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세 잎 클로버







오랫만에
부서지는 햇살을 주우려고
나의 경쾌차 덴뽈에 올랐다.

아파트를 뱅뱅 도는 건
내 머리까지 뱅뱅 도는 것 같아
건너편 개구리의 마을로
핸들을 돌렸다.

물 댄 논에
살랑살랑 물무늬가 춤을 추고
겨우내 논에 묶였던 벼의 발목은
바람결에 누운 채로
고호의 자화상을 그려낼 듯
논 끝에서 촘촘이 모여 있었다.

군데군데 웅덩이에 고인 벌건 황토물이
하얀 내 경쾌차에 얼룩을 그렸고
내 눈에 그려지는 건
비온 뒤 논두렁에 더욱더 새파래진
들꽃들의 선명한 자태였다.

잎이 어찌나 크던지
클로버가 아닌 줄 알았다.
난 쪼그려 앉아 행운의 네 잎을 찾았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여기에도..
저기에도..
행운의 네 잎은 없었다.

그럼 그렇지
내게 행운이 그렇게 쉽게 올 수 있겠어?
아니야 네 잎은 기형이고
기형이 없는 크로바는
자연에게는 행운이지 ....

아파트에서 멀어지는 농로를 택해
끝까지 가볼 작정이었다.

몸뻬바지에 분홍 수건을 쓰신 할머니,
밀짚모자에 긴 장화를 신으신 할아버지,
노란 장화를 신고 쫄랑쫄랑 따라 다니는 사내아이,
그 아일 따라 다니는 누렁이......

지나칠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핸드폰을 목에 걸어서?
몸빼바질 입지 않아서?
아마 내가 그들을 구경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생각일 거다.

폭폭폭폭 까만 연기를 품어 내며
물 속에서 오가며 흙을 뒤엎는
농기구 이름이 궁금했다.

농기계가 일함에도 불구하고
옆 논에서 손으로 연신 진흙을 퍼내어
논두렁에 올려 놓으시는
할머니?
아줌마?
뭐라고 불러야 하지?

"어머님....저쪽에 저 농기구 이름이 뭐예여?"

"트락타!"
"트 락 타!" 라고 하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왜? 농사짓게?" 라며 되물으신다.

그저 고개를 숙여 미소만 지었다.
"트랙타" 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얼마나 또렷하게 말씀해 주셨던가
트락타! 라고.....

페달을 힘차게 구르다
두 다리를 밖으로 뻗어도 보고
자전거에서 내려
덜덜덜 끌고 걸어도 보면서.....

방 구석에서
들이 쉬고 내 뱉던 한숨이 아닌
긴 호흡을 하며
풀냄새를 마시고,
흙냄새 물냄새를 흠뻑 들이마셨다.

멀찍이서
오래 전에 아버지가 타셨던 것 같은
까만 자전거가 다가왔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그분의 뒷모습을 보았다.

타이어 바퀴로 가늘게 잘라 만든
까만 고무 끈 속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곱게 씻은 녹슨 삽이 있었다.

농부의 자전거에서
삶의 아름다움이
농로 위에 뚝뚝뚝 떨어지며
어린시절의
향수어린 풍경을
농로에 그리며 멀어져 갔다.



2002. 5. 10 - 그리고의 경쾌차 여행기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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