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7/15(월)
◎ 글:[東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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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불공
새벽 5시, 저녁 6시반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집 안방에서는 불경소리가 들린다 이 시간의
어머님의 기도는 내 어릴적 부터니 50년이 넘은것 같다
어머니는 내 위로 셋을 실패하고 부처님께 빌어 당시로서는
노산인 30에 나를 낳아 아래로 2남 2녀를 실패없이 장성케 했으니,
그 모두가 부처님과 조상의 음덕이라 하신다
하나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연거퍼 실패한 후라
특별한 종교라기 보담도 그저 조상과 천지신명만을 믿고 계셨기에
그런데로 그 소박한 신앙의 근거가 될만한 이유를 갖고 계신것이다
적선지가(積善之家)에 반드시 좋은일이 있을것이고
천지신명 앞에 부끄럼없이 살면 그 가호를 받을것이라는 것이
어머님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어머님의 신앙은 그런 근거에서 생겨난 것이다.
어릴때 어머니를 따라 절에 자주 간적이 있다.
법당에서 불공을 드린 사이 절 마당을 뛰어 다녔던 일,
약수물에 물장난하며 놀았던 일 그때 나의 즐거움의 하나였다.
그러한 어린시절을 지나
서울로 유학을 가 기독계통의 고등학교를 다닐때다
천지신명께 지성을 드려 무슨 소원성취가 되는지 라는
강력한 비판과 함께 어머님에 대한 불만을 터트린적이 있었다
그땐 어머님의 행동이 무지라고 까지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늘 법당을 찾는 어머니가 무지했는지,
비 과학적이라고 비판했던 내가 무지했는지...
모든것을 서양문화만이 과학적이고 높은차원의 지식이었다는 오만함으로
우리의 전례의식을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던 지난날 나의 생각이
인생의 깊이를 모른 무지했던 생각임을 이제야 안것이다.
인생의 모든 일을 항시 자신의 일보다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지성을 드렸고 희생을 한 어머니의 겸손한 인생관보다
어쩌면 모든것을 자신의 역량이나 지식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이기적이고 오만한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침 저녁이면 불경을 틀어놓고 예불을 모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세월과 함께 더욱 무겁게 나를 깨우쳐 준다.
어머니의 종교는 종교가 아닌 오직 자식에 대한 정성이다.
자기의 성의를 다 하여 가족을 위해 기원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세월과 함께 더욱 더 명확해 진다.
이것은 종교적인 문제가 아닌 인간적인 문제로
자식에 대한 일념으로 가장 깊은 사랑을 준
살아가는 지혜가 바로 어머니의 삶이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직 자식들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만을 바라는 우리들의 어머니야 말로
한 톨의 밀알이 떨어진 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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