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의 속삭임>


내가 X레이같은 눈을 가졌고,
너도 X레이같은 눈을 가졌다면,
나는 네 속을 꿰뚫어 볼 수 있고,
너도 내 속을 속시원히 볼 수 있지.

그렇지만 너무 잘 보여서 좋을까?
과연 우리 마음이 통할까?
난 네 입술을 보아야 키스가 하고싶고
넌 내 눈을 보아야 내 맘을 짐작할 수 있지않아?

기껏 보이는 것이래야 희미한 얼굴윤곽속에
두개골과 눈구멍, 콧구멍, 옥수수같은 이빨과
턱뼈 움직이는 것밖에 없지않아?
그래, 좀 우습다. 그치?

사실 난 이게 어려웠댔어.
네 표정이 너무 잘 보이는 거있지?
그리고 어려운게 또 있어.
얼굴에 내 마음이 바로 뜨는 거있지?

그래서 난 편해,
재밌기도 하고.
해골인 나와 해골인 네가 마주 보고 있는게...
턱뼈만 벌어졌다 다물어졌다 하는게...

네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네 말이 더 크게 들려.
그리구 여긴 잡음이 없으니
네 말이 더 또렷이 들려.

난 내 맘을 들키지 않고
네 말을 들을 수 있지.
표정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네 말을 음미할 수도 있지.

너도 그래?
하긴 너도 좀 별종이었지.
내가 이따금 얼마나 당황했다구.
그렇지만 지금은 편해.

아까부터 뚫어져라 보고있으려니
네 얼굴이 보일듯해.
너도 내 얼굴이 보이니?
이제 키스해도 될까?


작은큰통.2002.6.5.



"Beksinski's powerfully unique paintings are
such as I have never before seen"

** 벡진스키의 그림읽기**
(열린마당 카페 별장 갤러리에서 옮겨 옴 No: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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