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멋진 그를 만난 날]


그이가  아프다. 

지난 봄, 동창모임에 갔다 온 그 때처럼

그 때는 여러 가지 술을 많이 먹어서 그렇다지만

이번 휴가는 너무 마시지 못해서 그랬을까?


형부는 술을 전혀 못하시고...

제부는 운전하고,

또 한 동생은 늦게 왔고

그 외는 술을 가까이 않으니

아무튼 별로 술친구가 없었던 셈이다.


어디에다 맞춰야할까?

해도 그렇고 안 해도 그런 것 같고,


이번 주말에 그가 출장 나갈 일이 있어 토욜날 짐 챙겨주려 왔더니

며칠새에도 얼굴이 영 형편없다.


은근히 걱정이 많아진 난, 밤새 잠이 잘 오질 않았다.

아직은 몸이 불편하니 편하라고 내친김에

인천공항까지 내가 직접 바래다주고 올 요량으로 길을 떠났다.


출발지가 시흥이다 보니, 까지 꺼…….하고  무심하게 탄 게 제2경인고속도로를 탔나보다.

공항이 아니라 인천항 표지판이 보인다. 이런 쯧쯧 배를 태울 일이 있나?

문학리 체육관으로 빠져 인천시내에서 제1경인고속도로를 찾아가느라 애 좀 먹었다.

혹시 시간 오버 할까비...

간은 바짝 바짝타고.....조금만가면 금새 만나지는 빨간불, 신호대기 시간은 왜 글케나 길고 지루한지,  본 길로 접어드니 금새 모습을 드러낸 반가운 영종도,

간 졸인 게 억을할 만큼 시간은 아직 널널하게 남아 있었다.

(내가 누군데.../칫, 우찌돼든 한양만 가믄 되는겨?)

 

주차도 어려울 테고 걍 가방만 달랑 내려주고 손 두어번 흔들어 주고는 돌아 나왔다.

인천공항이 생기고  공항 리무진 버스를 이용을 했었지 내가 차를 가지고 가기는 처음이다.

손수 운전대를 잡고보니...다른 점이 보인다.

전에 김포공항은 국제선 청사를 가면 '출국' '입국'해서 일, 이층으로 가도록 유도했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신공항은 '출발'과 '도착' 이란 말로 바뀌었다.


출발지로 들어가니, 우르르 손에 뭘 든 청년들이 손짓을 해댄다.

'주차대행' 이라 씌어져 있다.

참으로 희한한 밥벌이도 다 있다. 하기사 공항주차장에 들어가서 빈자리 찾아 주차시키고

어쩌고 하면 좀 늦게 온 사람들에겐 그 시간이 황금같을 수 밖에...


나가는 곳을 찾다가 '서울, 단기주차'로 바닥에 쓰인 곳으로 가다보니...

이런,  도로 일층(도착)앞이다.

또 돌았더니  이층(출발)앞이다  이번에는 '서울, 장기주차' 쪽으로 나가니 제대로 서울 길과 합류가 된다.

나도 감기 몸살이 있는데...목이 콱 잠겨왔다.

그 것도 신경이랍시고?


톨게이트에서 도로비를 냈다.

이런! 공항 한 번 들어갔다 나오길...만원이 더 드네, 좀 심했다.

공항버스가 싸고 훨 낫다.


톨게이트에서 제2경인고속도로 타는 길을 물었다. 판교에서 장수로 빠져 나가란다.

월곶IC로 빠지면서 전화를 했다.

잘 찾아 나왔으니 걱정 말라고, 그리고 잘 다녀오라고…….


오피스텔에 주차를 해 놓고는 나는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역에 나와 있지 않다. 비가 많이 왔었던 모양이다.


아들 말이 갑자기 소낙비도 쏟아졌고 차가 엄청 막힌단다.

일요일이라 놀러나갔던 사람들이 비바람에 다들 한꺼번에 철수를 해서 그런가보다.


"에이 그러면 나오질 말든가... 나 그냥 아무 거나 타고 갈께~" 했더니

가까운 거리에서 지금 옴짝달싹도 못하니..그냥 그 자리에 계시란다.


동안 심심해서 뭘 하나? 우짜제? 하고 망연히 서 있는데

저 쪽에서 난데없는 벽안의 멋진 그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흠칫하고 있는데...이런, 그도 날 유심히 바라 보았나보다.

슬금슬금 곁에 다가온다.

그가 나를 의식하고 다가오는 것일까? 그럴까?

나 역시 그가 내게 어떤 대쉬를 할까 상상해 보았다.

말이 안 통할텐데...

까짓,,,대화는 무슨, 마음이 통해야지  뭔 대수랴?


그는 내 주변을 이리 저리 살피는 듯 그러는 듯 하더니 

가까이 말을 걸어도 좋을지 내 의사를 가늠해 보는 것 같았다.

난 그를 향해 거리의 여자처럼 싱긋 웃어주었다.

그는 내 미소를 읽고, 결심이라도 한 듯 주저거리지 않고 성큼 성큼 다가왔다.

헉! 숨이 막혀왔다.


아니 방금 전에 그이를 보내고 허전한 맘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길거리에 서서 이 무슨 해괴망측한..일이??

그는 가까이 다가와 내 얼굴을, 내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가슴밑박에서 부터 찌르르~

표현할 수 없는 새롭고도 야릇한 감정이 솟구쳤다. 

그리곤 내 옷깃을 슬쩍 건드리더니 스킨십을 요구하는 듯 했다.

그닥 싫진 않았다.

우린 서로에게 끌리고 있었다.

적어도 서로에게 폭탄은 아니었나보다.

나는 뭣에 끌리는 듯 그에게 손을 내주었었다.

그는 남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내 손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뜨거운 입으로, 혀로~~


곧 울 큰 아들이 올 텐데 이 일을 어케 수습하지?

에라 모르겠다.

나는 그만 다리에 맥이 풀려 길바닥에 쪼그려 트려 주저앉고 말았다.

뭐가 날 이렇게 만드는가?

불혹을 넘기고 지천명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

대체?

이 어인 낭자야심(狼子野心)인고?

도대체...왜?


이러고도 그가 돌아오면 당신 없어서 잠 못 잤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웬쑤...

잘 허물어지는 이런 나를 두고 어디로 가?

 

 

2005,08,07,19,35

 

벽안의 그 멋진 남자의 전신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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