화를 바꿔달랍니다. 어려운 안사돈 바깥사돈 간에 아예 대놓고 팬이 돼버렸습니다.

 

 

개 문상

 

                  이야기가 잠깐 옆길로 새자면, 신문에 났던, 아마도 2~30년은 족히 된. 가십 기삿거린데요.

얼추 80년대 이야기였을 거예요!

배우 장미희가 기르던 애완견이 죽었는데, 앙드레김이 문상을 하고 함께 밤을 새웠다는 겁니다.

...전 그 글을 읽는 도중에 아! 이런 우정도!! 감탄했는데... 진짜 이야기는 그 다음입니다.

그렇게 꼭 개문상까지 가야하나? 유명배우라 다른 모양이다...주로 비난 비슷한 글로

마무리를 지었던 글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아마도 그 때만 해도 바라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았던 게지요.

세월은 흘러 이젠 애완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우리 부부가 뉴욕공항에서 집으로 오려면 로체스터에서는 직항로가 없어 조금 어렵습니다.

안사돈이 저희 부부를 초대해주는군요. 가시기 전 미리 오셔서 맨해튼 구경을 꼬옥 하시고 가셔야 한다고,

 

사위는 금, 토, 일요일을 이용 온가족이 저희 부부와 함께 물론 구피도 함께 뉴저지로 향했습니다.

구피는 벌써 눈치를 채고 있는 듯, 5시간이 넘는 시간 내내 차 바닥에 앉아서 잘 견뎌주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마려운 용변도 보지 않고 곧 바로 집으로 들어가서는 티파니를 찾는 것입니다.

아래층에 보이질 않자 이층으로 올라가서 찾고 싶은데 다리가 불편해서 계단을 못 오르자

가족들과 눈만 마주치면 이층으로 올려달라고 애원을 합니다.

<티파니 없어~~ 티파니 멀리 갔어!> 해도 못들은 척 합니다.

제 눈으로 제 코로 확인하러 다녀야겠다는 일념뿐입니다.

2박3일 내내 구피는 티파니 흔적만 찾다가 지쳤습니다.

안사돈은 티파니 사진을 곱게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어두었지만 구피는 물론 보지 못했습니다.

 

구피의 쓸쓸함을 알 것 같기에 ...글로 써야지 하다가 한 달 보름이 지난 지금에야 끄적거려 봅니다.

우리 집 양반은 이제 안사돈에게 <현빈>의 10명 팬 못잖은  열혈 팬 한 사람 두었습니다.

 

그는 실제로 저희 집 마당개 똘똘이 죽어 산에 묻고는 등산? 산책 다니며 그 앞을 차마 못 지나(?) 둘러 다닌다네요.

전 지나가면서 물이라도 부어주는데,  멀리 지나칠 때면 시선도 주는데...

 

티파니를 잃어 가슴 아픈 안사돈은 티파니의 앨범을 들고 와 제게 보이며 설명을 시작하셨는데

제가 감기로 너무 아파서 건성 바라보며 소상히 눈여겨 못 봐드린 게 내내 마음에 밟힙니다.

안사돈 미안합니다!

 

 

 

티파니에게로 가는 설레임

티파니는 액자속으로~

티파니를 찾아서~

여기도 읍꾸, 저기도 읍꾸~

 

근래 가슴아프게 보낸 우리집 개들

내 눈물 쏘옥  뺀~  파보로 보낸  애기, 혁! 그리고  남편 눈물을 뺀 교통사고로 보낸....똘이할배!

 

 

<우리 티파니 못봤어여?> 차마 그 눈빛이 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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