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꽃피던 시절
세상에는 행복하고 타고난 복이 있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왜 박복하여 물지게 지고
하루살이 허덕이며 죽지 못해 사는 가난한 집안의 자식으로 이 세상의 빛을 봐야
했는지, 입술을 깨물며 하늘을 원망하며, 그렇게 자살을 하려했던 청춘의 아픈 추억을
가진 철부지 시절도 있었답니다.
내 처지에 무슨 사랑이고, 내 사정에 무슨 연심이련만, 나는 열여덟 살이라는 나이에
고무신공장의 동료 여공인 이름 모를 청순가련형의 갸름한 얼굴의 소녀를 마음속으로
부터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한때 공장에서 쫓겨났던 나는 겨우 공장에 다닐 나이가 되어 다시
일터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잊지 않고 두 손으로 나를 반기며 좋아했지요.
난생 처음 잡아본 이성의 손길인 그 소녀의 손을 나는 꼭 잡고 홀딱홀딱 뛰면서
반갑다는 그 말밖에는 할말이 특별히 생각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남자다운 또 다른 일을 찾아 조금 더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다른
공장에 금새 취직이 되어 만나자마자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배우지 못한 나는 그저 손만 흔들었고, 소녀는 오랫동안 공장
입구에 서서 서러운 모습으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는데, 그 때 그 모습이 그녀를
마지막 보게된 얼굴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느 하늘아래 살고 있을까,
중년의 길목에서 나는 희미한 추억의 그녀를 생각해 봅니다.
삐리리가족, 돈맥경화증 남자
다른 남자들은 중년이 되면 고혈압이다, 당뇨다 하면서 성인병이 걱정이라는데
나는 그런 것은 걱정 없고 돈맥경화증에 걸려 엄청 고생이 심하지요.
도대체가 호주머니에 돈이 돌지 않아 막혔으니 우야몬 좋을까요.
듣자니 가관이요, 보자니 꼴불견이더군요.
『엄마! 제발 부탁이요, 책상 위에 돈 좀 놔두지 마요,
난 돈 필요 없다고요, 돈 많이 주면 자식 버린다 구요』
『남들에게 꿀리지 말고, 돈 좀 갖고 다녀 인석아!』
아들놈과 마누라의 대화는 나의 염장을 질렀지요.
『그 돈 나주라! 이발해야 돼, 고맙데이』 하면서 그 돈을 집어드는 순간
덥석 돈을 낚아채며, 마누라가 홱 하니 빼앗아 가버리는 거 있지요. 완전히 소림사
권법을 방불케 했습니다. 저 사람이 나의 본처 맞나요? 대한의 건아! 하늘같은
남편인 나에게만 인색한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이렇게 구박받는 찬밥 신세랍니다.
이종 조카딸의 결혼식 날이었지요.
마누라가 봉투에 십만 원을 넣어서 부좃돈으로 주더군요.
언제 조카딸이 나에게 인사 한 번 다녀간 일이 있나, 웬 십만 원이래요?
현명한 이 몸이 싹뚝 반을 잘라 인 마이 포켓 했거들랑요. 나중에 그 것이 들통이
나서리 엄청 다투었지요.
아! 돈맥경화증 남자! 불쌍한 이 사람 위로해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