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식구 쪄먹고, 집으로 가져가고...다음번에 와서 찍은 사진
첨엔 서랍도 안 닫길정도...


 

    댁에 남편도 이러세요?

     

     

    은 밤,

     

    "따르르~"

    -이 야심한 밤에 겁도 읍씨 전화하는 거 보니 분명 남푠일터~

    잠에 취한 듯, 받기 싫은 듯, 쉰 듯 낮은 탁음의 내 목소리...'예'도 아니고 '으'도 아닌-

    "에~"

    "게가 생겼어, 선물로 두 박스나"
    "그려요~  그람, 내가 내일 갈테니 일단 잘 넣어둬요"
    "따르르릉"

    "냉동실에 넣어?"

    "당근이쥬~"

    "또따르르릉"
    "넣을 수가 없어~ 커서 안 들어 가~"
    "박스채로 들어 갈 냉장고가 어딨어~ 냉동실 서랍을 빼내고 넣어봐요"
    "또또따르르릉"
    "그래도 안되, 안 들어가"
    "그럼 박스를 해체하믄 되지~"

     

    .........(잠~잠~)
    .........(드뎌 성공했나 보다)

     

    자다말고 웬 난데없는 게벼락?

    돈벼락도 못 맞을 바에야 게벼락인들 어떠리~

     

    나는 일어나서 컴텨를 키고 웹검색으로 찌는법, 탕만들기 찜만들기등등 조리법까지 다 익혔다.
    게탕을 만드려면 콩나물,,, 등등 그 재료를 대충 준비했다.

    아마도 그 몸체를 상상해서 멋진 게탕을 끓여 분위기씩이나 띄워 보려고 집에 있는 유일한 큰 전골냄비도 챙겼다.  큰 유리뚜껑이 얼마나 무거운지.... 낑낑대며,
    그리고 잘 삶는 법도(비린내를 제거하려면 술이나..솔잎을 넣고 쪄 낸다. 등등..)
    게 몸통은 엎지말고 반드시 뒤집어 넣고 적어도 20분은 쪄 뚜껑은 열지말고 뜸들일 것이며...

     

    빈 집에(남편의) 들어가니
    빼낸 박스가 비닐에 싸였다지만 현관에다 둬서 비린내가 훅 끼쳤다.
    냉동실을 열어보니...냉동실 두 칸이 겨우 열린다.

     

    (에궁 이 부분은 글로 안 쓸까 했었는데... 세칸의 냉동실에 나눠 넣어져 있던 것들이

    졸지에 한 칸으로 몰아져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있다.

    그나마 엉망이라도 잘만 찾아 들어갔으면 좋을텐데....

    내가 지난 주에 와서 마트에 가서 얼음과자를 하나 살려니....10개들이 포장채로 판단다.

    해서 포장채로 산 얼음과자가 냉장고에서 단물로 헐렁된다.

    기껏...얼려서 넣어둔 양념들이...곤죽이 되어있다.

    마늘 생강은 그냥 쓴다더라도...죽이 다된 파와 청양고추는 어쩌냐고??

    냉동실에 둔 빵은 굳이 냉동실을 고수하면서...말려둔 민들레도 다 바스라졌다.

    아무튼 엉망진창이다.)

     

    한 칸이 박스 하나의 분량인 모양이다.
    두 박스라 하더니...서랍 두 칸이 빼곡하다.
    '어 그런데 이상하다'
    게가 몸통이 죄다 절반으로 뚝뚝 잘라져 있는게 아닌가?
    검색에서 게 몸통을 뒤집어 삶으랬는데...머가 이래?

    아무려나  욜케 생겼으니..워쪄? 군말말고 얼른 얼른 찔 준비나 해야지...
    준비한 작은 솔가지를 넣고 미림도 게위에다 슬슬 뿌려넣고 찔 준비를 마쳤다.
    팡팡 김이 오르도록 잘 삶고 있는데...

    남편이 들어왔다.
    몸통도 없는 뽄새 없는 게를 내어놓자  게다리를 툭 분질러 쑤욱 빼선

    "게는 욜케 먹는거야~" 하며 내게 건네는 남푠,
    근데..맛이...맛이..........이상해~

    "모야....이 게, 걍 '게 맛살' 맛이자너~"

    영낙없는 시중에서 파는 게맛살 어묵 맛이다.

     

    이궁...글면 그렇치.....러시아産이라 그런겐가? 아님 북한産?

     

    순간 전광석화로 뇌리를 스치는 과거지사  history~

    "당신....바른대로 말 해봐여....전에 생선들 여러 번 사온 것처럼, 또 차에서 물건 사찌?"

     

    "사장님~..전복 드실 줄 아세요?"

    혹은

    "아자씨..가오리 드실 줄 아세요?"

     

    "그런 거지? 아님 당신이...어디서 객광시런(엉뚱하게)게가 생겨 나??"

    (요/는 생략...점차 확고부동한 상상속으로)

     

    "혹...이상시런 차가 한 대 다가 와설랑 니들이 게 맛을 알어? 그런 것 아뉴? 마찌?

    마누라 말이 마찌??"

    맛있는 게, 포식할려고 집애서 부터 가위 하나를 더 챙겨 간,  나

    부푼 기대에 못 미친 입 맛에 한껏 식상한 가위 든 마눌의 지레 상상의 공박....

     

    "어..어...맛이 안 이랬는데...살짝만 삶아봐 봐  정말 이 맛이 아냐, 이 게..삶아서 냉동된 거야"

    "메야? 에구 그러면 그러치..내가 미쵸"

     

    정말 김만 올리도록 다시 살짝만 삶아내니 맛이 쪼메 낫다.

    "뭐 이딴 게 다 있어? 살다 살다보니 쪄서 냉동한 게도 다 만나보고....

    나..야채 준비한 것은 어쩌라고...'

     

    "말 마..어제 저거 일일이 포장 뜯어서 냉동실에 넣느라고 힘들었어..

    봐~ 손도 여러 군데 찔리고..."

     

    어쩌나, 그러는 남편 손에다 입을 가까이 대고 호오~ 불어주기는 더 더욱 못하겠고...

    기껏 내게 붙여진 두 눈으로나 가자미처럼 실컷 째려 주는 방법외엔 별 수 없다.

     

    흐...무서운 마눌의 윽박지름에도 눈썹하나 꿈쩍않고 죽어도 선물로 받았다는 그 말씀 고이 받자와,

     

    "공짜라면 그럭저럭 먹어줄만은 하네 머"

     

    머 어쩌겠는가?  일단은 믿어보기로 하고, '게벼락'사건은 그렇게 일단락 지어졌다.

     

    다른 집 남자들도 다 그런 거예요?


     

 
크...암튼 잘 먹었다
 
알림
실은 글 속, 대화체는 리얼리티를 구사하려..반말 비스므리~
실제는 하늘(天) 보다 한 점 더 높게 붙은 지아비,부(夫) 앞인데 감히,
저는 완죤히...[합쑈체]를 구가하는 분명 지고지순한 요조숙녀임에...
 
"믿어줍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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