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오싹 소름이 돋으며 
지난 일인 좋지않은 기억 속으로,
나도 갑자기 '미자'가 생각났다.'미자'는 그냥 잡종견이다.
누가 못 키운다기에 마당에서 키우려고 6~7 개월 된 것을 2만원 주고 입양해왔다.
집을 지키는 데는 잡종견이 더 잘 지키고 까다롭지도 않고 병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나는 만족하고 '미자'는 그런 대로 행복했다.
 
그 게 벌써 한 십 년 전 일이다.
우리 집 옆에는 공터가 하나 있었는데...
법적 소송에 걸려 건축도 못하고 엉거주춤 나있는 공터였다.
 
그 앞으로는 4차선 도로가 있어 야간주차하기에 십상이라 
우리는 작은 문을 하나 내어놓고 그리로 주로 나다니고 있었다.
당연히 '미자'도 그 곳으로 출입을 하고....
우리가 닦아논 길 외는 잡초가 나 있는 공터라.. 미자는 더욱 좋아라했다
 
어느날인가
그 공터에 옆집 중년을 좀 넘기신 초로의 내외분이 일부분 조그만 텃밭을 만드셨다.
 
투덜투덜 짜증을 내시기에 내다보니..미자를 향해서 그러신 거다.
피해는 전혀 없는 거 같은데...개가 그냥 싫으신 게다.
조심하겠다고 말씀드리고...그 옆문을 닫아걸었는데....
 
그러나 개가 어찌 그 걸 알리
앞대문을 열어놔도 빙 돌아서 옆대문으로 와선 낑낑대며
잠긴 문을 열어달라는 걸
 
그리고 며칠 뒤 현관문을 급히 긁는 소리에 나와보니...
나에게 살려달라는 듯 처절한 몸부림을 치다가
내 눈앞에서 미자는 게거품을 문 채 이내 숨을 거뒀다.
 
사람들이 어찌 그럴 수가...
미자는 아파트에서 갇혀 살아서 그런지..무척 소심하고 
암놈이라 겁이 많아 선지 기껏해야 풀어줘도
앞문으로 나가서는 옆문으로 들어오는 외출이 그나마 그 게 전부였는데....
 
미자를 잘 묻어주었다.
 
그댁에는 자녀들이 많아서 한 서너 번의 결혼식 부조금도
마다않고 보낸 사이였는데 많이 서운했다.
그 일이 있은 얼마 후, 할머니가 풍이 드시더니...
간병을 하던 할아버지가 급작스레 돌아가시고 
얼마 안 있어 그 할머니도 이내 돌아가셨다.
씨앗 뿌려 가꾸시던 텃밭도 팽개치신 채.....
 
괜찮게 사시는 분들이...
까짓 텃밭이 뭔 대수라고 이웃집 강아지가 꼴뵈기 싫어 약을 놓으셨을까?
 
물론 그 할아버지 할머니의 부의 금도 나갔음은 물론이다.
지금 그 집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
 
.....
 
현재  마르티스, 9월이면 두 살이 되는 '마리'를 키우고 있으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아 경악을 금치 못하며,
 
(허긴..마르티스들이 외부인에게  워낙에 곁을 안 주긴 하지
우리 '마리'는 아예 자지러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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