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발걸음이었어. 숨이 멈추고 맥박이 멈출 것 같은 내 안의 생활에서 기지개를 펴듯 똬리를 풀고 오랜만의 망설임 끝에 길을 나선 게야. 단지 오늘을 회피하려는 생각보다는 오늘을 도피하고 싶었고 그리고 틀에 박힌 이곳의 생활들에 현기증이 났던 게야. 아마도 그러한 표현이 적절할 게다.
내가 도착한 곳은 정겨워야만 했는데 너무나 많은 것이 변모해 있더군.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삼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말일세, 정말로 많이도 변해 있더군. 도심들이. 농촌들이. 그리고 사람들이 변해 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벗들이 변했다는 게야. 고국을 다녀온 소감을 간단히 정렬하라면 그저 놀람을 금치 못했다는 말밖엔...
자신만을 아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드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결핍되어 있는 것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지더군. 백의민족. 동방예의지국이라던 나의 고국. 어찌하여 그렇게 인색하고 각박하고 황폐하여 가는지 모르겠구먼.
어쩌다 초대를 받거나 집을 방문하면 그럴싸한 분위기에 멋들어진 장식들을 한 식당으로 인도를 하더구먼. 나에게는 깍두기 한 소발에 김치찌게를 집에서 차려 주는 것이 정녕 아름답고 정겨우며 고마웠을 거야.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러했겠지만, 자네는 그러하지를 않기를 바라는 게야.
숨이 막히고 열이 오르내리는 나들이였어. 어깨에 힘 좀 빼고 고개에 깁스 좀 풀고 가슴에 헛바람 좀 빼어 버리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군. 그리고 이건 여자 친구들에게 하는 말인데, 전철을 타거든 좁은 자리에 않자 보려고 그 큰 엉덩이들이 되는 꼴불견은 삼가 주었으면 해.
"어이구 허리야. 어이구 다리야." 공연히 젊은 사람들이 않아 있는 것만 보이면 괜스레 주절대지 말고 엄살 좀 피우지 말란 게야. 눈살이 찌푸려지고 공연이 같이 늙어 가는 판에 짜증이 난단 말이야. 다음엔 정중히 자리를 양보하여 줄 것을 요청하거나 아니면 웃음을 잊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당부이네.
너무나 정겹고 좋은 나의 나라. 나의 고국이었네. 한국 놈이 한국 말 좀 하면서 살아가고 싶으이. X하고 소리를 질러 보니 십 년 묵은 체중이 싹 하면서 풀리는 것 같더군. 그 동안 은혜를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리고 다음엔 정식으로 감사의 글을 드리기로 하겠네. 다음 만날 때는 남자 친구에겐 포옹과 함께 뜨거운 악수를, 여자 친구에겐 얼싸안음과 뜨거운 입맞춤으로 이곳의 인사 방식대로 대신하겠네. 강건하기를 빌면서.