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름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폭력 쓰는 여자'

 


 

 

 

, 병원 물리 침대위에서 찔끔 울었다.

 

나는 건강하게 태어났고 건강했다.

몸무게가 좀 나가는 게 흠이지만 태어날 적부터 배기량이 다르게 태어났다고 우겨댔다.

울 외할머니가 늘 놀려대시던 <우리 요조 다리는 객사 기둥같다> 던 내 두 다리는

<요조는 건강해서 예쁘니 치마를 짧게 입혀라~>는 아버지의 특별 지시가 내린 별난 사랑도 받아보았다.

그 덕에 한 번도 아파 본적이 없고 아직까지 별 다른 고장이 없지만 단 한 가지 흠이라면

10년 전 쯤에 디스크수술을 받았다.

....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나는 평생을 밥 먹는 시간은 준수하며 살아왔다.

그러기에 폭식이나 과식은 없다. 늘 꾸준히 잘 먹는 게 흠이라면 또 몰라도~~

그런데 무서운 폭력은 좀 잘 쓰는 편이다.

 

 

나는 폭력(폭력)이란 단어를 떠 올리며 참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폭식이란 말이 있듯이 폭력이란 말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국어사전에서 찾아 본 폭력 [暴力]의 뜻은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쓰는,

물리적인 수단이나 힘을 뜻한다.

대상이 남을(타인을)이 아니고 사물이지만 말이다.

'에허 낚시구먼-' 하는 사람들은 읽지 않고 바로 나가시면 된다.

 

평소 그렇게 부지런하지 못한 탓으로 실컷 놀다가 갑자기 폭풍 같은 괴력을 발휘하기를 좋아한다.

여름내 비워 둔 집을 내 나름 정리한답시고 몰아치다가 허리가 점점 심각하게 아파온다.

 

 

집 부근 동네 의원이 있는데 단골로 다니다 보면 생활습관이랄까? 체질이랄까?

모든 것을 꿰고 있으니 10년이란 세월을 함께했으니 주치의나 다를 바 없다.

 

병원을 개업하고 처음 그를 알 때는 지방의대출신이지만 싹싹하고 친절한 그에게 그리고

모든 질병을 종합병원 가지 않고도 척척 미리 알아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그의 의술을

나는 신의에 가깝게 보고 믿고 있었다. 건강에 관한한 그를 믿는 마음이 무척 컸나보다.

참고로 그는 나보다 열댓살은 족히 아래 일게다.

 

어느 날 동네 미장원에 갔다가 어느 아주머니가 그 의사를 폄하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절대 아니라고 오해일 거라고 역성들다가 괜한 말다툼으로 번질 뻔했다.

그 후로 정말 그 아주머니의 말이 어느 정도 적중해지는 것 같아졌다.

 

돈을 벌어 그 주위 건물이 다 의사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들어서일까?

어딘지 옛날과는 다르고 무뚝뚝하고 신경질이 많아졌다.

여러 번 그런 일이 계속되어도 이해하고 넘겼다.

 

병원은 점차 손님이 줄어들고 어째 이전 같지가 않아 보였다.

동네 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개가 감기처럼 증상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 문진만 해도 나을 병들이다.

아니면 혈압, 당뇨등 환자들의 건강관리나 연세든 분들의 신경통등...

병치료보다는 그냥 문진(問診)만으로도 대화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되는 그런 병들이기 때문이다.

죽을병 아닌담에야 "어디가 괴로워, 어디가 아파"...고자질하고는 의사의 위로가 어쩌면 받고싶은지도 모른다. 

내 가족처럼 알뜰살뜰하게 들어줄 수는 없는 걸까?

 

내가 몸이 션찮으니 기분도 덩달아 저조해서일까?

내가 늙어서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했던 것일까?

내가 핀잔을 듣기위해 병원을 오는 것도 아니고 별 말 아닌 것 같은데

<요 앞에 먹은 약, 그 약 먹은 후 속이 자주 메슥거려져서~>

요즘들어 내 대화법, 즉 어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환자가 할 수 있는 예삿말일텐데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짜증!

 

 

물리치료를 받으며 눈물이 왜 찔끔 나지?

나 바보 맞는 거지?

 

마음 같아서는 주먹으로 냅다 한 대 갈겨주는 폭력을 쓰고 두 번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데,

암튼 나 정말 늙었나보다.

 

모 가수의 유행가 가사 같은 말이 떠오른다.

< ♬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시시콜콜 내 치부를 드러내도 괜찮을 그 누구와 다시 친분을 쌓을까?>

 

 

주먹이 약하면 그 주먹으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다더니 참말인갑다.

커튼 쳐진 물리치료 침대위에 누워서 <휴지는 대체 어디 있는 고야?>

괜시리 자꾸만 질금 질금 새는 눈물, 애들처럼 두 주먹으로 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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