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황진이 이요조님의 타블렛화>



내가 바라는 삶

-인생-


하나.

엄마로 아내로 힘겹게 살아온 날들이
바삭대며 말라가는 내 삶이 갑자기
너무 허무하여 집니다
온통 나를 위한 삶을 누리고 싶습니다

내 가슴의 출렁임만 집중하며
밖은 바람이 불든 비바람이 치든
엄마가 차려주는 밥먹고
내 좋아하는 일 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배깔고 엎드려 하루종일 뒹굴대며
나를 위하여 게으름을 피운다는 거
마음을 비우고
온통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내가 없어도 모두 제자리에
변함없이 살아갈 가족들에게
나 아니면 안된다는
착각을 버리렵니다.

둘.

둘만 남은 공간 밤이면 우린 더 행복합니다
남편은 서재에서 나는 안방에서 잠들며
각자의 영역을 홀깃대지않는 거
얼마나 편하고 뿌듯한지요

한곳을 같이 바라보는
우린 각자이면서 완벽한 하나인것이
그리고 같이 늙어간다는 이 일체감이
너무 뿌듯합니다.

같이 어렵게 헤쳐온 공감대를 가졌다는 거
그리고 우린 똑같이 늙어가고 있고
세상에서 소외되어진다는 외로움도
둘이 같이 느낌으로써 우린 하나입니다.

살아가면서 인연의 고리를 엮은 많은 친구들.
마음을 열 때 까지는 많은 설명이 필요한데.
우린 설명이 필요없는 사이라는 거
세상의 어느 인연이 이보다 더 깊을 수가 있나요?

셋.

나이를 먹어가면서
슬기로운 혜안이 생겨서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거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팔랑대는 여자아이 머리꽁지도 예쁘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남자 아이들도 예쁘고
기어가는 작은 벌레.작은 풀꽃들도 예쁘고
시선 끝마다 모두 예쁨만 달려있네요

편견의 안개가 점점이 걷혀지고
세상이 말갛게 보이는 이 기쁨
후줄그레한 늙음과 맞바꿈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이 맑음의 혜안이여.

손톱만큼 작은 일에도 항상 감사하고픔
용서하지 못할 일이 없어진다는 거.
나이 먹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받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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