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지난번에 첫눈이 시원찮게 한 번 내렸으므로
딱히 첫눈이라 할 수도 아니 할 수도 없는 눈이 내립니다.

차가 다니는 길에는 쌓이지 않으니
딱히 멋진 눈이라 할 수도 아니 할 수도 없는 눈이 내립니다.

눈이라면 그냥 맞겠는데 머리카락이나..옷이 젖겠고,
비라면 아예 우산을 쓸터인데 그러자니 모처럼 내리는 눈에게 미안하고,

판단이 잘 서지 않는 눈이 내립니다.
흠씬 젖은 아스팔트 위로 자동차 바퀴 구르는 소리만..
일요일 아침 저 혼자 괜히 부산한듯 정적을 가로지릅니다.

그래도 그 눈이라도 맞아 보려고 옥상엘 오르니
이젠 제법 우리 할머니의 지극 정성으로 비만이 다 되어 가는
우리 집'똘똘이'가 살찐 엉덩이를 마구 흔들며 신이 나서 죽겠답니다.

자기랑 잘 놀아주지 않던 엄마가 올라와서 좋은 것인지
눈이 내려 좋아하는 것인지 딱히 구분이 서질 않습니다.

지난밤에 만나서 즐거웠다가 우리를 화나게 하고 돌아간 그 친구가
나머지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서 그러는 것인지
정말 싫어해서 그러는지 딱히 분간이 안 서는 그런 날입니다.

정말 진눈깨비 같은 그런 기분입니다.

그래도 따뜻한 차를 한 잔 들고 내리는 눈을 망연히 바라보노라니
건너편 창문 쪽에서도 남자 분 둘이 차를 마시며 바깥을 바라다봅니다.

어른이 다 되어도 눈이 좋은가요?
내 마음 같아서는 또.... 마음에 병이 도져 눈이 오는 도봉산을
껍적대며 오르고 싶은데, 당연히 엄니와 남푠이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눈빛으로 날 쳐다 보겠지요.

이런날에도 정말이지 도봉산역에는 얼마나 많은 등산객들이 북적대는데...

50이 벌써 몇 해전에 지났는데...
아직도 나는, 뭣 하나 내 맘대로 못하는 나는....
아이인지 어른인지 스스로도 도저히 아리송한 우울한 아침입니다..


(괜히 스스로 심퉁이나서 슬리퍼를 소리나게 직-직
끌고 다니다가......이일을...어쩌나... 국이 소태네요)



이요조



music:가곡:눈(雪)/sung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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