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가 죽었다.

2003년 봄에 입양되었으니. 만13년 살았다.

눈은 백내장으로 멀었고, 여전 승질은 드러워서 사람들은 우리집엘 오기 꺼린다.

마당에 들어서는 사람들에게도 입질을 해대서 마트 배달아저씨는 대문간에다 무거운 걸 두고 가면

언제나 허리 아픈 내가 낑낑대며 들어 옮겨야 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 특히 막내 종열이에게 냉냉한 엄마대신 사랑을 주고 받으며 마음에 평안을 주었고

우리 시어머님 외로우실 적에 자식들 보다 더 위안이 되어 준 마리다.

 

집안에서 키우다가 은솔이 오고 함께 마당에 내려 둔 게 올해 봄,

오히려 땅을 밟고 더 건강해지는 듯해서 저도 나도 만족했었다.

집안에서는 번개소리에 화들짝 놀라더니 은솔이와 함께 있으면서 잘 참아주는 듯 했다.

마리 이름은 두 개가 돼버렸다.

<마리~> <할매~>

 

며칠 꿈도 아니고 눈만 감았다하면 이상한 흉몽같은 상상에 치를 떨다가 요즘 외출을 금지하고 집안에만 콕 박혀지냈는데,

어제 오전만해도 집 뒷마당에 와서 콩콩콩 잘만 짖길래...

<저노므 가스나는 기운도 좋아~>

했었다. 

오늘 새벽에 잠이 깼다. 4시다.  잠을 다시 청했으나 왠일인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블로그 댓글도 단게 4시 45분경에 두 개나 달았다.

 

<날씨가 추운데...마리 현관안에 들여줄껄~~>  아침에 마리가 제일 좋아하는 햄을 썰어 사료에다 섞어

마리야 부르면서 현과문을 열었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마리는 옷만 벗어두고 어디 간 줄 알았다. 옷만 붕 떠서 버려진 것같았다.

마리는 빠져 나간 것처럼 폭삭 오그라들고...

믿기지 않았다. 이불 한 채를 다 내어줬는데.....이불 바깥으로 나와있다.

죽기전에 갑갑증이  들었을까?


..........................................은솔이가 나를 멍때리며 바라본다.

 

그래도 다시 이불을 덮어주고 일단  집 안으로 들어오니 눈물이 왈칵난다.

내가 마리를 바깥으로 내몰고 못본척 했으니 학대한 것 같다.

<내가 죽였어~~>하는 한국식 푸념이 절로 나온다. <마리야 미안해~~>

마리가 제일 좋아하던 오빠 종열이에게 마리 죽음을 전했다.

 

마리를 지인과 함께 지인의 산에다 묻고왔다.

저녁에 들어 온 남편<이젠 은솔이만 키우자~~>

아이들에게서 차례로 전화가 온다. 장남에게서 ,,,지구 반대편 딸에게서 -

 

막내 종열이는 왜 멀리 갔냐며(내다 묻었냐며) 우리 집 마당에다 묻지 그랬냐고...그런다.

떡갈 낙엽이 지천인 곳!  가랑잎이 많이 쌓인 땅은 얼지는 않았지만 파기 어려웠다.

작은 호미로 겨우 팠다.  성견이지만 아직도 가장 작은 덩치의 마리 그 몸 하나 뉘일 곳 파기도 어렵다.

마리야 잘가거라~~

정을 잘 줄줄 모르는 엄마 만나서 니가 고생했다.

 

 

 

  마리 애기적 사진들

마리읍따~~

 

사진을 찾는다고 블로그를 뒤적여보니 비공개로 둔 사진이 나왔다.

화장실에서 찍은 내 셸카도....

마리를 입양할 때는 그나마 고운 모습이다. 지금은 나 역시나 영판 할머니가 되었지만.....

14살인 마리는  <14X7=98> 사람으로 치면 98살이다.

눈은 멀고 어쩔땐 뒷다리가 후둘거리더만.....우예! 하팔이면 젤 추운날에~

<마리야 잘 가거리~~~>


 

2014년 8월 우리집 모므와 마리 이야기다.

이때도 마리는 몸이 아파서 만사 귀찮음에 모므는 언니를 핧아주며 위로해준다.

모므가 너무 착해서 마리는 모므를 좋아했다.

모므는 마리 언니가 몸만 아프면 이렇게 늘 위로해줬다.

내 인기척에 글루밍받던 마리가 예민해서 이 행동은 다소 끊겼지만....

맞어~~ 모므는 딸처럼 그렇게 살갑게 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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