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적에 고향집 마당에는
아주큰 무화과나무 두그루가 있었다....
울엄니, 아부지가 외갓집에서 한그루씩 얻어와서
우리집마당에 옮겨 심었는데....
아주 잘 자라서 나무의 그늘은
커다란 평상위를 아주 시원하게 만들어 줬었다.....
마당이 있었던 우리집은 동네애들 집합소 였는데.....
그당시 상고를 다니던 울오빠는 국민(초등)학교 다니던 나에게
반강제로 주판알 튕기는걸 가르쳐주곤 했었는데.....
때론 으름짱으로....때론 먹을걸로 유인해 가며 나를 붙잡아앉혀
그 주판실력을 전수하고싶어 안달이 났었던 울오빠....
여름내내 널따란 평상에 나란히 배를 깔고 엎드려서
오빠랑 쉬운 더하기,빼기를 배웠는데.....
흥미가 없었던 울언니는 코방귀만 뀌구 달아나고~~~~~
그립다.....
무화과 익는계절....
고향집 마당이 그립다.....
학교에 갔다오면 나는 가방을 마루위로 휙 집어 던지고는
잽싸게 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간다.....
튼실한 가지하나 골라잡아 앉고선
잘 익어서 빠알갛게 툭 벌어진 무화과를
단내 솔솔 풍기며 서너개 따먹곤 했었다.....
나의 어릴적 여름은 그렇게 익아가고....
마당을 내려다보며 한참을 나무에 걸터앉아 놀았는데.....
이젠 가고없다....
7월부터 익기시작하면 첫물따기,두물따기,세물따기.....
이렇게 처음익은걸 다 먹을때쯤 되면 작은놈들이 익기 시작한다...
그 두물따기를 하고나면 또 다른 작은놈들이 익어가고......
여름이 다 가도록....
참 많이도 열렸는데.....
초여름에 열린 첫물딴 무화과는 제법큰 주먹 만해서
석류처럼 쩍~ 벌어지믄 그 단맛이 꿀맛보다 더 좋았다....
세물따기한 무화과는 단맛이 좀 떨어진다....
해서 오빠와난 잘씻은 항아리에 소주를 붓고선 무화과가 익기만하면
그속에다 풍당퐁당 갖다 담았다....
식구중에 누구도 술마시는 사람이 없는데도 그렇게
"무화과주"를 만들었던 유년의 기억들......그걸다 누가 마셨지??
감나무보다 컸던 무화과나무가 보고싶다.....
그후론 가지가 가느다란 무화과나무 밖에 못 봤는데.....
우리집 마당에 있었던 무화과나무는 어디에도 없다.....
여름이오면....여름이 다가도록....
난 이렇게 입에 쫙쫙붙던 그 무화과가 먹고싶다.....
하얀 진이 내손을 괴롭혔던 무화과나무.....
몇년전에 뻐스터미널 입구에서 팔고있는 무화과를 봤는데
색깔도 별루구...크기도 작은귤만하다....
반가워서 낼름 열개를 사긴 샀는데...
세상이 그시절이 아니니....그맛이 영~아니다.....
혀끝에 남아있는 그때의맛은, 기억에 생생하기만 한데.....
그립다...무화과 익어가던 고향집마당...... *^^*
(2002.8.3. 화성여자님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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