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게 뭘까?

 


 

 

얄미운 죄인처럼 잘라내고 잡아당겨 돌돌 묶었다.

묶어놓고 손으로 조물조물 만져놓으니 그 형상이 동그란 게 밉지 않아

<오호라! 들꽃으로 화관을 만들면 예쁘겠군!>

하며 내 머리에 얹어보는 얄망궂은? 철없는 나....피식 웃는다.

<너 할머니야, 정신차려 이 할머니야!! ㅋㅋㅋㅋ>

만 석 달 만에 돌아 온 집이다.

 

에 나가서 가을 바람 소슬할 때 집으로 들어왔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 살고 있는 딸내미 둘째 손자 해산구완을 해주고 온 길이다.

손자 보는 날이 할미 죽는 날이라 했던가?

온 몸 여기저기 고장 난 듯 안 아픈 곳이 없고  나이는 못 속이는 듯 시차적응을 얼른 못 이겨내고 있다.

초저녁이면 장사 항우도 들지 못했다던 눈꺼풀을 나라고  들 수가 있나?

그렇게 죽음처럼 마냥 자고나면 새벽 2시 3시~~

 

그렇다고 책을 읽는다거나 집안일을 할 정도의 체력이 되어주는 것도 아니어서 TV채널 여기저기를 몽유병자처럼 기웃대며 돌아다니기 일쑤!

해지면 자고 새벽엔 깨고 낮엔 몽롱한 악순환이 열흘 넘게 da capo되는 도돌이표!!

 

 

 

 

그러다가 한 열흘 쯤 후 정신을 차리고 집안 밖을 살피는데 손바닥 반만 한 마당 한 구석재기가 정글이 되어있다.

뭐가 이렇게 나무들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겨 한 뭉치, 수세미로 엮어놨지? 누구지?

 

마치 생태를 교란시키는 골칫덩이 귀화식물인 가시박이나 환삼덩굴처럼 얽히고설킨 식물은 자세히 살펴보니 다름 아닌 나팔꽃이다.

나팔꽃이랄 것도 없이 보잘것없는 꽃송이가 자잘하지만....아침이면 아마도 100송이는 넘게 피어나는 것 같다.

놀랄정도로 칡덩쿨처럼 보이게끔 생겼고 또 그렇게 휘감아 자라올랐다.

세상에나 원 줄기를 더듬어 찾아내려오니 나팔꽃줄기가 ? 줄기가? 이 걸 누가 나팔꽃 줄기라고 하겠는가?

 

오랜 세월 텃세는 엿을 바꿔먹었는지 주목나무는 같은 자리에서도 여적지 20여년 가까이 자란건지 만건지 그대로건만.. 난 드디어 참고 있던 한마디를 하고 말았다.

<넌 얘 자라는 거 안보이냐? 넌 으째 맨날 고대로냐?>

 

 

 

그 옆자리에는 좁은 마당에 밀도가 높아 광합성을 하기위해 키만 비쩍 큰 라일락이 나팔꽃 줄기에 멱살을 잡혀 몸 전체가 허리를 꺽고 서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봄에 심어둔 살구나무도 나팔꽃의 넝쿨에 온몸을 꽁꽁 묶인 채 하늘로 향해 있어야 할 새 가지들은 모두 땅을 향해 늘어뜨리고 서 있다.

올 봄에 묘목으로 심었더니 많이 자라 내 키를 웃돌긴 하지만 아직은 여린 가지와 옥죄인 몸통이 얼마나 쥐가 났을꼬?

 

눈만 흘겨도 툭툭 부러지는 라일락 가지~~ 나팔꽃 줄기를 팽팽하게 잡아당기자

 ‘우두둑~ ’ 라일락 잔가지들의 골절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나팔꽃은 지금은 기억에도 희미해졌지만 아마도 제주도에 사는 모 블로거님이 부쳐준 씨앗일 거라 짐작된다.

그렇게나 예쁘고 소담스럽다던 나팔꽃이 북쪽으로 오더니 소담스럽긴 커녕 못난이 찌질이가 돼버렸다.

땅이 바뀌면 그렇게 되나보다. 태어나 자라난 곳을 두고 물 건너 산 너머 북쪽으로 달려왔으니~당연 유전자에도 오류가 생기나 보다.

 

 

귀한 씨앗을 부쳐준 분의 성의를 생각해서 말은 못하고 몇 년 동안 여기저기 솟아나는 찌질이 나팔꽃을 뽑느라 봄 되면 분주했는데 지난 여름, 귀찮게 뽑아내는 나 없는 틈새를 이용 나팔꽃 한 그루?가 기세등등하게 기어올랐나 보다.

주목 등을 타고 올라 대추나무까지 감아버리고는 자손을 퍼트리려는 일념으로 꽃송이를 셀 수도 없이 다닥다닥 달고 제 세상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천덕꾸러기의 본능일까?

밑동을 잘리고도 나무에 걸려진 넝쿨은에서는 3일이 지난 오늘 까지도 가끔 군데군데 작은 나팔꽃을 피워 올린다.

끝까지 살아남아야한다는 그런 생의 절대적 존재감!!

경이롭다고 해야 하나?

필사적으로 옆자리의 뭔가를 끊임없이 잡아당기고 기어 올라간 나팔꽃을 보며

누군가를 끊임없이 밟고 올라가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초상을 바라보는 듯 씁쓸하다.

 

 

사진은 나팔꽃을 당겨 걷어내고 나서야 찍어서~ㅎ```

 

천덕꾸러기의 본능일까?

밑동을 잘리고도 나무에 걸려진 넝쿨은에서는 3일이 지난 오늘 까지도 가끔 군데군데 작은 나팔꽃을 피워 올린다.

끝까지 살아남아야한다는 그런 생의 절대적 존재감!!

경이롭다고 해야 하나?

필사적으로 옆자리의 뭔가를 끊임없이 잡아당기고 기어 올라간 나팔꽃을 보며

누군가를 끊임없이 밟고 올라가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초상을 바라보는 듯 씁쓸하다.

 

 

 


꽃말 [Language of flowers]

나팔꽃: 덧없는 사랑, (흰색)넘치는 기쁨 결속 낙엽: 새봄을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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