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 듯 봄이 아닌 겨울 같은 봄!
집안에서는 그리 추운 줄 몰랐다.
아랫녘에 매화꽃소식이 하나 한 달 전에 들리더니 우리 집 마당에 매화는 꿈쩍도 안하고 동면중이다.
완연한 봄보다는 꽃샘추위 속에 기다려지는 봄이 더 아름답다.
동네 마트를 가느라 얇은 옷에 나왔더니 옷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꽤나 매섭다.
종종걸음으로 마트에 들어서니 대보름 부럼이 산더미로 쌓여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선 부럼부터 사고는 냉잇국을 끓이려 냉이를 샀다.
늦은 점심에 허기가 돈다. 뭘 먹으려니 참으로 어중간한 시간이다.
안경을 끼고 냉이를 다듬다 말고 일어나 냄비에 물 올리고 라면을 끓인다.
냉이 댓 뿌리에 계란 한 개 탁탁 깨어넣고 파 송송 .....후루룩~~
냉이 향, 아니 봄 향기 가득 머금은 라면이다.
혼자 먹기엔 약간 부대끼지만 너무 너무 잘 먹고는 저녁 지을 생각이 도통 없다.
내 배가 부른데~~
옛말에 며느리배가 고프면 됫박이 푹 깊이 들어가고
며느리 제 배가 부르면 됫박이 가볍게 들어간다더니....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
눈에 띄는 호두도 하나 깨먹고 땅콩도 몇 알 먹고 나니 난 이 걸로 저녁 땡이다.
냉이는 다듬기가 귀찮아 요즘 젊은 사람들은 꺼리기도 할 것이다.
오늘처럼 난데없이 기온이 내려가 오스스 찬바람 몰아치는 날엔 뜨끈한 냉잇국도 좋지만
냉이라면도 썩 괜찮은 듯~~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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