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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가끔은 우리 나이가 국화 꽃같은 나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그윽한 향기로 온 방안을 채울 수 있는 나이. 들녁 언덕에 노랗게 피어있으면 금방 닥아가고 싶은 나이, 바라만 보아도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나이.
헌데 가끔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꽃이여!'를 잊지 못하기도합니다. 그래 지금 쯤은 거울 앞에 선 나이가 우리 나이 쯤이 아닌가? 생각하기도하고요.
거울 앞에 서면 나는 어디로 가고 늙은이가 떡 버티고는 비켜주지를 않아요.
비켜!
날 좀 보려 거울을 보는데 왜 방해를 하는 거지요?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기도 해 보지만 이 늙은이 고집이 얼마나 쎈지 비켜 줄 생각을 않아요.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오른 쪽으로 얼른 못 따라 올만큼 빨리가도 또 오른 쪽으로 나보다 먼저 와 있으니 속 상해 죽겠습니다.
누구 이 늙은이 말려 줄 사람 없나요? 내 앞에서 잠시라도 거울 보는 것 방해하지 못하게 꼭 붙들어서 비켜서게 해 주시면 후사하겠습니다.
어젠 꼭 생살을 뜯기는 아픔이 얼얼하데요.
한 녀석만 더 있어도 다음에는 잘 치루겠는데...... 녀석이 손을 잡고 걸어들어가면서도 빙그시 웃는 것이 왜 그리도 얄미운지요? 도적 놈은 주례 앞에 서서 허옇게 질려있고요. 내, 눈 똑바로 뜨고 도적놈을 쏘아 보니 질렸나? 그래도 깊히 고개를 숙이고 달라는 데 아니 줄 수 없더라고요.
그렇게 하기로하고 사람들을 모아 놓았으니,
'못 줘! 아까워서 못 주겠다.' 하지도 못하고 냉큼 줘 버리고 털썩 앉는데 그 놈에 의자가 다리라도 부러져라 해도 그런 걸 알았는지 의자 만드는 사람이 좀 튼튼하게 만들었나봐요.
젠장 의자라도 좀 부실하게 만들지, 의자 다리라도 부러지면 그래서 무효하자고 할 수 라도 있으련만.........
끝나는 순서에서 두 녀석들이 신부 측 부모에게 먼저 인사를 하데요. 일어 서서 두 녀석을 함께 끌어 안아 기여이 싱글 거리는 녀석들 울려놓고서야 괜한 내 심술보가 조금, 아주 쪼오끔 풀릴 듯 말 듯하데요.
이그, 이그, 부글거리는 속이 두 녀석들 머리통이라도 쥐어 박고 싶은 속이 꼭 생살을 뜯어 내는 것처럼 아프기도하고 상하기도하고 젠장이더라고요, 젠장, 젠장.
아직도 속이 부글거리는 것은 왠 일이지요? 싱가폴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는데도 건성으로,
'좋냐?' '예, 아주 좋아요!' ㅡ좋기도 하겠다.ㅡ '그래, 즐겁게 지내라!'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고. 으유, 속 상해, 속 상해ㅡ
어제 뵈온 세분 감사드립니다. 상상에 모습과 꼭 닮으신 모습에 저 놀랐답니다. 아름답고 성실한 모습에 감탄했답니다. 바쁘신 시간을 할해하여 주신 점도 감사합니다. 황진이님, 연소심님, 열,마당쇠님 감사드립니다.
그득 술이 취해 청주까지 다른 이들이 제 차를 운전해오고 밤 늦은 시간에 산 속 제 굴을 찾아 들기 전에, 혼자 면소재지 노래방에서 12시가 넘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인지 노래를 부른 건지 모르게 목을 혹사시켜 따끔거린답니다.
밖을 나와 보니 눈 발이 휘날려서 첫 눈인지, 뭔지를 맞으며 굴에 도착하니 불꺼진 어둠 속에 거기까지 눈이 따라오고, 술에 취한 눈으로 눈을 바라봤답니다.
왜? 이리도 허전하답니까?
편지요! 늦 잠 잔 날에 띄움니다.
참! 죽으면 늙어야한다니까요. 고운 책 감사히 받었답니다. 많은 님들의 주옥같은 글이 가슴에 꽃처럼 실렸는데 너무도 수고하셨습니다. 많은 님들 창간 기념호를 소장하시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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