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세 잎 클로버
![](http://cafe14.daum.net/_c21_/pds_down_hdn/supercyian5_79.jpg?grpid=1RSk&fldid=Q30&dataid=229&grpcode=50open2&realfile=supercyian5_79.jpg)
오랫만에 부서지는 햇살을 주우려고 나의 경쾌차 덴뽈에 올랐다.
아파트를 뱅뱅 도는 건 내 머리까지 뱅뱅 도는 것 같아 건너편 개구리의 마을로 핸들을 돌렸다.
물 댄 논에 살랑살랑 물무늬가 춤을 추고 겨우내 논에 묶였던 벼의 발목은 바람결에 누운 채로 고호의 자화상을 그려낼 듯 논 끝에서 촘촘이 모여 있었다.
군데군데 웅덩이에 고인 벌건 황토물이 하얀 내 경쾌차에 얼룩을 그렸고 내 눈에 그려지는 건 비온 뒤 논두렁에 더욱더 새파래진 들꽃들의 선명한 자태였다.
잎이 어찌나 크던지 클로버가 아닌 줄 알았다. 난 쪼그려 앉아 행운의 네 잎을 찾았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여기에도.. 저기에도.. 행운의 네 잎은 없었다.
그럼 그렇지 내게 행운이 그렇게 쉽게 올 수 있겠어? 아니야 네 잎은 기형이고 기형이 없는 크로바는 자연에게는 행운이지 ....
아파트에서 멀어지는 농로를 택해 끝까지 가볼 작정이었다.
몸뻬바지에 분홍 수건을 쓰신 할머니, 밀짚모자에 긴 장화를 신으신 할아버지, 노란 장화를 신고 쫄랑쫄랑 따라 다니는 사내아이, 그 아일 따라 다니는 누렁이......
지나칠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핸드폰을 목에 걸어서? 몸빼바질 입지 않아서? 아마 내가 그들을 구경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생각일 거다.
폭폭폭폭 까만 연기를 품어 내며 물 속에서 오가며 흙을 뒤엎는 농기구 이름이 궁금했다.
농기계가 일함에도 불구하고 옆 논에서 손으로 연신 진흙을 퍼내어 논두렁에 올려 놓으시는 할머니? 아줌마? 뭐라고 불러야 하지?
"어머님....저쪽에 저 농기구 이름이 뭐예여?"
"트락타!" "트 락 타!" 라고 하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왜? 농사짓게?" 라며 되물으신다.
그저 고개를 숙여 미소만 지었다. "트랙타" 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얼마나 또렷하게 말씀해 주셨던가 트락타! 라고.....
페달을 힘차게 구르다 두 다리를 밖으로 뻗어도 보고 자전거에서 내려 덜덜덜 끌고 걸어도 보면서.....
방 구석에서 들이 쉬고 내 뱉던 한숨이 아닌 긴 호흡을 하며 풀냄새를 마시고, 흙냄새 물냄새를 흠뻑 들이마셨다.
멀찍이서 오래 전에 아버지가 타셨던 것 같은 까만 자전거가 다가왔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그분의 뒷모습을 보았다.
타이어 바퀴로 가늘게 잘라 만든 까만 고무 끈 속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곱게 씻은 녹슨 삽이 있었다.
농부의 자전거에서 삶의 아름다움이 농로 위에 뚝뚝뚝 떨어지며 어린시절의 향수어린 풍경을 농로에 그리며 멀어져 갔다.
2002. 5. 10 - 그리고의 경쾌차 여행기 1 -
![](http://cafe14.daum.net/_c21_/pds_down_hdn/challis_30.jpg?grpid=1RSk&fldid=Q30&dataid=227&grpcode=50open2&realfile=challis_3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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