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연서(戀書) **



종일토록 해풍을 맞으며 바지선 위에서
수하식 양식으로 키운 멍게 분류 작업을 했다.


포동포동 잘 자란 멍게는 찔끔찔끔 물을 토하며
세상과의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인간이나 멍게나 잘난 놈은 잘난 놈끼리
못난 놈은 못난 놈끼리 어우러지며
빛을 발하고,
빛을 잃고 있었다.


바지선 한 쪽에 놓인 쇠주를 홀짝거려 가며 노래들을 불렀다.
새까만 얼굴의 마누라쟁이
더 이상 볕에 탈것도 없건만 여자의 본능인가?
머리에 수건을 덮어쓰고 슬픈 노랠 불렀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젖어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울컥하는 맘이 들었다.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그녀 입가의 허연 침 더께
고단한 육신만큼, 가난한 영혼만큼
희망도 기대도 없는 그 입 속은 소태처럼 쓰디쓸 것이다.


노란 갑바, 장화 위로 노예의 눈물 같은 바닷물이 뚝뚝 흘렀다.
슬픈 흑인의 영가는 해풍 따라 멀리멀리 흘러갔고
해질 무렵 돈 육만 원과 아픈 허리는 가벼운 두통과 함께
새끼들이 기다리는 둥지로 밀려들어 왔다.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그땐 왜 그랬는지?
그냥 그랬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딸아이 하나 예쁘게 키우자.
그렇게 키웠다.
배내옷을 시작으로 우주복 하나라도 고르고 골라
최고급으로 입히고
모든 사고를 딸아이 위주로 하는...


어느 날
목욕탕에서 서로 씻어 주는 붕어빵인
다정 깜찍한 부자를 보고 아! 아들 하나 있었음,
어쩜 저리 순진무구하게 생겼을까?


어느 날
옷집에서 디스플레이된 청색 점퍼를 보는 순간
아! 아들 하나 있어 저런 단순 세련된 옷 하나 입혀 봤음..
그래도 난 딸아이 하나 키우기로 작정하고 살았었다.


커 가면서 너무너무 내성적인 성격을 보면서
사촌이 열 있음 뭐하나 한 다리 건너가 천리라는데...
해서 인생에 빛을 보게 된 내 아들
이제 초등 5학년이다.
하루하루 총각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무뚝뚝한 성격의 딸아이와는
달리 말수도 많고 애교도 많다.


우리 집은 거꾸로다.
딸은 강하게 아들은 부드럽게 키우자.
아직은 누나만큼 공부는 못한다.
컴 앞에 앉은 아들 다리를 바닥에 누워 만졌다.
"어디서 이렇게 예쁜 게 나왔을까?"
다리를 피하면서 아들이 그랬다.
"아빠, 니 변태제? ㅋㅋ"


며칠 전 누나랑 둘이서 설전이 벌어졌다.
안 듣는 체 하면서 들어보니 여고생 누나에게 한 마디를 안 진다.


내가 그랬다,
"요 녀석, 너 처음 병원에서 낳아 데려 왔을 때
누난 벌써 유아원생이었어, 까불지마"


지 누나가 그랬다,
"마저, 마저 니 똥싼 기저귀 갈다 아빠 손에 똥이 묻어
아빠가 으~악!! 고함지르고 했어"


이 놈이 그런다,
"아빠! 어떻게 아들에게 그럴 수 있어? 아들 게 그래 드럽더나?"
이놈 약간 결백성이 있다.


내가 그랬다,
"아들아, 솔직히 니가 아빠다,
니 손에 아들 똥이 묻었다, 넌 어떻게 할건데?"


몬된 놈, 조디 되바라진 놈,
그렇지만 이 세상에서 젤 이뿐 놈이 그랬다.
"손 짤라 뿐다"


지지리도 빨리 장가가서 아들 다 키운 누군가가 이 나이에
아들이 12살이라니까 유행어로 자살해 뿐다고 했다.
그러나 어린 아들은 내 삶의 의미고 활력제다.
단순 요약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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