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사 말고 님의 생일이 병석에서 지나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여태 나는 님을 친구로 생각하던 느낌조차 부끄러워졌습니다.

내가 부산 내려가기 전 날,
장미언니가 이야기하지 말렸는데 아무래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조심스레
전해 주던 청천벽력 같던 그 말,
대형 교통사고라는...
부산 갔다오면 문병가야지 하던 게...
이렇게 감기 고뿔로 차일피일 날자만 흘렀습니다.
시작이 반 이랬다고 갈 사람들 몇몇 날이라도 잡아 실행에 옮겨야겠습니다.
남의 눈에 든 티끌보다 내 손 끝 가시가 더 아프다고, 엄살만 부렸습니다.
자꾸만 미루기만 하다가 드디어..무안한 소식을 이렇게 접했습니다.

 

밤새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아직 기침 약 탓인지.. 만 나흘을 내리 미음만 먹어서 그런지...
아직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자판을 두들기며 미안한 메시지를 적어봅니다.

지금도 비가 오고습니다. 비를 맞으며 마당에 나갔습니다.

님에게 전해 줄 꽃이나 핀 게 남았나 하고,
애닯게도 이제 마당에는 등꽃도 지고 라이락도...꽃다발을 만들 꽃은 없었습니다.

올해는 어쩐 일인지 철쭉이 가지에서 마른 채 져버리고, 붉은 영산홍도 제 빛을 잃은 듯 합니다.
지난 해 김장하다 심어둔 큰 화분 두 개에 파 꽃이 피었습니다

저희 집 화분에서 핀 파 꽃은 아주 보잘 것 없습니다.

밭에 있는 파 꽃들은 실하고 좋기만 하더니만...

귀하게 핀 하늘 매발톱도 아깝잖게 싹뚝 끊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파 꽃을 좋아합니다.
알륨처럼 반구형으로 한 줄기에 한 개씩만 피워 올리는 게 좋습니다.
우리들 우정도 이 파 꽃처럼 하얗도록 영원했으면 합니다.

마당에는 곧 필 듯한 줄 장미와 감 꽃봉오리뿐,  파 꽃을 잘라 보내지도 못할
꽃다발을 만들어 봅니다.

곧 언니들과 의논하여 날자 잡히는 대로 조만간 내려 가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쾌유를 바라며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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