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여인과 질긴 여인!







 
영리한 여인과 질긴 여인!


어제의 일이다.
어느 좋은님의 생일잔치를 하느라 부부동반으로 합석하여
자연산 광어에 알콜내음 그윽한 음료수를 솔찬하게 들고 돌아왔다.

좋게 오른 기분을 꿈으로까지 이어가려 하는데 자꾸만 아내가 추근댄다.
이유는 운동을 하면서 땀을 빼자는 것이다.
다 좋은데 궂이 나가서 땀 빼며 운동을 하자고 하는지 참으로 불만이다.
단 두어 평의 침대에서도 얼마든지 땀 빼고 운동으로 심장박동 쿵쾅거릴 수 있는데...


며칠 전에 아내가 뜬금없는 제안을 내 놓는데 다른 생각 하느라
무심결에 대답을 하고 말았다.
이리하여 밤 11시면 무조건 앞마당으로 나가 트랙을 열 바퀴씩 돌아야만 했다.
음주 후 운동은 자칫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봐도
천천히 산책이라도 하자며
다녀온 후 샤워를 해준다는 솔깃함에는 빠져나갈 도리가 전혀 없었다.

앞 마당이란 집 앞의 여고 운동장을 말함인데 들어갈 때 아무도 뭐라 안하니
나의 전용 앞마당이라 칭한지 이미 오래이다.
좋은 곳이기에 동네 사람들에게 더불어 즐기라 무료로 개방 하였음은 물론이다.


기왕 나온 김에 뛰다 걷다를 반복하는데 세 바퀴를 돌고나니 꾀가 났다.

"와! 벌써 네 바퀴나 돌았네!"
"무슨? 이제 세 바퀴고 네 바퀴째예요."

이궁, 대충 넘어가지 무슨 여자가 저리도 영리하여 숫자 개념이 철저할까...
그럭저럭 움직이니 이제 두 바퀴만 남았다.

"오늘은 여기서 끝내고 내일 두 바퀴 더 돌면 마찬가지니 그만하고 가자."
"한 번 꾀부리면 다음엔 하기 싫은 법이니 마저 도세요."

쬐끔만 봐주면 어떻다고 저리도 질기게 몰아치는지 모르겠다.


오늘의 할당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땀을 흘린 탓인지
저녁에 마신 술이 모두 깨어 달아나 버리니 괜한 서운함이다.
하는 수 없이 그녀에게 공약이나 지키라며 욕탕에 들어가
알몸의 큰 대자로 누워 놀고 먹는 베짱이의 기분을 만끽 하였다.

그러고 보니 가끔씩은 안나간다고 이깃장을 놓아볼만 하다.
연극연습 하느라 늦게 귀가한 옆지기 딸에게 말을 건네 보았다.

"오늘 보니 네 엄마는 참으로 영리하고 질긴 여자로구나."
"여태 그걸 모르셨어요?"


모전여전이로고.



-북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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