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기심
남혼 여가는 어느 종족에나 공통된 삶의 모습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번식 수단으로서 암수의 교접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자연법칙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러한 자연법칙에 순응하여 나의 조상이 살아왔고, 또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혼인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란 말이 나돌면서 독신주의에 공감하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혼인을 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 하는 질문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이 없다.
아들이 혼인을 하고 싶다고 서둘기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여기저기 혼처를 알아보았다.
그러면서도 혼인을 하지 않겠다는 딸에 대해서는 굳이 결혼을 권하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이 문제만은 본인의 자유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남자는 혼인을 하면 좋은 것이 많다.
젊음의 욕정을 아름답게 연소하는 기쁨이 있고,
중요한 의식을 제공해 주는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여 여자에겐 기쁨에 비하여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너무나 크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많이 변하긴 했지만,)
특히 여자가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는 역할은 끔찍한 일이다.
평생 자식들을 위하여 희생을 감수하면서
남편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은 성자만이 가능한 고행으로 여겨진다.
혼인은 이러한 길을 여는 의식이므로 아주 엄숙하고 비감한 사건일 수도 있으리라.
小學이란 책에 보면,
婚禮不賀는 人之序也라 는 말이 있는데,
옛 사람은 이와 같은 의미에서 혼인에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서로 건네지 못한 것이 아닐까 ?
어찌되었건,
혼인에서 남녀의 손익계산을 굳이 한다면,
여자의 희생이 더 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딸 보다 아들을 선호하는 부모의 심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줄 알면서 나는 아들과 혼인 할 규수를 유혹하려 든다.
며느리로서 고행을 감당할 여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집가지 않겠다는 딸에겐 자유의 길을 은근히 돕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분명, 자기 모순과 이기심에 푹 빠진 속인임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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