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기억하고 계시군요.
그리고, 사랑하시는 군요.
얼마 전 갑자기 "우리를 슬프게 하는것들"이 보고싶어
한 권 있는 '안톤 슈낙'의 산문 집을 컴퓨터 옆에 갖다 두었습니다.
제일 앞에 있는, 그 옛날 국어책에 실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낭송하며,
그 까까머리 시절의 낭만으로 돌아갔었지요.
"...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 아무도 살지않는 고궁. 그 고궁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창문의 작은 나무위에는 '아이쎄여 내너를 사랑하노라...'는
거의 알아보기 어려운 글귀가 씌어 있음을 볼 때."
"... 공동 묘지를 지나갈 때. 그리하여 문득
'여기 열 다섯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소녀 클라라 잠들다.'라는
묘비명을 읽을 때. 아, 어린 시절 그녀는 나의 단짝친구 였지."
... ...
그 어느 한 단어, 한 구절도 놓지고 싶지 않는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나도 사랑합니다.
젊은 날 부터 "나는 언제 '안톤 슈낙'과 같은
산문을, 수필을 쓸 수 있을까...?"하는 마음만 가지곤
늘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왔지요.
그대...
"늘 고독했으면서도 가난한 영혼을 꿋꿋이 지켜오지 않았느냐"구요?
그래요.
늘 고독하면서도 가난한 내 영혼이었어요.
바람에 날리는 갈대처럼 언제나 바람을 탔지만,
갈대처럼 생각하며, 그 바람을 견디려했었구요.
내 가난한 영혼을 지켰는지의 여부는 나로서는 모르겠습니다.
이제 내 영혼은 '그대'란 실존을 만나
서로 보듬고,
서로기대며,
서로 안식 할 수 있음을 느끼고 또 봅니다.
진솔한 이야기를, 처철한 영혼의 외침을
글로 표현하지 않겠느냐고 권하신 그대의 말씀, 진정 고맙습니다.
불씨마저 끄지려던 내 깊은 마음의 소망을
일깨워 주시고, 불붙여 주심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살아보렵니다.
나 능력은 없으나, 그대 통해 오시는 영감을 믿으며,살아내보렵니다.
그대...
그대도 이미 밝히고 계신 예술혼을
나도 함께 더 밝게 빛내시리라 믿습니다.
친구로서,
동지로서,
연인같은 길벗이되어 안톤 슈낙과 같은 세계로 우리 함께 가실까요?
그대...
맞아요. 깊은 영혼의 일치를 나누는
친구 있으니. 나도 이 가을이 행복합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가을에는 진실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착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아름답게하소서.
이 밤...
아름다운 꿈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