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같아서는 올 여름 시원하게들 지내시라 님들께 부채 하나씩 다 돌렸으면 좋으련만,
솜씨가 미려치 못하여 미욱하게 그림으로 대신합니다.

그래도 양심껏 수채화 물감으로 하진 않고 동양화 물감을 새로 구입했습니다. (조계사 맞은편)
細筆도 한 자루 더 사고요.

 

처음엔 꽃을 그릴까했는데....꽃그림 부채를 들기엔...좀은 껄쩍지근했습니다.

절대로 안반 나무란 것은 아닙니다. ㅎㅎ~~

 


 

 

왜 꼼꼼하게 찬찬히 공들여 그림을 못 그리는지 이제 알았습니다.
디지탈그림, 그래픽 '타플렛' 판을 쓰다보니.. 그림이 아주 난폭해졌습니다.

 

뭘 그릴까? 생각도 없이 마구 시작합니다.그 버릇이 디지탈 그림을 그리면서 생겨난 버릇이군요.

마구 그리는....

 

요즘 디지털 카메라도 그렇습니다.

필름값..들지 않으니...마구 겁도 없이 팍 팍 눌러댑니다.

꼭 필요에 의한 게 아니라면 인화할 일도 없습니다.

 

디지털이라는 게 그렇더군요.

아나로그가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뜸을 들이고...준비과정이 필요한 것인지...

 

아마도 요즘 젊은이들, 디지털 사랑을 하는가 봅니다.

사랑만은 정말 아나로그가 좋은데....

 

일단 그렸다가 지워내기도 하는 마치 매직같은....

방금 그림 그린 게 'Undo' 클릭 하나에 마치 과거에도 없었던 일처럼 말끔히 지워내 버립니다.

그 게 아쉬웠다면 'Redo' 클릭하나면 되돌릴 수가 있습니다. 깜쪽같이.....

우리 인간사도 그렇다면 참...편리할텐데...말입니다.

 

부채 그림을 그리면서....미처 상실하고 있었던 현실감을 찾았습니다.

한 번 물감 묻힌 붓을 대면 영영...어쩔 수 없는 현실을,

 

한국화를 두 세 달 걸려서 완성하던 정성이 그리워졌습니다.
아교를 녹여서 배접지에 품어내어...아주 오래된 듯 곰팡이가 핀 듯 고풍스런 분위기를 일단 만들어서는 ....
아니지요
밑그림을 여러 번 그리고 또 그려보고는...제일 맘에 드는 그림을 대충 초안을 본을 떠냅니다.

그리고는 그 곰팡이가 핀 듯한 배접지에 그대로 먹지를 놓고 살그머니 애벌 밑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곤..채색그림으로 들어갑니다.
지금은 24살인 막내를 낳고는 두어 달 몸 조리 후 바로 그림에 몰두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그림은 그림이 아니라....거의 극세화 복사 작업 수준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잘 모르지만 별로 매력 없는 그림 그리기였습니다.
그림이 아니라 무슨 자수를 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동양화는 한국화든 무어든 그 여백에 있다고 봅니다.
선 몇 개로 그 여백을 다 누르고도 꽉 차는 충만감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붓 터치,  너더 댓 개의 선으로도 우주삼라만상을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정말 과합니다)

부채 값도 나오지 않게 연습도...물 스밈도 모른 채 바로 들어갑니다.

 


 

부챗살의 장애물 때문에 붓이 허들경기를 합니다.

물감이 이가 빠집니다.
나는 또 그 위에다 과감히?  개칠(덧칠)도 마다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재질이 그림 그리기에 부적합한 켄트지 같습니다. 그래픽 같다면 또 모를까?

 

정말은 화선지에 부채형 꼴로 쓰거나 그린다음 부채제작을 의뢰합니다.


치마폭에다 그림을 받는 것처럼 부채에다 바로 그림을 받기는 좀 어려운 일이라는 것
이제사 압니다.

 


 

지치고 잠도 쏟아지는데....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싫증나서 장남삼아....지우개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부채 하나는 남겨두었습니다. 맑은 정신 들 때 다시 시도하려구요.

오늘 만들기는 졸린 눈 비비며 만들었어도 애석하게 [꽝]이었습니다.

 

 

 

만들기/사진/이요조
 



부채에다 받은 글이 있어서 모처럼 찍어 봅니다.
시조의 대가이신 '유성규' 박사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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