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시간이 있어서 얘길꺼냈다. <파보래(대형할인매장)에서 게 싸게 판다며?> <......> <근데 산 거래?> <당신이 전화해 보시구랴.> 그래, 전화를 했다.(자기가 하면 좀 안되나?) 산 것도 있고 죽은 것도 있단다. 가격은 키로에 6000원. (싸긴 정말 싸다. 요즘에 게값이 많이 떨어졌다. 산게가 보통은 키로에 35,000원쯤 하는데...)
<갔다 올께. 생강은 있지?> <생강도 있고 다 있어. 조금만 사와요.> <최소한 3키로는 사야지.> <조금만 사와요, 글쎄. 많이 사오기만 해봐라...>
갔더니 아줌마들이 줄서있다. 남자는 나 혼자뿐.(이젠 별로 신경도 안쓰인다.) 죽은 게다. 그러니까 싸지. 그래도 냉동은 아닌가보다. 1키로를 샀다.(한정 판매란다.) 이때 감시전화가 울린다. <샀어?> <응... 죽은 건데 그나마 1키로밖에 안판대.> <오늘 배추를 싸게 판다는데 그것도 사와요.> <응.> 배추는 300단 한정 판매인데 한단에 2000원이다. 남아있는 거라고는 한 열단정도 뿐이다. 좀 작다.
<애개... 겨우 고만해! 그걸 왜 사와요. 봐서 작으면 사오지 말아야지.> <......> <어디어디 가면 훨씬 큰데... 에이> <나 이발하고 올께.>
나는 불루클럽에서 이발을 한다. 이발을 빨리 해서 좋고, 면도를 하지 않아서 좋고, 5000원 밖에 안한다. 게다가 열번 하면 한번은 공짜다.
이발을 하고 집에 가다보니 장이 섰다. 난 그런 장구경을 하기 좋아한다. 특히 생선가게에는 꼭 들른다. 펄펄 뛰는 게가 있다. <이거 얼마예요?> <만삼천원요. 이거 딴 시장가면 만육천원 주어야 해요.> 만삼천원이라도 거저다. 역시 게장은 산놈으로 해야 비리지 않고 맛도 좋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만육천원어치를 샀다(다섯마리 1.3키로).
<내 기어코 사왔지! 펄펄 뛰는 놈이야. 키로에 만삼천원.> <아니 대체 당신 왜 그래! 바로 좀 전에 게장담가 먹었잖아?> <요즘 싸잖아... 당신도 잘 먹으면서 뭘...> <나 안먹어. 당신은 왜 그렇게 사들이는 걸 좋아해. 좀 있다하면 안돼? 아니, 백화점에서 만천팔백원이라는데 뭣하러 사와?> <거기까지 언제가? 그리고 차비나 나와? 그냥 생각난 김에 해야지.> <몰라요. 그냥 냉동실에 넣어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요. 할일 많아 죽겠는데 그걸 덜컥 사오면 어쩌란 말이야. 그냥 놔두고 가기만 해봐라.> <알았어. 내가 할께>
나가야 할 시간은 얼마 안남았는데, 그리고 좀 준비할 것도 있는데... 할 수 없지. 그냥 나갔다간 초상 치뤄야 하니... 쯧쯧. 그래서 게 다섯마리를 후딱 손질했다. 솔질하고 발끝 자르고 뚜껑 벗기고 내장과 아가미 떼내고 반토막내서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놓았다. 집사람은 머리끝까지 화가나서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냥 냉장실에 넣어둘거니까 알아서 해욧!>
<나 갔다 올께~> <......>
으이그~~~
연소심님은 낭군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우렁이를 잡는다는데...
이거 난 뭔가... 오전엔 집사람한테 혼쭐나고 지금부터 밤새워 회사일해야 하는 신세...
작은큰통.2002.9.30.
Re:착한 당신. 편지
궁시렁 거리면서도 속으론 '착한 당신 너무 좋아요,사랑해ㅡ' 아마 그러셨을 거랍니다.
그런데 그 곷게장 혼자 다 잡수시렵니까? 째께만 나눠 먹으면 않될까요? 어유, 먹고잡어 죽겠네요.
밤 잠을 또 못잤더니 출출한데 고놈 쫌 주시면 맛나게 먹을 텐디. 쳅쳅 ~
사는 재미 잘 읽고 갑니다.
편지요!
Re:크아~~ 다시 봐야것네
아줌마들 틈에 줄서서 사오고 손질해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그러고도 칭찬도 못 받고 즐거워 하시니.....
작은큰통님 같은 젊은이 있으믄 소개해 줘요. 우리 딸아이 시집보내야 것다.
캿하하핫~~~! 잼따...
Re:연소심
ㅎㅎㅎ 작은큰통님 일을 해 주고도 혼쭐이 나십니까? 님의 표현을 따라가자니 슬그머니 웃음이 납니다.
얼마나 부인을 사랑하시기에 게를 다듬다니요...정말 그 열정이야말로 대단하십니다.
그래도 행복해서 미치겠다는 아우성으로 들리는데요.
천재는 이외로 단순한 일을 재미있어 하는 법 에디슨도 단순했다지요..아마?
님의 꾸밈없는 생활이야기 정말이지 정이 뚝뚝 묻어납니다. 감사합니다...정 많은 님.
Re:으악새
처음 뒤로 서는 것이라 혹 누가 안될지 모르겠네요.
저도 가끔 시장을 보는 편인데 그게 또 색다른 재미가 있었읍니다.
물론 여성분들이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튼 큰통님의 재미가 공감으로 느껴져 감히 잡지는 못하고 스쳐만 가겠읍니다.
새 드림.
Re:Re:작은큰통
저는 혼쭐이 나서 등줄기에 진땀이 흐르는데요... 하긴 이제는 버릇이 되어서 혼쭐이 안나면 잠이 안오긴 하지요.
아~~ 부럽다. 연소심님의 낭군님이 부럽다.
집사람에게 지은 죄가 하많은, 작은큰통.2002.9.30.
Re:Re:작은큰통
뭐 그만 일가지고 그러십니까요? 앞으로 진짜 얘기를 해볼까요?
캿하하핫~~~! (느티나무님 흉내)
제 아들이 저 닮았는디, 한번 사돈을 맺어봐유? 나중에 따님한테서 원망들을 각오는 돼있시유?
ㅋㅋㅋ~~~
작은큰통.20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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